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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다운 겨울나라...<설악과 동해의 겨울연가(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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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다운 겨울나라...<설악과 동해의 겨울연가(戀歌)>"

[알림] 국토학교의 송구영신(送舊迎新) <설악-동해 특집>

국토학교(교장 박태순, 소설가)의 12월, 제28강은 <설악-동해 특집>입니다. 답사 키워드는 <저무는 해의 전송, 한 해의 마무리>. 12월 10일(토)과 11일(일)의 1박2일로, 청정(淸淨)의 공간을 찾아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성찰 시간을 갖는 요산요수(樂山樂水) 일정입니다.

10일(토), 서울을 떠나 내설악 백답사 일대를 탐방하고 미시령을 경유해 속초 동명항 영금정을 산책한 후 설악동 자유 트레킹에 나섭니다. 11일(일)에는 동해 해돋이와 양양 오산리 선사유적지 답사, 경포대 일대 산책, 강릉 선교장 탐방과 대관령 <양떼목장> 산책으로 이어집니다.

박태순 교장선생님은 답사지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봄철의 상춘, 여름철의 피서, 가을철의 단풍, 겨울철의 설경 스키로 사시장철 방문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속초에서 강릉에 이르는 동해안과 백두대간 지역은 내외국인 가림 없이 '여행특구'의 명소가 되고 있다. 한국인(내국인)의 외국여행을 '아웃바운드'라 하고, 외국인의 한국 나들이를 '인바운드'라 하는데 대하여 내외국인이 함께 즐겨 찾는 곳은 '인트라바운드'라 하거니와 그러한 명성의 일번지로서 단연 꼽히는 곳이다.

국토학교는 이 지역을 여러 차례 지나 다녔으나 <설악-동해 특집>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겨울에 찾아가려 하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스키를 타려 한다거나 동계올림픽 개최지 눈요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겨울다운 겨울나라, 설국(雪國)의 소망을 새겨보아야 할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눈 설(雪)에 멧부리 악(嶽)을 붙인 설악은 겨울이라야 더욱 장관을 보여주는 산악인 데다가 히말라야의 설산이 그러하듯 웅숭깊게 대자연의 위용을 갈무리한다. 동해 또한 겨울 바다여야 할 까닭이 있는데 저무는 해를 전송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해 뜨는 바다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 겨울이라야 더욱 장관을 보여주는 설악산Ⓒ인제군

동해를 지켜주는 관문의 고장 관동(關東)…, 백두대간의 영마루를 넘어서야 닿던 영동(嶺東)…. 서울∼춘천∼홍천 연결의 고속도로가 내륙지대와 이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이 되게 한다. 여행문화도 계속 변모되고 있다. 매월 1회 이상 등산하는 이를 산악인의 범주에 넣을 적에 그 전체 인구는 1천5백만 명에 달한다 하고 저들이 자주 찾는 산은 북한산-설악산-지리산의 순서라 하는데 설악이 성큼 다가오는 중이다.

아울러 예쁜 고래를 만날 수 있으리라 하던 동해를 찾아가자면 3등 완행열차를 타고 하루 종일 걸려야 했던 찌든 삶의 기억을 이제는 지워버릴 수 있을 만하게 되었다. 교통지리학의 하드웨어 변화에 따라 환경지리학의 소프트웨어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 특권 행락 투어 지역이던 곳을 누구나의 투어로 개방하고 어떤 면에서는 해방을 시키는 <신(新)관동별곡>을 어찌 불러볼 수 있을까.

<알피니즘>은 1820년대 무렵 알프스 산의 등산을 전문산악인의 새로운 산악문화로 체계 잡으면서부터 생겨나게 된 용어였다. 한국에는 192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러한 '근대문화'가 소개되어 백두산, 금강산, 한라산 등의 새로운 알피니즘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산악회>는 1945년 9월 15일 창립되었는데 이미 '국토운동'의 사명감을 갖고 태어났다. 국토구명(救命), 국토녹화, 학술조사, 자연보호, 산악정화, 등산기술지도, 산악조난구조, 해외원정등반 등의 목표를 세워 국토운동에 앞장서오는 공적을 쌓는다. 1954년에는 설악산 종합학술등반을 하였는데 '산사람'의 설악을 '산악인'의 설악으로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된다.

