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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법안', 주택공급 개선논의 물꼬 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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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법안', 주택공급 개선논의 물꼬 트나?

여론은 일단 긍정적…공공기관 재정충당이 관건

한나라당이 29일 진통 끝에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주택공급 방식을 뿌리부터 바꿔 아파트를 반값으로 분양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한 여론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반값 아파트 분양'이란 '구호'의 호소력이 큰 탓이다.
  
  아파트 반값 공급 가능한 '홍준표 안'
  
  '대지임대부 분양주택법안'은 글자 그대로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공급 방식을 의미한다. 현재의 주택공급은 토지와 건물을 함께 분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법안의 아이디어는 현재의 아파트 거품이 택지비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높은 택지비가 고분양가를 불러오기 때문이라면, 택지를 분양하지 않고 임대하면 그만큼 분양가가 낮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대부분의 아파트 분양가 중 절반 이상이 택지비라는 점은 이 법안이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법안의 발의자인 홍준표 의원이 집값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긍정성을 인정하면서도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미 대지임대부 분양 방식은 영국,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와 태국, 싱가포르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공공기관 재정부담 방안 마련돼야
  
  이 방안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영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택지를 개발하는 공공기관의 재정부담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현재는 공공기관이 택지를 개발해 민간 사업자에게 팔면 그만큼 재정이 충당되지만, 택지를 팔지 않고 임대할 경우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상상을 넘어선다.
  
  물론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토지 임대료로 매월 일정 금액씩을 공공기관에 지불하게 되지만, 공사에 들어간 비용이 모두 회수되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주택공급 방식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특단의 재정충당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의 재정충당 방안이 없으면 이번 법안이 내놓고 있는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재정충당을 위해 연기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이 법안은 공공택지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이 법안은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모든 아파트를 다 대지임대부 방식으로 분양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아니다.
  
  법안에 따르면,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규모는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유보해 놓고 있다.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주택 중에서도 대지임대부 분양이 안 되는 물량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공급제도 혁신 가능할까?…한나라에 선수 뺏긴 우리당 대응 주목
  
  그럼에도 이 법안은 일단 여론의 광범한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오던 한나라당이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당의 일각이나 민주노동당 등에서도 이 법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이 법안이 현재의 왜곡된 주택공급제도에 파열구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공공택지 개발과정을 보면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택지를 조성한 다음 그것을 민간 사업자인 시행사에 팔고, 시행사는 또다시 대형 건설업체에 주택 공사를 맡긴다. 경우에 따라 이 과정은 4~6 단계를 거치기도 한다. 이런 다단계 구조는 고분양가를 초래하는 핵심 이유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주택공급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점을 알면서도 제대로 처방을 내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자칫 건설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대지임대부 분양이 본격화되면 대부분의 중소형 건설업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한 관계자는 "'홍준표 안' 자체에는 보완해야 할 대목이 많지만, 일단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왜곡된 주택공급제도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장을 열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 건설업체나 정부 내 일부 부처의 조직적 반발을 극복해낼 정치력을 정치권이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단 한나라당이 홍준표 안을 당론을 채택함에 따라 주택공급방식에 관한 한 여당을 앞질러 개선책을 내놓은 셈이 됐다. 한나라당에 선수를 빼앗긴 열린우리당이 어떤 새로운 방안으로 대응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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