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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사는 부모님 난방비는 왜 비싼가 했더니…

[기고] 일관성 없는 국가정책으로 피해보는 건 서민

얼마 전 명절에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려고 했더니, 용돈 대신 보일러 기름(등유)을 넣어달라고 하신다. 이리 저리 가격을 물어봤는데 다들 왜 이리도 비싼지…. 1드럼(200리터)에 29만 원이나 한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기온이 낮아 10월부터 4월까지는 보일러를 가동해야 하는데, 이 가격이면 1년에 200만 원이 넘는 난방비가 드는 셈이다.

우리 부모님 동네 어르신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기름값 때문에 농어촌에서는 기껏해야 방 하나와 가끔씩 사용하는 목욕물을 데우는 정도의 보일러만 사용할 텐데, 그렇게 아끼며 사용해도 1드럼이면 겨울을 기준으로 한 달을 사용하기가 힘들다. 한 달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1년 치의 사용량을 계산하면 적어도 6~7드럼의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양이면 지금의 시세로 200만 원 전후의 가격이 든다.

겨울에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시골 어르신들에게 난방비는 가히 위협적인 수준이다. 우리 부모님도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겨울에 보일러 대신에 전기장판을 쓰며 버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서울에 사는 나의 경우에는 겨울 내내 50만 원 정도의 난방비만 내면 충분히 따뜻한 겨울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렇듯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도시에서는 따뜻한 겨울을 위해 많은 부담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시골에서는 따뜻한 겨울을 위해서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는 온돌을 사용하던 우리 부모님의 집에도 1997년에 비로소 기름(등유)보일러가 설치되었는데, 어렸을 때 부모님과 산으로 겨울 땔감을 하러 다녔던 기억이 많은 나에게 그 일은 거의 '혁명'처럼 느껴졌다. 그 시절만 해도 기름값이 그렇게 비싸지 않아 겨울 땔감을 하던 고생을 안 하는 대가로 치를 만한 가격이었다. 그 당시 시골에는 심야전기 보일러라는 것도 유행했다.

어차피 남아도는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일로 국가에서는 심야전기를 설치하는 가정에 보조금까지 지급해 줬고, 설치하는 입장에서는 전기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심야전기의 효율성이 떨어져, 그 때 심야전기를 설치한 가정에서는 설치비에 비해 효과를 보지 못한 채로 사업이 폐기되고 말았다. 일관성 없는 국가정책으로 인해 애꿎은 국민들만 손해를 본 것이다.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의 하나인 태양열을 설치하면 시설비 20~30%를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하는데, 설치비가 무려 1,800만원이라고 하니 지원을 받아도 1300~1400만 원은 든다. 이 금액이면 기름보일러를 그대로 사용해도 6~7번의 겨울을 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큰 목돈을 들여 태양열을 설치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일관성 없는 국가정책으로 인해 시설비까지 지원해 주면서 10년 전에 그렇게 장려했던 심야전기가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마당에, 태양열 에너지가 10년 후에 그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도시가스와 달리 보일러용 기름(등유)에는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데 세금 때문에 기름값이 비싼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세금을 인하하면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지식경제부 에너지 정책과에 건의해 보았다. 하지만 등유의 특별소비세(103.5원)는 휘발유(746원)와 경유(528.8원)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인하는 불가능하고, 설령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국제원유가 천연가스에 비해 워낙 비싸기 때문에 특별소비세 인하만으로는 소비자가 느끼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즉, 등유의 특별소비세 인하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답변을 바탕으로 등유와 도시가스에 부과되는 세금(모든 재화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10%는 제외)을 비교해 보면, 등유 1L에 부과되는 세금은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 90원+교육세 13.5원) 103.5원인데 비해, 도시가스(LNG) 1Kg에 부과되는 세금은 개별소비세 60원이다. 등유에 부과되는 세금이 도시가스(LNG)에 부과되는 세금보다 44원 가까이 비싼 셈이다. 등유의 원자재 가격이 도시가스 원자재보다 비싼 편인데다가 세금까지 더 많이 부과되고 있으니, 등유를 사용하는 에너지 소외계층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어촌과 도시 달동네에 도시가스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지식경제부, 지방자치단체, 한국가스공사에 차례대로 문의해 보았다. 문의 결과, 도시가스 배관 공사에 1Km당 3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농어촌과 도시 달동네는 현재로서는 사업성이 떨어져 설치가 불가능하지만,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읍면 소재지까지 설치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부모님이 계신 지역에 대한 계획을 물었더니 그런 산골 오지에는 앞으로도 설치 계획이 없다고 한다. 대구와의 거리가 3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이 산골오지라는 것도 웃기지만, 그런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시골 어르신들이 언제까지 에너지 소외계층으로 고립되어 있어야 하는 건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져 농어촌이나 도시 달동네에는 가스 배관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가스 배관시설을 일종의 사회기반시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농어촌과 도시 달동네에도 도시가스 수준의 난방유를 공급해 주는 것이 공평한 국가정책이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난방에 쓰이는 등유에 한정해서 부가가치세(10%)와 특별소비세(약 7%)를 면세해 주든가, 농어촌과 도시 달동네 거주민에게 난방용 기름에 대한 국가보조금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어촌과 도시 달동네의 난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농어촌과 도시 달동네 주민들은 춥고 비싼 겨울을 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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