1970년 3월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설악은 한국 알피니즘의 본산이 되어온 '절세가경(絶世佳景)'의 골산(骨山)이다. 산악인이면서 시인인 김우선씨는 <산중미인>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설움 밖에 남은 것이 없던 왕년의 맨발의 청춘들에게 설악은 그야말로 '청춘산맥'이었고 능히 짝사랑 구애의 절세가인이었다.


등산 인구의 확대, 등산 장비의 발달, 암벽(및 빙벽) 등반의 대중화와 함께 해외 등반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도 설악산 알피니즘을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등산 루트가 정비되고 새로 개척되기도 하는데 내설악의 백담사∼마등령∼대청봉, 외설악의 비선대∼양폭∼대청봉 코스와 함께 한계령(남설악)의 오색∼설악폭포∼대청봉 등산로가 새롭게 각광을 받는다. 그리고 공룡능선 코스, 12선녀탕 코스, 울산바위 코스를 비롯하여 토왕성폭포, 대승폭포 등의 암벽 및 빙벽 클라이밍도 이미 대중화되어 있다. 

산악숭배와 산악신앙은 고래로부터 천손족(天孫族) 후예들에게 유별난 것이었거니와 금강산과 설악산이 대비된다. 설악산은 전통시대에 유-불-선 합류의 성산(聖山) 역할에서 금강산보다 빼어난 쪽은 아니었으나 가령 신라의 고승 자장이라든가, 도의 선사와 일연 스님, 김시습에서 한용운에 이르는 이들의 설악 인연에서 보듯이 미약하기만 하였던 것도 아니었다.

오늘의 설악산은 유-불-선 합류의 전통 산악사상을 계승하면서 근대 알피니즘의 명산(名山)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는데 이로부터 다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알피니스트의 설악에서 남녀노소 모두가 찾고자 하는 녹색장원 지역으로 탈바꿈되는 중이지만 과연 올바르게 전개되어 진행되고 있느냐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설악과 동해의 시민문화시대…, 인트라바운드 명소를 보다 쾌적하게 디자인하려는 관광인프라도 정비되어 가는 중이고 시민들의 산악 에티켓도 차츰 세련되어가고 있으나 지자체 행정관료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의 생태-환경 불감증은 구태의연인 듯 하기만 하다. <강원도의 힘>(1998년)이라는 영화는 속물 인간들이 레저관광지대에서 벌이는 타락 현상을 묘파한 것이었는데, 설악-동해 일대의 오염과 공해는 이미 염려스럽기만 하다.

연말연시의 절기에 거든한 몸과 비운 마음의 송구영신 나들이는 화려하다거나 요란한 것일 수 없다. 12월 10일(토)과 11일(일)의 1박2일 여로이지만 잡답(雜沓)에서 벗어나 청정(淸淨)의 공간을 찾고 송구영신의 성찰 시간을 갖는 요산요수 행차이다. 내설악의 7km 백담사 계곡은 외부의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고 마을버스로 이동하거나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데 겨울의 차가운 맑음에 휩싸여 있다.

대청봉에서 흘러내리는 담(潭)이 1백번째 되는 곳에 세운 사찰이어서 <백담>이라는 호칭을 얻었다는 속설을 믿고 싶을 만큼 이 지역을 마냥 성역화 상태로 남겨두고 싶다. 한때 세속이 오명(汚名)시킨 바도 있기에 출세간(出世間)의 공간에서 탈속인간의 야성(野性)을 찾고 야인기질을 키우고 싶기도 하다.

미시령은 내설악-외설악-남설악에 이어 북설악의 수려함을 들키게 한다. 속초는 남쪽의 청초호와 북쪽의 영랑호를 갈무리하는 호반도시이면서 동명항, 아바이마을, 대포항을 간수하는 항만도시인데 바다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는 동명항의 영금정(靈琴亭)에서 신령스런 거문고 소리를 내는 겨울바람을 쐰다.

