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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도시철도 밀어붙이는 배경은?

서울시, 10개 추가 노선 발표…박원순 "친환경적 교통수단"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철도 교통망 확충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박 시장은 "철도가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며 "서울시 어디서나 10분 안에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2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설명회를 통해 경전철과 기존 지하철 연장 노선 등 10개 노선을 추진하고, 광역철도 3개 노선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이로써 서울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을 64%(철도+버스)에서 75%로 끌어 올려 연간 1조2000억 원의 도로혼잡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서울 도시철도 기본계획 노선도. ⓒ서울시


이번 발표는 2008년 수립된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5년 마다 재검토해야 한다는 법규에 따라 노선과 사업 방식을 재검토한 결과다. 서울시의 발표를 쟁점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 도시철도 더 필요한가

서울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런던, 파리, 도쿄, 서울 중 인구 1만 명 당 도시철도 연장은 서울이 0.31km로 가장 낮다. 런던은 0.57km, 파리는 0.43km, 도쿄는 0.40km다. 특히 도시철도의 교통수단 분담률은 타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버스를 제외한 도시철도의 교통수단 분담률이 도쿄가 86%, 런던이 65%, 파리가 58%인데 비해 서울은 36%에 불과했다. 서울은 타 도시에 비해 버스의 분담률이 28%로 도쿄(1%), 런던(8%), 파리(9%) 보다 월등이 높은 수준이다. 지하철 연장은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철도가 도심 구석구석을 커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계획은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에 방점이 찍혀있다. 박 시장은 "지도를 보면 도심과 강남 지역에는 빽빽하게 지하철이 배치돼 있는 반면, 서북권·동북권·서남권은 한 눈에 봐도 빈 곳이 많다"며 "지하철 이용이 불편한 교통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경전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해외 도시철도 수단 분담률. ⓒ서울시


2. 용인·의정부 경전철은 난리인데

'경전철'이라는 말을 들으면 적자 논란을 빚고 있는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박 시장은 "논란이 있지만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친환경적이고 이용이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인 것은 아무도 부인 못 한다"고 철도가 타 교통수단에 비해 우월함을 강조했다.

일단 수요 예측 재검증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용인 등의 경전철은 '미래' 수요 예측을 근거로 했으나, 서울시는 '현재' 수요를 근거로 했고, 2008년 조사 때보다 60~70% 정도 더 보수적으로 수요를 예측했다고 한다.

그 결과 동북선, 신림선, 면목선은 km당 1일 이용객이 1만 명이 넘는 수준으로 도쿄 유리카모메, 밴쿠버 스카이트래인, 보스턴 MBTA 그린 등 주요 도시 철도와 비교해도 수요가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도 서비스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경전철 망을 확충하기에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3. 민자사업, 9호선 논란 되풀이되지 않을까

박원순 시장은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터널 민자사업의 오류와 문제점을 교훈 삼아 민자사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자사업에서 논란이 됐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 방식은 폐지됐다. 서울시는 여기에 "이자율의 변동이 있을 경우 자금 재조달 요청이 가능하도록 협약서 상에 명문화하기로 했으며, 실수요가 예측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민간사업자의 수요 예측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업자 귀책사유로 인한 해지 시 지급금 지불요건을 협약단계에서부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업수익률을 금리 변동 등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정해 민간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지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들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요금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서도 "도시철도 요금(현재 기본요금 1050원)과 동일하게 책정하겠다"고 공언했다. 2008년 첫 계획 당시에는 신설 민자 노선의 요금을 차등화 할 수 있었던 점에 비추면 가장 큰 변화다. 박 시장은 "교통 불편을 감내해온 교통 소외지역 시민들에게 요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경우 차액 보전의 문제가 생긴다. 신림선의 경우 적정요금으로 1260원이 책정돼 있다. 210원은 서울시에서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민자사업자의 사업수익률을 하향 조정하면 서울시의 부담은 더 적어지는데, 서울시는 전체 노선의 차액 부담 비용을 300~50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교통본부 윤준병 본부장은 "시민들의 상대적 교통비 부담이 증가했을 때의 부담과 시에서 전체적으로 부담을 안을 때 편익을 계산해보면, 시민 개인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보다, 서울시에서 부담하는 것이 편익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향후 협상을 통해 민자사업자의 수익률을 낮추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서울시 전체의 도시철도 요금이 인상될 수도 있다. 일단은 민자 구간이더라도 요금은 동일하게 간다는 점은 분명하게 했다.

4. 민자사업자 수익률 하락, 누가 할까

'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MRG)으로 진행된 지하철 9호선의 민간사업자 수익률은 8.9%였다. '고수익' 논란이 일면서 MRG 방식은 폐지됐고, 수익률도 낮게 재조정되고 있다. 현재 신림선의 경우 수익률이 6%로 책정돼 있는데, 서울시는 더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민간 투자 유치는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윤준병 본부장은 "서울시에서 제시하는 내용들이 시장에서 외면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에 4% 수준만 되도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5. 빚더미 서울시, 무리하는 거 아닌가

서울시의 부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리한 개발 사업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시장은 "채무 감축은 이번 계획과 상관없이 계속 추진된다"며 사업 의지를 확고히 했다.

박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도시철도 사업에 연평균 4700억 원이 투입돼 왔는데, 이번 계획에는 연간 300억 원이 더 투입돼 연 평균 5000억 원이 들어가게 설계했다"며 "이 정도 예산은 서울 시민의 교통 복지와 서울시의 교통 경쟁력을 위해 부담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이 75%로 늘어나면 도로 혼잡 비용 8조 원 중 1조2000억 원이 감소돼 경제적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특히 "교통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주거 조건이자 건강과 환경 등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도시철도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 24일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프레시안(김하영)


6. 남은 문제점은

도시철도 소외 지역 해소, 민자 사업 방식 합리화, 대중교통 수단분담률 증가 등 여러 긍정적 요인들이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앞서 설명했듯이 서울은 해외 대도시에 비해 버스의 대중교통 분담 비중이 높은 도시이다. 앞으로 도시 철도 사각 지대가 해소되면 버스 노선의 재조정 및 운행 대수 감축이 불가피해진다. 윤준병 본부장은 "버스준공영제를 채택하고 있어 서울시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정도는 행정력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버스 이용 자체가 줄어들 경우 버스 업계는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전철 노선을 둘러싼 갈등 요인도 여전하다. 신림선의 경우 서울대입구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노선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있으나 서울시는 경제성 검토에서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전철에 따라 요동칠 부동산 가격 또한 갈등 요인 중 하나다. 일부 지상 구간은 도심 단절, 소음, 미관 등의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이번 변경안에 대해 7~8월 중 환경영향평가 검토, 지속가능성 평가 및 주민공람, 공청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9월 국토교통부에 확정 요청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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