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 교장선생님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습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론가로 등단했고, <객석>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에 예술평론과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이후 KBS와 MBC에서 음악프로그램 전문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MBC FM의 <나의 음악실> KBS FM의 <KBS 음악실> <출발 FM과 함께> KBS의 클래식 프로그램 <클래식 오디세이> 등의 구성과 진행을 맡기도 했으며, 요즘은 평화방송의 <FM 음악공감> 중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인 <SPO>의 편집장이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는 <클래식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 <보면서 즐기는 클래식 감상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등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오페라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대학 3학생 때인 1977년, 단성사에서 <겨울여자>라는 영화를 개봉했습니다. 조해일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그렇고 그런 통속영화였는데, 서울 인구가 600만이던 당시 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 저도 그 56만 명의 대열에 끼어서 영화를 보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짐짓 순진함을 가장한 여배우의 가식적인 연기와 목소리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기억만 납니다. 옛날 한국영화의 여주인공들은 정말 가증스럽게 내숭을 떨었거든요.
오페라를 얘기하는데 웬 뜬금없이 <겨울여자>냐구요? 왜냐하면 이 영화에 유명한 오페라 합창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바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인데요, 사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이런 곡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 세대 사람들에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으면 대부분 <겨울여자>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얘기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여자>는 한국의 중년세대에게 오페라 합창곡의 백미를 알려준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나부코>는 기원전 6세기 바빌론을 통치한 '네부카드네자르'의 이탈리아식 이름입니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유대왕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통해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수많은 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잡아왔지요. 이후 유대인들은 근 2,000년 동안 이 나라 저 나라를 유랑하며 살았는데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이들이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고향을 그리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베르디는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의 압제에 항거하는 애국운동이 한창일 때 이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방대한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무대를 마음껏 구사하며 유대왕국 몰락의 역사를 재현한 베르디의 오페라는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오페라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게 된 배경에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도 한 몫을 했습니다. 폭군의 지배 하에서도 민족의식과 신앙심을 잃지 않았던 유대민족의 이야기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 사람들의 애국심에 불을 댕겼던 겁니다. 그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가거라. 그리움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었지요. 관객들이 "비바! 베르디!"를 외치며 난리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제가 오페라 강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장황하게 <나부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오페라가 단순히 음악만으로 존재하는 예술장르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 아래에서 <나부코>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오페라는 시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페라를 통해 한 시대를, 그 시대의 역사와 사회상, 인물, 사상은 물론 심지어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과 이데올로기까지 알 수 있습니다.
오페라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입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작가나 작곡가가 완전히 허구로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고, 유명한 문학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 이야기, 아니면 유명한 영화나 춤, 그림, 조각과 같은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멋진 음악과 무대, 연출, 연기가 더해지면서 비로소 총체예술인 오페라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줄거리만 따라가서도 안 되고, 음악만 들어서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요.
이번 학기 주제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세 거장입니다.
오페라는 음악과 문학, 미술, 연극, 춤의 종합예술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오페라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공부한 만큼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보답할 겁니다.
새해 강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2011년 새해 강의는 2, 3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총 8강으로 열립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세 거장, 베르디/푸치니/로시니를 만나다>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발상지지요. 1597년 최초의 오페라 <다프네>가 이탈리아의 베니스에서 선보인 후, 수많은 오페라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탈리아 오페라는 19세기에 이르러 세 명의 걸출한 오페라 작곡가의 등장과 더불어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로시니와 베르디, 푸치니였지요.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생생하게 묘사한 로시니, '피끓는 멜로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그린 베르디, 오페라의 소재를 소박한 민중의 삶 속으로 끌어들인 푸치니, 오페라의 발전에 이 세 사람의 거장이 끼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새봄 오페라학교에서는 이 세 거장의 대표작들을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모두 너무나 귀에 익은 유명한 작품들이지요. 그래서 신선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 유명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만큼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이번 학기에 그 걸작들을 만나 보겠습니다.
