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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몰수 박근혜, 배신감에 치 떠는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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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몰수 박근혜, 배신감에 치 떠는 장애인

[복지국가SOCIETY] 박근혜 정부, 장애인 소득 보장 공약 철회하다

얼마 전 기초연금 공약이 철회되었다. 일각에선 철회가 아니라 후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현재 내놓은 기초연금 정책은 분명한 공약 철회다. 그리고 이달 초, 또 다른 복지 공약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연금 공약이 철회되었다. 공약 철회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독재가 횡행하던 시절에는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건 아무런 의미 없는 휴지 조각 같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선거 기간 동안 내놓은 공약은 말 그대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지키겠다는 공공을 향한 약속이고 다른 후보와 차별성을 드러내는 자신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철회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 것이고, 안면을 바꾼 것이다.

박근혜 공약 : 모든 중증 장애인에게 20만 원씩 2013년 상반기부터 지급

장애인연금은 장애인 소득 보장 급여로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로 이루어져 있다. 기초급여는 근로 능력이 없는 중증 장애인이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 주는 복지 정책이다. 부가급여는 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장애로 인해 의료비, 교통비, 교육비 등이 추가로 소요되므로, 국가가 이를 보전해주는 복지 정책이다.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에서는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 이러한 형태의 급여를 '전체 장애인'에게 '자산 조사 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를 '보편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장애인들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초급여를 '모든 중증 장애인'에게, '매달 20만 원씩', '2013년 상반기부터'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를 모든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두 배로 지급하겠다는 이 공약은 선진 복지국가들의 장애인 소득 보장 정책에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근로 소득이 없는 국민을 국가가 방치하지 않고,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 소득 보장 공약 철회 과정

2013년 상반기부터 지급하겠다던 장애인연금의 보편적 지급 공약은 초기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2013년 1월 11일 보건복지부는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 시 "장애인 연금은 공약에 따라 대상은 현재 중증 장애인 32만 명(63%) 수준에서 59만 명(100%, 3급 전체 포함)으로 늘리고 금액도 2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그에 따른 추가 예산은 매년 4200억 원 정도로 추계했었다. 이에 따라 5월 31일 기획재정부는 공약가계부 발표를 통해 "장애인연금은 2배 수준으로 확대"할 것임을 밝혔고, 재원은 매년 4200억 원 증가시켜 2017년에는 약 2조1000억 원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부터 시행하겠다던 장애인연금 공약은 연말이 다 되어 가도록 실현되지 않고 있다. 공약의 실천이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국민의 양해도 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2014년도 예산안과 장애인연금법 입법 예고를 통해 공약 철회를 일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한 2014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장애인연금 예산은 연간 4200억 원이 아닌 올해 대비 1220억 원만 증액했고, 대상자 수는 현재 32만7000명에서 3만7000명 늘어난 36만4000명에 불과하다. 이는 애초에 공약했던 전체 중증 장애인에게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보편적 지급 공약'이 아니라 일부 장애인에게만 지급하는 기존의 정책을 답습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20만 원 지급 공약은 내년부터 시행하고 그 대상자는 일부에서 전체로 점점 늘리겠다는 현실적인 의지가 표현된 게 아닐까? 아니다. 지난 10월 2일,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개정안에는 장애인연금 선정 기준이 "18세 이상의 중증 장애인 중 100분의 70 수준"으로 명시되어 있다. 장애인연금의 대상자 확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정안에 명시된 '중증 장애인 중 70%'란 전체 중증 장애인의 70%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현행 장애인연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은 1, 2급과 더불어 3급 장애인 중에서 중복 장애가 있는 사람만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공약했던 3급 장애인을 모두 포함하는 중증 장애인이 아니라, 그 일부만을 중증 장애인으로 규정한 기존의 정책을 따른 셈이다. 그러므로 대상자 중 70%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는 36만4000명을 말한다. 이러한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도 한 차례 예산 증액 이후 더 이상의 예산 증액도 필요 없게 된다. 모든 중증 장애인(59만 명)에게 20만 원씩 장애인연금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은 매년 4200억 원씩 2조100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공약이었다. 그러나 법 개정안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밝힌 실제 추가 예산은 5년간 2조1000억 원보다 1조2000억 원이 줄었다. 공약의 66.7%만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장애인의 삶을 방치하다

장애인의 90% 이상은 후천적 이유로 장애인이 된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기도 하고,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되기도 한다.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이 자신의 잘못도 아닐 뿐더러 삶에서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복지국가는 장애인의 기본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 국가가 보편적인 수당을 지급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복지와 관련한 보편적 수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을 통한 장애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다른 복지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고용을 보장하는 노동 정책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0년에 낸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빈곤율은 OECD 27개국 중 4번째로 높고, 비장애인 대비 상대적 빈곤율은 3번째로 높다.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연금 공약은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장애인 소득 보장 공약이라고는 장애인 연금 확대밖에 없었던 박근혜 후보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많은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약속이었다. 그럼에도 적당한 포장으로 공약을 철회하는 것은 선거가 끝난 뒤 안면을 바꾸는 정치 행태의 문제를 떠나, 공약을 믿고 투표한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인 셈이다. 그리고 장애인의 소외된 삶에 희망을 주기는커녕, 희망 고문으로 그들을 다시 한 번 방치해 버렸다는 사실을 박근혜 정부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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