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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붉은 보자기'를 보았나?

[종북논쟁] '국가관' 덫에 빠진 박근혜…"5.16은 구국혁명"?

새누리당의 '종북(從北)과의 전쟁'이 전면화 되고 있다. 당의 최대 주주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관'을 거론하며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주장한 뒤, 전당적으로 야권의 '종북인사 색출 작업'에 돌진하는 모양새다.

보수진영이 사실상 '종북 타도의 날'로 치른 현충일 다음날인 7일, 새누리당 지도부 사이에선 "간첩 출신 의원". "민주당에도 종북이 있다"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대통령까지 여야 간 색깔 논쟁에 가세하면서 "이러다 역풍을 맞는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지도부는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 최근 여야의 '종북 논쟁'에 가세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프레시안(최형락)

특징적인 점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두 의원의 제명 사유가 선거 부정으로 인한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이 아닌 두 의원의 '사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석기·김재연의 의원직 사퇴는 민주통합당은 물론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상대책위 역시 요구해온 사안이었다. 문제의 출발점은 선거 부정과 이를 야기시킨 당내 패권주의였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선거 부정이 아닌 종북 문제로 교묘히 전환시켰다.

색깔몰이의 범위는 점차 확대돼,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두 의원 외에도 탈북자에 대한 '막말 파문'을 일으킨 임수경 의원, 북한인권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이해찬 의원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자격심사까지 거론하는 등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색깔론 '역풍' 불라…내부 견제 목소리도

이 같은 색깔 공세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단 제명 조치의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다, 해묵은 색깔론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게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전날 "(색깔론은) 양날의 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선 좀 신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 당면한 문제는 어디까지나 공직선거법상의 경선 부정 문제"라며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가 (경선부정과 색깔론) 두 가지를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 이걸 결부시켜서 끌고 가게 되면 역풍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출신인 하태경 의원조차 "종북을 가지고 제명을 한다면 마녀사냥"이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부정경선이지 종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박근혜 전 위원장과의 차별화 차원이긴 하지만 정몽준 전 대표 등 당내 비박(非朴)계 대선후보들 역시 "사상을 문제 삼아 제명하는 건 안 된다"고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법적 근거 놓고도 '혼선'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두 의원의 제명과 임수경·이해찬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학자인 이상돈 교수는 북한인권법을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한 이해찬 의원의 자격심사에 대해 "그건 어디까지나 인권문제를 보는 시각 차이"라면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근혜 전 위원장의 자격심사, 제명에 관한 언급은 국회법상 해석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법 138조, 142조는 의원 30명 이상이 다른 의원의 자격에 이의가 있을 때 자격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재적 의원 3분의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법상의 징계는 '의원 신분'에서의 의원 활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로 제한된다. 지난해 강용석 전 의원의 제명 안건은 '의원 신분'에서의 성희롱이 문제가 됐기에 가능했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경우 상황이 다른 것이다. 새누리당이 문제 삼고 있는 국가관은 물론, '의원 신분 이전'에 있었던 경선 부정 역시 제명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박근혜 전 위원장의 주장처럼 '국가관'을 이유로 현역 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 탄압으로 인해 제명된 이후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논란이 더욱 불붙을 수 있다.

새누리당도 이 '딜레마'에 빠진 표정이다. 연일 공개석상을 통해 두 의원의 사상을 비판하며 제명을 주장하지만, 정작 제명을 한다면 이들의 '사상'을 근거로 할지, '경선 부정'을 근거로 할지에 대해 정리를 못한 상태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의 만나 "두 사유 모두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

'국가관' 덫에 걸린 박근혜…5.16 '구국혁명'이라 칭한 박근혜 국가관은?

이유야 다르지만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이를 두 의원이 완강히 거부하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올 12월에 있을 대선까지 '종북' 이슈가 계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19대 국회 개원 후 여야가 야심차게 선포한 일자리, 복지 등 민생정책을 모두 삼키는 블랙홀이 된 것이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색깔론이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전 위원장이 두 의원의 제명 이유로 '국가관'을 거론하면서 스스로 덫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아니라 반헌법적 '국가관'이 문제라면, 5.16 군사쿠데타를 '구국혁명'으로 평가한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 역시 야권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쿠데타를 찬양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러운 일"이라며 "사상과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국회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말한 본인의 주장에 따라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라"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집토끼'인 보수진영 일각으로부터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박 전 위원장의 2002년 방북 경험 역시 그가 야권을 향해 마냥 '종북 공세'를 펼치기엔 머쓱한 대목이다. 더군다나 새누리당의 '척결대상 1호'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 발언으로 인해 도리어 '입법 살인의 피해자'처럼 행세하는 것도 박 전 위원장이 일정 부분 책임져야할 대목이다.

색깔론 불은 지폈지만…대선 앞둔 박근혜의 '딜레마'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이 같은 이념공세가 박 전 위원장의 대선가도에 '득'은커녕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보수여당이 색깔론으로 재미를 본 적은 없으며,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한나라당은 때 마침 터진 천안함 사태 덕에 승기를 잡았다고 자평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젊은 중도층 잡기'가 최대 과제인 박 전 위원장에게 색깔론으로 인한 '반공·수구 이미지'는 독이다. 이에 대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념 프레임이 보수층 결집 효과는 불러일으킬지 몰라도 대다수의 중도층에겐 실효성이 없으며, 특히 박 전 위원장이 중도층 공략을 위해 시도했던 좌클릭 효과를 완전히 무화시킬 수 있다"면서 "결국 야권이 방어에 급급할 것인지 주도적으로 민생 이슈를 제기할 것인지, 어떤 전략을 취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도 "이번 논란은 박근혜 식 정치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으로선 '출구 전략'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붉은 보자기를 본 투우 소처럼 한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역풍이 불 경우 최대 피해자도 박 전 위원장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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