그리하여 외설악의 설악동으로 들어간다. '자유 트레킹'의 기회를 갖는다. 비선대 코스/ 흔들바위 코스(울산바위까지 등산하려는 것은 과욕)/ 권금성 케이블카 코스(기상조건에 따라 운행되지 않을 수도 있음)/ 비룡폭포 코스 중에서 자유 택일을 하여 왕복 3시간가량 '산인(山人)'이 된다. 설악동 일대는 '산악문화 해방구'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명소 가꾸기의 구색을 어찌 갖추어놓고 있으며 나 자신 어떻게 호응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이 시대의 투어리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저물녘에 대포항에서 자유식의 식사 시간을 가진 다음에, '동해와 설악이 맞닿은 아름다운 풍경'이라 하는 울산바위 바깥쪽의 설악테마파크에서 숙박을 하는데 새벽 해돋이 장관을 조망할 수 있다(12월 11일의 일출시간은 07시 31분).


▲ 설악산 입구, 7번 국도변의 <설악해맞이공원>Ⓒ속초시

<동해에 가서 부처가 되지 못하는 바보도 있는가> 하고 시인 고은은 <절을 찾아서>라는 기행문집에서 읊은 적이 있다. 동해 자체가 부처이고 관세음보살이라 하는데, 동해 구도행(求道行)과 두타행을 달리 찾아보고 싶다. 양양 남대천은 연어의 모천(母川) 회귀가 지금껏 이루어지고 있는 하천인데 그 하류의 삼각주 유역 일대가 <오산리 선사유적지>로 지정되어 있다(사적 394호).

BC 8~6세기 무렵의 수렵채집 생활인들의 유적과 유물들이 1977년에 발굴되었는데 특히 '덧무늬토기'는 중국 흑룡강성 일대와 일본 큐슈 지방에서 발굴된 것과 상통되는 것이라 했다. '해 뜨는 동쪽의 신천지'를 찾아가는 신석기인들의 이동루트를 추적해볼 수 있게 하는데 이곳 손양면 오산리에서 유라시아 대륙과 일본 열도를 도리어 한 눈에 넣어 '환(環)동해권'을 조망해 보고 싶다.

<겨울의 꿈>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아직 비포장이던 7번국도의 느림보 여로를 몇 차례 순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의 동해안도로는 한 겨울철에도 적막하기 보다는 소란스럽다. 설한풍의 피난처로서는 관동8경 중에서 제3경에 해당된다 할 낙산사와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제4경의 경포호수를 우선 꼽게 되는데 누대인 경포대에는 정작 올라가는 이들이 드물다. <관동별곡>의 여러 명승들을 한꺼번에 경포대의 겨울바다 풍경 속에 모으기로 한다.

아울러 해빈(海濱)과 사구(砂丘)를 사색하며 걷는다. 여행지 중에서는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항상 눈에 밟히어 계속 가고파 하는 곳이 있는데 겨울 경포 해안은 되풀이하여 들러보아도 항상 새롭다. 명승지는 인간들의 스토리텔링을 쌓아 놓아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어서 선교장(船橋莊)을 찾는다. 강릉은 고급문화를 생산할 능력과 이를 영위해낼 문화 환경을 지녀오고 있었다. 경포호 전망의 우수한 자연환경을 건축환경으로 끌어들여 탁월한 문화공간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바깥마당의 연못 조경과 활래정(活來亭) 정자, 사랑채의 열화당(悅話堂), 안채의 동별당(東別堂)은 전통 법식(法式)을 준수하여 이루어진 조선건축술의 걸작이며 강릉 선비문화의 높은 풍격을 알게 해준다.

대관령 옛길을 따라 영마루에 있는 <양떼목장>을 귀로에 들른다. 관광목장으로 탈바꿈시키어 1.2km의 산책로를 조성해놓고 있는데 해발 9백m 내외의 고원에 널찍이 마련해놓은 초지와 방목의 양떼가 이색적인 관광상품이 된다. 주변의 산록에도 여러 리조트 시설들이 갖추어져 국토의 산악환경을 이용한 서비스산업과 스포츠산업 진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산악축제와 바다축제 및 민속축제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가령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강릉단오 축제의 콘텐츠를 동계올림픽을 통해 어찌 세계화시킬 것인가 하는 과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국토의 골간(骨幹)을 이루는 대관령 위에서 깊게 숨 쉬고 넓게 멀리 천하를 바라보아야 하리라.


국토학교 제28강의 자세한 일정은 11월 중순에 알려드립니다.

국토학교 12월 참가비는 20만원입니다(교통비와 숙박비, 4회 식사, 입장료, 여행보험료, 강의비,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홈피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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