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대외 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19일 금융시장 대응 방안과 관련해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헌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며 "여야 각 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연석 간담회를 당장 내일 아침에라도 하자고 제안했다"고 야당 설득에 팔을 걷었다.
임 의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야당에 협조 요청을 하고 있고 그 문제(외채 지급보증 국회 동의)를 포함해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추가 조처와 관련해 원내대표 간담회를 제안했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짓지 못했다"며 "(야 3당) 정책위의장들은 필요하다는 반응이지만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내주 화요일에 국무회의 통과해 수요일에 국회에 제출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최대한 빨리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내일 아침 8시에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연석회의를) 갖자고 제안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대외 채무 지급보증은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메세지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며 "선진국들이 지급보증을 실시하고 있는 국제환경에서 우리만 늦추면 역차별을 당할 가능성있어 여야가 시급히 협조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 대변인은 또 "주식시장 안정 문제를 다루기 위해 장기주식펀드에 가입한 경우,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서 조세특례법 개정이 필요하고 속히 개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임 의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예금자 보호 확대 필요성에 대해 "그런 조치까지 국회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우리의 경우 부실 연체율이 미국의 3분의 1정도며, 이미 위기를 한번 겪어서 1인당 최대 5000만원으로 예금 보장이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분산투자의 경우 웬만하면 다 보장되기 때문에 예금 대량 인출 사태는 없는 것"이라며 "자금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예금자 보호와 관련해) 어떤 경우도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F 외환위기와 상황은 같지만 대응 시스템은 완전히 다르다"
임 의장은 한편 "현재 환율이 오르고 외환 보유고가 줄어드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와 기조가 비슷하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당시에는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시스템도 없었고 외환 보유고도 충분치 않았다. 지금의 대응 체계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임 의장은 "IMF 회의에 다녀온 강만수 장관이 이번 금융 위기가 파생 상품 거래 등 비 실물 부분이 커지며 각국의 금융 감독 시스템이 한계를 맞은 것이며, 위기가 수습되면 국제 금융 질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했다"며 "지금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그런 상황 인식을 (당정이) 같이하고 1000억불 채무 보증, 300억불 유동성 공급 등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 약한 것부터 쓰러질 것이고 이 상황을 버텨 내면 그 뒤에 우리에게 훨씬 많은 기회들이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들을 (당정회의에서) 했다"고 덧붙였다.
임 의장은 중소기업의 자금난에 대해 "KIKO(환 헤지 파생 상품) 사태를 중심으로 (당 내에) 중소기업 대책반이 구성돼 있어 자금 집행 사항 점검토록 하고 현장 점검 간담회도 예정해 놓고 있다"며 "중소기업 대표들과 2주에 한 번 간담회 열어 애로점을 정부나 금융권에서 반영하도록 하는 연결 역할을 한나라당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 "강만수 경질부터"
한나라당이 정부의 금융시장 대응방안에 대한 국회 동의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수용에 앞서 '5대 선결요건'을 제시하며 앞머리에 '강만수 경제팀 경질'을 달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중에 장수를 교체할 수는 없다'는 논리로 강만수 장관 교체에 부정적인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 경제상황이 총체적 난국 상황이 된 데에는 세계적 금융위기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적 실패, 정책적 오류가 컸고 신뢰의 위기도 심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진표 최고위원도 "이런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선 시장의 신뢰를 잃은 강만수 경제팀 교체와 성장위주에 얽매였던 경제정책 기조를 전면 재수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제팀의 책임을 묻고 위기관리 시스템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가 긴밀하게 협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제의 신설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만수 경제팀 경질과 함께 민주당은 ▲3대 부자감세 법안 철회와 민주당의 부가가치세 30% 인하안 수용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100% 지급보증 조치 시행 ▲내년도 예산안을 위기극복 일자리 창출 예산으로 전면 개편 ▲위기극복을 위해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민영화 연기 등을 5대 선결요건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다만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유보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지급보증 문제는 의원총회를 거친 후 여당과 진지한 협의를 할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지급보증의 최후보루는 외환보유고"라며 "따라서 이 대상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모럴 해저드를 막을 것이냐, 국민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냐, 국가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방지할 것이냐 등이 구체적으로 치밀하게 검토돼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