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의 '업무 보이콧'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자신이 추진해온 재벌개혁안에 대한 당내 저항이 일자 "이래선 아무것도 못한다"며 정책쇄신 회의를 거부한데 이어, 이번엔 대기업 정책 관련 브리핑에도 불참한 것.
당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비대위원은 9일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안간다고 했으면 안가는 거지 뭘 뒤집느냐"며 불참 입장을 고수했다. 당분간 정책쇄신분과위를 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그는 전날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김 위원이 금요일(10일) 회의엔 참석하기로 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내가 언제 그랬느냐"며 "나는 말을 뒤집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과 당의 '불화'는 이날 오전 열린 대기업 정책 브리핑에서도 계속됐다. 당초 새누리당은 출입기자들에게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김종인 비대위원의 브리핑'이라고 일정을 공지했지만, 이 정책위의장의 끈질긴 설득에도 김 위원은 결국 회의에 불참했다.
이 과정에서 승강이도 벌어졌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비대위 회의 직후 자리를 뜨려는 김종인 위원을 붙잡고 "(대기업 정책) 배경 설명은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지만, 김 위원은 "TV에 얼굴이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하시라"며 거절했다.
김종인, 신지호 "자중하라" 비판에 "건방지게…"
이 같은 충돌이 계속되자, 당내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친이계 신지호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김종인 위원이 (정강·정책에서) '보수' 표현을 삭제하자고 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자꾸 당을 시끄럽게 만드는 느낌"이라며 "비대위원들이 자꾸 당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김 위원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또 "본인이 하고싶은 얘기는 다하면서 '(당이) 마음대로 안 되면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은 과하다"며 "자중자애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자중하라"는 신 의원의 비판에 김종인 위원은 "건방지게 무슨 자중이냐"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듭된 비대위의 '불협화음'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 역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재벌개혁 정책을 언급하며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과 방향을 제시했는데 실천의 근간이 되는 정책을 발표하게 돼 기대가 참 크다"고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박 위원장의 입장에선 이번 사태가 비대위의 '좌장' 격인 김종인 위원의 사퇴로까지 이어진다면 비대위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中企 진출 억제안 발표…'출총제 부활'은 없던 일로
한편, 김종인 위원의 불참 속에 발표된 새누리당의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대기업 정책'엔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진입 장벽을 높이고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막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먼저 비대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분야 침투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이 시장점유율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 한도를 현행 5%에서 1%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선 부당내부거래 판단 기준을 완화하고 정기조사를 실시해 부당거래가 발각되면 즉각 형사고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에서 내부거래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요건인 '현저성' 요건을 삭제해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비대위는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하청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현재 기술탈취에만 적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 단가인하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대해선 "실효성 없으므로 폐지를 유지한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기류를 감지한 듯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생계형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들의 다짐이 구체적으로 옮겨져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활력 회복으로 결실을 맺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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