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안고 가겠다"며 의장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지난 9일 대변인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던 것과 달리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박 의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구무언의 송구한 심정"이라며 "여야를 떠나 우리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변명하거나 회피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박 의장은 돈 봉투 살포의 '윗선'으로 지목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 소환을 앞둔 것과 관련해 "김효재 수석은 정말 나 때문에 희생된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아무런 욕심없이, 정치적 야망없이 오로지 우정에서 비롯된 그런 일들 때문에 장래가 막히는 참담한 일을 당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캠프에 관여했던 모든 사람이 모두 이 박희태를 위해 한 일이기 때문에 제게 책임을 물으시고, 그 분들에 대해선 관대한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돈 봉투 살포' 관행과 관련해선 "전당대회에 있어서의 그 행사는, 일종의 축제 분위기와 동지애 속에서 진행되어온 게 사실이다. 이것은 일종의 집안 잔치이고, 그렇기 때문에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많은 사람을 한 곳에 모아야 하고, 다소의 비용이 들어왔던 것이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이번 나의 국회의장 사퇴로 청렴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타파해 우리의 정치 풍토가 깨끗하고 한 줌의 오염도 없는 식으로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또 "심려와 걱정을 끼친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면서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탓하겠나.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의장직 사퇴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박 의장이 이날 사퇴서를 제출함에 따라 오는 16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사임의 건'이 통과될 예정이다. 후임 국회의장과 관련해선 새누리당의 홍사덕(6선), 이해봉(4선)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임기가 3개월 밖에 남지 않은데다 16일 본회의로 18대 국회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만큼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직무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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