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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대학생, 절반이 4.2평 주거공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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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대학생, 절반이 4.2평 주거공간 생활

[토론회] 조리실 없는 주거공간 16%, 화장실과 샤워시설 25% 공동사용

민달팽이. 달팽이 중 집이 없는 종류를 말한다. 자기 등에 자신의 집을 이고 태어나는 달팽이지만 그중 특이하게 등껍질 집이 없는 달팽이가 민달팽이다.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 중 하나가 집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특히 20대는 10명 중 9명이 자신의 집이 없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빗대어 민달팽이라고 일컫는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겼지만 20대의 90%가 무주택자이고, 30대의 70%도 집이 없다. 이들은 임대형태 주택에서 사는 셈이다. 3평도 안 되는 고시원부터, 반지하, 옥탑방 등 다양하다. 문제는 이들이 사는 주거공간이 제대로 된 주거공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대가 이러한 주거공간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과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가 주관한 '청년주거 문제, 해법과 방향'에서는 이런 문제를 짚어보았다. 이 자리에서는 서울시에서 거주지를 임대해 생활하는 292명 대학생을 설문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대학생 53% 최소주거기준에 미달

조사 내용을 보면 월세 형태의 주거지에 거주하는 응답자는 47.9%(140명)로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기숙사와 기타 기숙사에 거주하는 16%를 제외한, 응답자의 84%는 민간임대시장에 있는 주거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인원으로는 혼자 사는 이가 156명(53%)으로 가장 많았지만,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이들 중 39명(25%)은 3평 미만의 공간에서 살고 있었고, 45명(28%)은 3평 이상~5평 미만 공간에서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토해양부 최저주거기준을 보면 1인 가구의 경우, 최소 4.2평 이상에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대학생의 53%가 최소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그에 근접한 면적에서 사는 셈이다.

게다가 화장실, 샤워시설은 25%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고, 75%는 방 내부의 개인 시설을 사용하고 있었다. 세탁시설의 경우,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43%로 더 높았고 조리시설이 없는 경우가 16%나 됐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때도 22%나 됐다.

그나마 주거공간도 2년을 채우지 못하는 게 태반이었다. 조사 내용을 보면 계약기간의 경우, 평균 기간이 1년6개월 이하인 경우가 전체의 62%이고 1년 이하인 경우도 41%나 됐다.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계약 자체가 불안정한 경우, 경제적 부담으로 지속해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경우, 기숙사 부족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월세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대학생이 평균 내고 있는 주거비는 한 달 43만5000원인 반면 생활비는 전체 평균 96만7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이 사용하는 생활비의 44.94%를 주거비로 쓰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응답자 중 32%가 거주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요소를 '전세 및 임차료'로 꼽았다. 다음으로 '학교까지의 거리'(29%)였다.

문제는 부족한 기숙사?

대학생들이 이러한 주거공간에, 그것도 높은 임대료를 내면서 내몰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족한 기숙사'를 꼽았다. 있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기숙사비도 대학생들이 내몰리는 이유로 지적됐다.

조성주 경제민주화2030연대 대표는 "대학에 기숙사가 부족하므로 대다수 대학생이 고시원 등으로 쫓겨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주 대표는 "전국 대학교 기숙사 학생 수용률은 17%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서울과 수도권으로 한정하면 14%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기숙사가 부족한 이유는 비싼 서울 땅값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들이 기숙사 짓는 것보다 화려한 산학협력건물 따위를 짓는데 돈을 더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최근 대학교는 대학생 주거문제가 심각해지자 기숙사를 신축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지어지는 기숙사가 대부분 '민자기숙사'라는 점이다. 민간자본을 투입해 짓는 기숙사는 학교가 직영 운영하는 기숙사보다 기숙사비용이 높다.

조 대표는 "사립대 민자기숙사 전체 평균 기숙사비는 한 달 기준으로 1인실 48만8000원, 2인실 32만5000원에 달한다. 일부 대학들은 한 달에 무려 60만 원을 넘는 기숙사비를 받으며 민자기숙사를 운영한다"며 "이 정도 액수면 좋은 원룸이나 오피스텔 월세에 달하는 액수기에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은 더 저렴한 주거공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솔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외국은 학교가 기숙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청년의 주거문제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한국 대학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사립대 기숙사 수용률은 17%로 매우 적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여기서 의·치대, 외국인 전용 기숙사, 민자기숙사 등을 제외하면 일반 대학생에게 해당되는 수용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대학이 가진 적립금을 기숙사 건축에 사용한다면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효과를 얻고 1인 가구 경쟁도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고시원은 말할 필요도 없고 대학가에 많은 임대주택들은 최저주거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한, 여성들의 범죄 노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등록금, 생활비 부채로 출발선이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거 마련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지금과 같다면, 경제 주체로서 역할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미래를 책임질 세대를 위한 안전망으로서도 청년 주거 대안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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