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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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주에 가장 이목을 끄는 뉴스는 북한의 2인자이자 김정은 제1비서의 후견인으로까지 알려졌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실각 여부 및 측근들의 공개처형조차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또 다시 오버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팟캐스트 <진짜안보>에서 심층적으로 진단해봤는데요. <프레시안> 분석 글과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팟캐스트 <진짜안보>)
(☞ 장성택 실각, 김정은 1인 통치 강화되나?)
제가 이번 주에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의 대외 전략 변화'입니다. 지난주에 중국이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중국의 대외전략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중국은 줄곧 '평화발전'론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부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무마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징후는 중국이 보다 공세적으로 대외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진단을 가능케 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ADIZ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ADIZ 선포의 의도를 분석하기 전에 대다수 국내 언론이 간과하고 넘어간 문제부터 짚어보자 하는데요. 2013년 4월에 발표된 <2012년 중국의 국방백서>에 '선제 핵무기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중국은 1998년 이후 2년마다 국방백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선제 핵무기 불사용 정책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신 인민해방군의 제2포병(중국의 핵전략 담당 부대) 부대는 "주요하게는 타국이 중국에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것을 억제하고, 핵 반격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만 기술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예전에 비해 핵전략에 대한 설명의 비중이 줄어들어 빠진 것일 뿐, 중국의 핵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하버드 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장후이는 중국이 선제 핵무기 불사용 정책을 철회했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의 핵 태세는 선제공격을 가하기에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선제공격보다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이동식 발사대와 지하 격납고 확보에 치중하고 있으며, 재래식 군사력 증강으로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 No-First-Use Policy Promotes Nuclear Disarmament)
그러나 다른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1964년 핵실험에 성공하자 마오쩌둥 주석은 "중국은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후 역대 중국 정부도 이러한 방침을 거듭 확인했고, 이 정책이야말로 다른 핵보유국과 차별되는 중국의 자랑거리처럼 강조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진핑 등장 이후 단지 분량상의 이유로 선제 핵무기 불사용 정책을 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의도적인 모호성'을 선택했을 공산이 큽니다. 미국 국방부의 <2013년 중국 군사력에 대한 연례 보고서>에서도 중국의 핵전략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지요.
이와 관련해 시진핑의 2012년 12월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공산당 총서기 및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된 직후 제2포병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핵무기 선제 불사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중국의 핵전력은 "중국의 강대국 지위의 전략적 기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핵전력은 미래의 안보 환경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강력하고도 기술적인 미사일 전력을 구축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중국 지도자가 안보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왜 선제 핵무기 불사용에 대한 언급 없이 핵무기의 역할을 강조한 것일까요? 미국의 핵전문가인 제임스 액튼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국방 관계자들은 미국이 언젠가 중국의 장거리 핵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재래식 공격 능력과 MD를 구축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이 MD를 등에 업고 재래식 무기로 중국의 핵무기를 공격할 것이라고 중국이 결론 내리면, 중국은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핵무기를 잃기 전에 먼저 쓴다"는 냉전 시대의 핵전쟁 논리에서 중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죠.
(☞ Is China Changing Its Position on Nuclear Weapons?)
▲ 한국(초록색)과 일본(주황색)의 방공식별구역(ADIZ)은 1951년 미국 군에 의해 선포된 후, 유지돼 왔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11월 23일 일방적으로 새로운 ADIZ(보라색)를 선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중국의 ADIZ에는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받고 있는 '이어도'와 중일 간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센카쿠-다오위다오'가 포함되어 있다. ⓒ국방부 |
중국이 11월 23일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도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변하고 있다는 유력한 징후로 읽히고 있습니다. 인민해방군은 이전에도 ADIZ 선포 필요성을 요청했지만, 후진타오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8월에 이미 ADIZ를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베이징대의 쟈칭궈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ADIZ 공포를 승인한 데에는 센카쿠-다오위다오 분쟁에 대한 중일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는 12월 3일 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 섬들이 분쟁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자국 영토로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ADIZ 선포는 "중국이 일본으로 하여금 그곳에 분쟁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은 중국 군항기가 센카쿠-다오위다오 상공에 진입할 때마다 외교적 항의와 군사적 대응에 나서왔는데, 중국의 ADIZ 선포로 '게임의 법칙'을 재구성하게 되었다는 의미이죠.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시진핑은 ADIZ 선포 방침을 8월에 내부적으로 정해놓고는 타이밍을 저울질했을 공산이 큽니다. 일본은 지난 9월 센카쿠-다오위다오 상공에 진입하는 중국의 무인항공기에 대해 요격을 비롯한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자 중국 국방부는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우리는 결정적인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지요. 또한 10월에는 미일간의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센카쿠-다오위다오가 미일동맹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재천명하자 중국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거듭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하순에 ADIZ 선포를 통해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는 거죠.
그러나 중국의 ADIZ 선포는 센카쿠-다오위다오 영유권 분쟁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홍콩 주간지 <아시아 위클리>는 중국의 ADIZ 선포를 "해공(海空) 전략의 중대한 돌파구"로 일컬으면서 "중국은 더 이상 다오위다오나 동중국해의 가스 유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1 열도선을 돌파해 대양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제1열도선(중국명 도련선)은 일본 남쪽 류큐 군도-타이완-필리핀-말레이시아-말라카해협을 연결하는 선으로, 냉전 시대 중국 해군이 설정한 전략적 방어선입니다.
중국이 지금까지는 제1열도선을 방어하는 데에 급급했다면, 이제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이 선을 넘어 대양해군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 ADIZ 선포에 담겨 있는 전략적 목표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진핑의 발언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데요. 그는 올해 여름 "중국은 해양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대양해군을 구축해 서태평양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속내를 더 잘 보여주는 발언도 있습니다. 그는 2012년 2월 당시 부주석으로 있을 당시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광대한 태평양은 중·미 양국을 수용할 만큼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태평양을 지배하는 시대에서 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죠.
미국 정부도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행정부의 한 관리는 "이건(ADIZ) 단순히 섬들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며, "중국인들은 그들을 봉쇄하려는 우리의 시도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중국이 우리를 태평양 멀리 밀어내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월 2일 보도했습니다. 2011년 1월에는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이 중국의 장기적인 목표는 미국을 "제2 열도선까지 밀어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요. 제2 열도선은 괌과 사이판에 다다를 정도로 제1 열도선보다 훨씬 동남쪽의 태평양 해역에 설정돼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밀어내기와 미일동맹의 버티기가 대립하고 있는 양상인데요. 이러한 갈등이 G2 시대의 성장통으로 끝날지, 아니면 더 큰 갈등의 예고편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사이에 낀 한국의 지혜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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