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장은 이날 오전 한종태 국회 대변인을 통해 "나와 관련된 문제에 큰 책임을 느끼며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면서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또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 달라"며 그동안 사랑해준 국민 여러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전 비서 진술 번복으로 '윗선 개입' 드러나…검찰 '칼끝' 박 의장 향할까
▲ 9일 사퇴 의사를 밝힌 박희태 국회의장. 이날 박 의장은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변인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
전날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0) 씨가 전당대회 당시 고승덕 의원 측에 건넨 문제의 300만 원을 돌려받은 후, 이를 당시 박희태 캠프의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을 한 것. 돈 봉투와 관련된 사실을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사실상 '윗선'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혐의를 부인해오던 김효재 정무수석은 물론 박 의장의 검찰 출두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이외에도 검찰은 박희태 캠프의 계좌추적을 통해 전당대회 직전 라미드그룹으로부터 소송사건 수임료 명목으로 받은 1000만 원권 수표 10장 중 일부를 당시 재정과 조직 업무를 담당한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이 현금으로 바꾼 사실을 확인하고, 조 비서관을 다시 소환할 예정이다.
한 달 끌다가 의장직 사퇴…현직 의장 비리 연루 퇴진은 헌정 사상 최초
박 의장의 돈 봉투 사건이 처음 언론에 공개된 것은 새누리당 고승덕 의원의 폭로가 있었던 지난 1월4일이다. 당시에도 야당의 사퇴 요구는 빗발쳤지만, 결국 박 의장은 한달여 시간을 끈 후에야 이날 국회의장직을 내려놨다.
이날 사퇴 선언으로, 박 의장은 이승만, 이기붕, 박준규 전 의장에 이어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지 못한 역대 4번째 의장이 됐다. 박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30일까지였다.
다만 현행 국회법 제19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사임할 수 있기 때문에 박 의장은 이르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사임에 대한 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사임 동의안이 의결되면 '국회의장이 궐위됐을 땐 지체없이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국회법 16조에 따라 국회의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그러나 18대 국회 임기가 5월31일까지로 3개월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본회의 사회권을 국회부의장에게 위임하는 형태로 임기 종료 때까지 직(職)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