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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이후, 북에 대한 위험한 삼단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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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이후, 북에 대한 위험한 삼단논법

[주간 프레시안 뷰]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와 '만능의 보검' 핵무기가 결합한다면?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지난주에 이어 북한 문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지난 12월 12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 18호에서 주로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그 배경을 짚어봤다면, 이번에는 외부의 반응과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는 순서를 갖고자 합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북한의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3단 논법이 국내외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장성택의 처형은 북한 내 권력 투쟁의 결과이다 → 김정은 체제는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 김정은 체제는 내부 불안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는 식으로 말이죠.

먼저 박근혜 정부가 매일같이 '북한 도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16일 장성택 실각 사태 이후 처음으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무모한 도발과 같은 돌발상황도 배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만반의 대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로 "한반도 안보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설 NSC 사무조직을 설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앞서 국정원은 국회 보고를 통해 북한이 핵물질 생산 증대에 노력하고 있고, 동창리 발사장에서 여러 차례 미사일 엔진 실험을 했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공격형 헬기 60여 대와 다연장포 200문을 집중 배치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도발 위협이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도발'하면 국방부도 빠질 수 없겠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2월 17일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시점까지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이뤄지는 북한의 철권 공포정치는 계속 갈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 내부의 불안요소와 군부의 과도한 충성 경쟁으로 인한 오판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도발이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는데요. 왜 1월에서 3월 사이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방 책임자로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앞서 간 발언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외교부도 거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의 협의 차 워싱턴을 방문한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도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과거 내부적으로 불안정성이 증대될 경우 외부의 위협을 고조시켜 내부적인 것을 관리해나가는 경우가 있었다"며 도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도 "장성택을 숙청한 북한이 내부의 동요를 외부로 돌리기 위한 여러 조짐이 보인다"면서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 징후가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쯤 되면 '북한 도발 가능성'이 가히 범정부·여권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러한 배경에는 안보 정국을 조성해 국정원과 국방부 등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선거 개입에 물타기를 하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점증하는 비판을 무마하려는 국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성택 실각이 국정원 개혁에 대한 반대 논리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기 전 재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은 이날 재판 및 즉결처분을 전하면서 위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북한에서 무슨 일만 벌어지면, 북의 대남 도발 가능성과 연계시켜 사고하는 데에는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로켓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거나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 도발을 할 때마다 북한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도발한 것이라는 주장은 예전부터 크게 유행해왔습니다. 2013년 올해 초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김정은이 내부 불만, 특히 군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핵실험을 하고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는 것이죠. 북한 도발의 '내인론(內因論)'인 셈인데요.

그러나 이러한 내인론은 막연한 추측에 기반을 두고 있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부터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 체제 불안정론은 김정은 체제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와도 맞지 않지 않고요. 또한 김정은이 군부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면, 군 수뇌부 인사들의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군부에 이익에 반할 수 있는 노동당의 정상화 및 내각중심제를 강조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이처럼 북한의 도발 원인에 대해 내인론에 경도될 경우, 현 정세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합리적인 대북정책의 함의와 과제를 추출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북한의 도발적 언행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미 양국과 북한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다는 관점이 내인론보다 더 유용할 것입니다.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도 주목됩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12월 15일 ABC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This Week)>와 한 인터뷰에서 "(장성택) 사건은 사담 후세인이 비슷한 짓을 저지르던 동영상을 떠올리게 한다"며 김정은에 대해 "난폭하고 무자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같은 인물의 수중에 핵무기가 있는 것은 훨씬 더 용납하기 어려워졌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모색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CNN과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매우 비정상적 행위를 할 인물이며 만일 '장난감'이 주어진다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말한 장난감은 핵무기를 의미하겠죠.

어떻게 표현하든 김정은 체제가 핵무기를 늘려나가는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커지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꺼리는 분위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고위 관료는 "현재 미국 당국자들 가운데 상황관리 차원에서 북한과 대화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며 "한·미 양국 모두 지금으로서는 북한과 대화하기가 이르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미국 당국자들이 대(對)이란 제재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고 북한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제재 메커니즘을 만들어나가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을 종합해볼 때, 내년 초의 상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북의 대남 도발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국면 전환용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계속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장성택 처형에 대한 남측의 태도를 "특대형 도발"이라고 비난했던 김정은 체제도 대남 비방을 이어갈 공산도 있고요. 국방비 삭감에 직면한 미국의 펜타곤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이용하려고 하겠죠.

특히 우려되는 것은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과 북한의 반발이 맞닥뜨릴 2·3월의 정세입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계속하면서 이들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훈련 내용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가 '공개적으로' 포함되면 북한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체제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판단, 위험하고 잔악한 김정은의 핵무기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판단이 주류를 이루면 훈련의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죠. 북이 위험할 것이라는 예단이 북을 더욱 위험한 자세로 몰고 가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실현되는 것이죠.

물론 내년에도 큰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를 기피하고 북한을 계속 궁지에 몰려고 하면 할수록 잠복된 위기의 크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피포위(被包圍) 의식(siege mentality)'과 '만능의 보검'이라는 '핵무기 증강'이 맞물릴수록 김정은 체제의 위험성은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 국무부와 정보기관에서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다뤘던 조셉 디트라니(Joseph R. DeTrani)는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진짜 위험'은 북한의 핵무기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북한과의 협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라고 주장하는데요. "대화를 통해 최소한 북한 지도부의 비핵화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북한 내 변화 가능성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거죠. 디트라니는 아울러 6자회담 본회의에 앞서 수석대표들이 예비회담을 열어 북한에 대해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North Korea's Irrational Approach to Diplomacy—Is There Any Hope?)

CIA 한국지부장과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Donald P. Gregg)의 충언도 경청할 만합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글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만이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며 하루빨리 미국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는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전 60주년을 지나 61년째를 향해 가고 있는 오늘날, 그레그의 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 Talking to the North Koreans is the only way 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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