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4·1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소강상태에 빠져 있자 인내심 부족한 정부가 취득세 영구인하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현재 취득세는 주택 거래가격이 9억 원 이하이면 2%, 9억 원 초과이면 4%가 부과된다. 정부의 생각은 대략 이런 것이다. '거래활성화 명목으로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했는데 일몰기한이 지나자 이른바 거래절벽이 도래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취득세 영구인하가 필요하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계획은 9억 원 이하 주택은 2%→1%, 9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는 4%→2%, 12억 원 초과는 4%→3%로 영구히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즉, 구간을 지금의 2구간에서 3구간으로 나누고 세율도 크게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취득세를 영구적으로 인하한다고 해서 주택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는가이다.
취득세 영구인하라는 정책수단이 거래활성화라는 정책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취득세가 거래활성화의 치명적 걸림돌이 될 만큼 과중하거나 취득세 영구인하가 주택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다른 악재들(2016년에 정점을 찍을 생산가능 인구, 주택시장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환율, 무역수지, 경제성장률, 1인당 실질구매력, 실질 GDP, 실업률 등의 거시지표 등)을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취득세는 둘 중에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취득세 영구인하라는 정책수단은 주택시장 거래활성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취득세 영구인하는 지방세수 감소라는 커다란 부작용도 수반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 가운데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지대하다.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취득세가 영구 인하된다면 지방세수 결손분을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지도 난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내려주는 교부금을 늘리거나 지방정부가 거두는 지방세 중 몇몇 세금의 과표나 세율을 높이지 않고 세수 결손분을 보전할 길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한편 취득세 영구인하는 조세의 기능에 비추어 봐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흔히 조세의 기능을 크게 소득재분배기능(Income Redistribution), 자원배분기능(Resource Reallocation), 경제안정화기능(Stabilizing the Economy)으로 분류한다. 취득세 영구인하는 이 중 어디에 해당할까? 굳이 구분한다면 경제안정화기능에 포함될 것 같지만, 취득세 영구인하가 주택시장 안정화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전혀 없거나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조차 적정한 분류는 아닐 것 같다.
물론 대한민국의 주택거래세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게 사실이다. 또한 이상적인 부동산 세제구성은 높은 보유세와 낮은 거래세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거래세의 간판격인 취득세를 낮추는 정책결정이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유세가 사실상 형해화된 상태에서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는 건 옳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해 취득세 영구인하는 얻을 건 거의 없고 잃을 것만 많은 정책결정이다. 그나저나 박근혜가 국정원 개혁이나 경제민주화 추진 같은 좋은 일은 하지 않고 전임자인 이명박에 의해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줄푸세(세금과 정부는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의 실천에 골몰하는 것 같아 딱하다. '줄푸세'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