제1강[2월1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파리 사교계의 꽃 비올렛타와 평범한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전형적인 멜로물입니다. 우리나라 일일연속극에 자주 등장하는 그렇고 그런 줄거리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오페라가 걸작으로 꼽히는 것은 물론 베르디의 탁월한 음악 때문입니다. 베르디의 특기인 피끓는 멜로 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2강[2월8일] 푸치니의 <투란도트>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로 그의 창조력이 최정점에 이르렀을 때 작곡한 걸작입니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중국이고, 시간적 배경은 전설시대이지요. 남자에게 증오를 품고 있는 중국 공주 투란도트가 청혼하는 왕자들에게 세 개의 수수께끼를 그것을 풀지 못하면 곧바로 교수형에 처하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나중에 칼라프 왕자가 수수께끼를 풀고 공주와 결혼하게 되는데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인 만큼 음악적으로 동양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칼라프 왕자가 시원한 테너로 뽑아내는 <공주는 잠 못이루고>로 유명한 오페라지요.
제3강[2월15일]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로시니의 대표적인 희극 오페라입니다. 후견인 바르트로의 감시를 받고 있는 아름다운 처녀 로지나와, 그녀를 한 눈에 보고 반한 알마비바 백작, 온갖 계략으로 로지나와 알마비바 백작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애쓰는 이발사 피가로가 중심인물입니다. 시기적으로는 먼저 쓰여졌지만 내용적으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이 작품의 후속편이 되지요. 시종일관 풍자와 해학이 흐르는 아주 유쾌한 오페라입니다.
제4강[2월22일] 베르디의 <아이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입니다. 이집트에 포로로 잡혀 있는 이디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그녀를 사랑하는 이집트 장군 라마데스, 그리고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오페라는 음악도 훌륭하지만 호화찬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이집트 왕실과 군대의 위용을 보여주는 개선의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제5강[2월29일] 푸치니의 <토스카>
프랑스 작가 사르두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입니다. 주인공은 토스카는 오페라 가수인데 그녀에게는 카바라도시라는 화가 애인이 있습니다. 로마의 총독 스카르피아 남작은 토스카를 손에 넣으려고 그녀의 애인 카바라도시를 잡아 가둡니다. 토스카는 남작을 죽이고 사형집행수를 매수해 카바라도시에게 공포탄을 쏘도록 하지만 카바라도시는 진짜 총탄을 맞고 죽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모두 죽는 것으로 끝나는 비극 오페라인데요,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와 사형을 앞 둔 카바라도시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이 유명합니다.
제6강[3월7일] 로시니의 <랭스로 가는 길>
이 오페라는 1825년 프랑스 왕 샤를 10세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한 일회용 축전극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대관식이 열리는 랭스로 가기위해 한 온천장에 모여든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러시아의 남녀 귀족들 사이에 갖가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마차를 구하지 못해 모두 대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오페라가 끝난다는 겁니다.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한 오페라의 결말이 아무도 대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라니. 로시니의 유머 감각이 보통은 넘지요?
제7강[3월14일]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트로바토레는 중세 파리에서 활약했던 음유시인을 의미합니다. 배경은 15세기 초 스페인. 오래 전 영주의 명령으로 자기 어머니가 화형에 처해지는 비극을 경험한 집시여인 아주체나의 치밀한 복수극을 그린 작품으로 집시들이 부르는 <대장간의 합창>이 유명합니다.
제8강[3월21일] 푸치니의 <라 보엠>
민중의 삶을 그린 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작입니다. 가난한 시인 로돌프와 다락방에서 수를 놓고 살아가는 가난한 처녀 미미를 중심으로 로돌프의 친구인 음악가 쇼나르와 철학자 코르리네, 화가 마르첼로 그리고 그의 애인 뮤제타의 보헤미안적 삶을 그린 작품이지요. 어둠 속에서 열쇠를 찾던 로돌프의 손이 미미의 손과 닿았을 때 부르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 미미가 자기를 소개하며 부르는 <내 이름은 미미>처럼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소박한 느낌을 주는 서정적인 오페라입니다.
이번 강의는 서울 강남구 무지크바움(강남구 신사동 609 이소니프라자 802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로 나와 뒤로 돌아가면 파리바게트와 파스구치, 기업은행이 있는 건물이 나오고 그 건물 뒤편 대각선 방향으로 독도참치가 있는 빌딩 8층)에서 열립니다. 자세한 문의와 참가신청은 인문학습원 홈페이지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을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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