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1 총선 공천의 '헌법'이라고 강조해온 '현역 의원 하위 25% 컷 오프' 룰을 현역 의원 23명에겐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강승규(서울 마포갑)·이화수(경기 안산 상록갑) 의원이 처음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컷 오프 조사를 131명 중 93명에 대해서만 실시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영세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구 의원 144명 가운데 불출마 의원(13명)을 뺀 131명을 25% 컷 오프 원칙을 적용해 32명을 탈락시켰다"면서도 "실제 컷 오프 조사 대상은 93명이었다"며 사실상 이런 의혹을 시인했다.
컷 오프, '시스템 공천'의 '헌법'이라더니…
25% 컷 오프 룰은 공천위가 꾸려지기 전부터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스템 공천'의 핵심 근거로 마련한 것이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최근 이를 두고 "공천의 헌법과도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교체지수(50점)와 당내외 경쟁력 지수(각각 25점)를 묻는 이 조사는 당내 경쟁력 비교가 불가능한 단수 후보 지역 15곳에 대해선 제외됐다. 다른 23곳 역시 공천위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제외됐다. 결국 원칙 자체가 뒤죽박죽으로 적용되면서 '시스템 공천'이란 주장 자체가 공정성 시비에 일 수 있는 상황.
이를 두고 권 사무총장은 "단수 후보 지역, 일부 전략공천 지역, 선거구 분구와 합구 지역, 후보자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높게 괜찮은 지역 등은 (공천위) 전체의 합의로 뺐다"고 해명했다.
결국 단수 후보 지역(15곳)과 분구·합구된 지역(3곳)을 제외하면 현역 의원 20명 정도를 공천위가 '자의적으로' 컷 오프 룰에서 구제했다는 얘기다.
홍사덕·홍준표·이혜훈은 컷 오프서 제외…나머지 17명은?
권 사무총장은 홍사덕·홍준표·이혜훈 의원에 대해선 컷 오프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컷 오프 제외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홍사덕·홍준표 의원은 당에 거취를 일임했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고,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서초갑의 이혜훈 의원은 단수 공천 신청자이기 때문에 당내 경쟁력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권 사무총장의 주장대로라면, 합구 지역인 경기 여주·양평·가평에 출사표를 낸 정병국·이범권 의원과 경남 사천·남해·하동의 여상규 의원도 컷 오프 여론조사에서 제외됐을 수 있다.
따라서 이들 6명의 의원을 빼고 컷 오프 조사를 받지 않은 17명의 의원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낙천자들은 집단적인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승규 의원은 "컷 오프 기준은 무원칙하고 고무줄 기준이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반발했고,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공천무효 가처분 신청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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