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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되면 MB부터 '4대강 청문회'에 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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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당선되면 MB부터 '4대강 청문회'에 세우겠다"

[인터뷰] 4대강 사업 맞서 농민 싸움 이끈 녹색당 유영훈 후보

그는 지난 3년간 '팔당 지킴이'로 통했다.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맞서 '한국 유기농의 태동지' 팔당에서 기나긴 싸움을 벌였고, '생명의 농업'인 유기농이 콘크리트 제방과 자전거 도로에 밀려나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 결과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난다고 해서 이름붙은 팔당 두물머리 일대는 현재까지도 4대강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유일한 곳으로 남았다.

안 해본 것 없는 싸움이었다. 팔당에서 서울까지 꼬박 2박3일에 걸친 삼보일배, 수차례에 걸친 단식농성, 1년 365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한 생명·평화 미사, 두 번의 법정 싸움, '역사적'이라고 기록되는 한 번의 승소, 그리고 또 한 번의 패소까지.

그 긴 싸움의 중심에 섰던 유영훈(59) 팔당공동대책위원장이 이번엔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 녹색당 비례대표로 4.11 총선에 출마하는 유 '후보'를 지난 15일 팔당 농지가 아닌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 오는 4.11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팔당 지킴이', 유영훈 팔당공대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팔당의 가치 지키기 위해 나섰다"

한 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찾아 '세계 유기농업의 메카'라고 치켜세웠던 곳이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이란 악조건에서도 유기농을 일궈낸 팔당의 신화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발표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수 대째 이어져 내려온 농토는 한 순간에 '한강 살리기 사업 공구'로 전락했고, 친환경 농업을 한다는 유기농민의 자부심은 "상수원 오염의 주범"이란 경기도의 흑색선전에 번번이 상처를 입어야 했다. 3년이 지나고도 끝나지 않은 싸움, 유 후보는 총선 출마 이유를 팔당에서 찾았다.

"올해 12월이면 팔당 하천점용 허가가 끝난다. 그렇게 되면 더 기약없는 싸움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미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는 공사가 진행 중이고, 두물머리에 대해서도 매일같이 계고장이 날아오는 상황이다. 아직 팔당에선 4대강 사업이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어쨌든 우리 목표가 농지를 지키는 것인데, 이번 총선에서 농민 대표를 내자는 논의가 공대위 안에서 계속 있었다. 마침 녹색당에서 제안이 왔고, 팔당 싸움을 함께한 농민, 신부님, 단체 및 생협과 상의한 끝에 출마하기로 결론을 냈다."

가치만으로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를 하지 않고는 팔당을, 팔당 유기농이 보여준 '생명살림'의 가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달았기에 결국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된 비례대표 2번. 비례대표 1명이 당선되려면 3%, 총 70만 표의 정당투표를 얻어야 한다. 녹색당이 내놓은 비례대표 3명이 모두 당선되려면 5.5%, 총 120만 표의 정당투표가 필요하다. 신생정당인 녹색당으로선 쉽지 않은 과제다. 그에게도 그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제도권 진입이 가능한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어쨌든 우리의 문제가 절박한데, 민주통합당처럼 당선 가능성이 있는 야권을 택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천주교 신부님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선뜻 마음에 들지 않는 곳으로 가느니, 당선 여부를 떠나 우리의 가치나 순수성을 실현할 수 있는 녹색당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프레시안(최형락)



