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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쇄신, 대통령이 못하면 밑에서 움직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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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적쇄신, 대통령이 못하면 밑에서 움직여야"

위기의식 엄습한 한나라, 해법은 제각각

12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는 참석자들의 계파를 막론하고 '긴장감'이 역력했다. 전 세계적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지배한 것.
  
  차명진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GM 대우 10일간 문을 닫는 얘기가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긴장하는 분위기였다"며 "조심 수준이 아니라 IMF 직후의 대응과 같은 것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의에선 여권 인적쇄신 필요성이 다시 언급됐다.
  
  "위기의 그림자가 예상보다 빠르고 크다"
  
  
이날 회의에서 정몽준 최고위원은 "금융위기와 동시에 실물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그 그림자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크게 세계경제를 엄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고위원, 중진의원들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대변인에 의하면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은 "경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그날 그날 상황을 점검하고 바로 대응할 시스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종근 의원은 "은행의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데 이를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이는 이미 기획재정위에서 필요성이 많이 제기됐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내지 않고 있으니 촉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근 의원과 김영선 의원은 현재 기업 대출의 어려움과 관련해 "창구에 부실 대출의 책임이 있는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을 같이 했고, "부동산 담보 가계 대출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걸 정부가 일괄 보증하는 식으로 하든, 가계 대출 안정화해서 기업 대출 숨통 틔워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시국'이라는 인식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계파와 처지에 따라 해법에 대해선 견해차를 노출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당과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거나 집행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오는 14일 정책위원회 소속 인원 모두가 현장에 나가 그간 취했던 금융시장 대책, 중소기업 대책, 부동산 관련 대책, 유가대책 등의 현장 집행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집행체계의 재정비를 강조했다.
  
  하지만 박종근, 김무성, 이윤성 의원 등 친박 내지 중립계 의원들의 상황인식은 달랐다. 이들은 "전반적인 체제 측면에서 윗물과 아랫물을 바꾸는 그런 식의 흔들기를 할 필요가 있다"며 "미증유 위기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여권의 쇄신을 주문했다.
  
  이윤성 부의장은 특히 '셔플(Shuffle, 뒤섞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인적쇄신을 할 부분은 하고, 바꿀 때가 되면 바꿔야 된다"면서 "정부가 시장을 잘못 읽고 있으면 당이 건의를 해야하는데 지도부는 목에 힘만 주고 앉아 있고, 대통령이 못하면 밑에서라도 움직여야 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 교체 등 개각 요구를 일축했지만 한나라당 내에선 인적쇄신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애초에 연말 개각의 불씨를 키웠던 홍준표 원내대표 등 주류 일부는 청와대와 교감하에 잠잠해졌지만 그 바통을 비주류가 이어받은 셈.
  
  또한 친박계 뿐만 아니라 중립으로 분류되던 의원들도 입을 열기 시작하는 상황은 '월박(친박으로 넘어오다)' '복박(친박으로 복귀하다)'는 신조어를 실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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