바꿔 말하면 민주통합당이나 다른 기성 야당이 그가 말하는 '녹색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제주 강정마을, 4대강 사업 부지인 팔당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인들이 4대강 사업과 제주 해군기지를 바라보는 시선엔 근본적인 철학이 부재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이 기반하고 있는 문명 양식에 대한 성찰이 없기에, 반대 진영에서도 이 사업을 '이명박 정부의 실정'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사실 국가 정책으로서 이 사업을 막느냐 마느냐가 전부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이 내재한 개발욕망, 반생명성을 성찰하지 못한다면 향후 똑같은 내용의 사업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에 있어선 여야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녹색이 부차적인 문제?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실 '반MB' 여론이 어느 때보다 강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녹색당이 표방하는 환경·생명 의제는 이번 총선의 정권심판론 구도에 소급되거나 묻혀버리기 쉬운 상황이다. 야권에게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선거지만, 야권연대에서 배제된 녹색당으로선 더 어려운 셈이다. 그러나 유 후보는 오히려 "MB정부 심판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4대강 사업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4대강 사업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며칠 전 지율 스님이 계신 내성천을 방문했는데, 여전히 공사를 하고 있고 파헤쳐지고 있다. 당장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인데, 정치권은 물론 환경운동 진영조차 여기에 절실하게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 역시 '이미 사업이 끝났다, 되돌릴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사실 공사가 대부분 완료된 지금 정치적 논리로 봤을 땐 4대강은 '이미 지난 이슈'지만, 생명과 평화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4대강 사업을 계속 얘기해야 한다.


그의 말처럼, '시급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였다. 4대강 사업 외에도 당장 문제는 산적해 있다. 식량자급률 26.7%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진 농업 홀대 정책, 후쿠시마 참사에도 아랑곳없이 지어지는 핵발전소…. 유 후보의 지적처럼, 한국은 '지속 가능성'이란 측면에선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그의 절박감이 더 큰 이유다.



▲ "핵문제와 식량위기, 기후변화…이미 거대한 위기가 우리 코앞에 와 있는데, 과연 이게 부차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나." ⓒ프레시안(최형락)
"지난해 후쿠시마 참사가, 이미 현실이 된 기상이변이, 곧 도달할 식량위기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물질적 풍요와 편리만을 추구해온 현대 산업문명과 그에 기반한 삶의 양식이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시급한 사안이 바로 생명과 평화의 문제라고 믿고 있다. 이미 거대한 문제가 우리 코앞에 와 있는데, 과연 이게 부차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나."

그런 맥락에서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탈핵 후보' 2명을, 에너지·농업·생명권 등 녹색당의 가치를 상징하는 비례대표 후보 3명을 냈다. 스스로를 '농본주의자'라 칭하는 유 후보는 그중 농업 몫이다. 팔당의 농민투쟁이 한창 불거질 당시, "팔당 유기농지를 지키는 것은 상업으로서의 농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농(農)의 세계관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던 그였다.

"산업으로서의 농업은 축소가 되었을지 몰라도, 생명의 가치가 가장 그대로 발현되는 장이 저는 농(農)이라고 본다. 농업에 담긴 생명살림의 세계관이 세상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유기농은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호흡하는 상생과 평화의 농업이다. 팔당 농민 투쟁에 있어서도 단순한 농지 보존이 아니라 유기농의 '생명살림' 메시지를 계속 발신해왔다고 생각한다. '밥이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농본주의자의 한 사람으로서 녹색당에 참여했고, 그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녹색당 국회의원이 나올 때가 됐다"

팔당 유기농지를 지키는 것이 어려운 싸움이었다면, 이번에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정당 지지율 3%가 넘으면 비례대표 1명이 당선될 수 있지만, 지역구 당선자를 내지 못한 채 2%를 넘지 못할 경우 정당 자체가 해산된다.

유 후보는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녹색당이 필요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계적 추세로 볼 때,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도 했다. "당선된다면 이명박 대통령부터 '4대강 청문회'에 세우겠다"고 공언한 그는, 마지막으로 "생명과 평화를 위한 유권자의 결단"을 강조했다.


"이미 몇 번의 시도와 실패가 있었고 한국에서 녹색당이 가능하겠냐는 회의론도 있었지만, 이제 창당에 성공했고 총선 후보도 냈다. 세계사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이번엔 단 한 석이라도 국회에 진출하는 게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몇 사람 개인을 위해서가 아닌 '모두의 삶'을 위해서, 녹색당을 선택해 달라고 국민 여러분께 당부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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