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오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황영철 대변인 등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
당 정강·정책, '국민과의 약속'으로 탈바꿈…'경제민주화' 전면에
이날 의결된 '국민과의 약속'엔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 △일자리 걱정없는 나라 △공정한 시장경제를 제1항부터 3항까지 배치하는 등 정책적 쇄신을 가장 앞세웠다.
당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인 김종인 위원은 "한나라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정강·정책이라는 용어를 과감히 버리고, 내용도 새로 개정했다"며 "가장 앞에 복지와 일자리, 경제민주화 구현을 배치해 당이 추구할 가치와 정책 방향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헌법 119조에 명시된 '경제 민주화' 조항을 개정안에 삽입한데 대해 "한나라당이 흔쾌히 수용하기가 어려워 보였던 경제민주화 조항을 새롭게 넣었다"며 "1987년 국민의 힘에 의해 정치민주화를 쟁취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양극화 해소라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상급식 '망국적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더니…박근혜式 복지 그대로 담겨
개정안 초안을 작성한 권영진 의원은 "복지 분야에선 기존 정강·정책에서 사용된 '복지의 함정', '포퓰리즘' 등의 이념적이거나 분열적인 용어를 폐기하는 대신 보편과 선별주의를 아우르는 '평생 맞춤형 복지'를 한국형 복지 모델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한나라당은 보편적 복지를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 지난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을 통해 야당의 복지정책을 맹비난 해왔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은 "보편과 선별주의를 아우르는 '평생 맞춤형 복지'"로 한 걸음 물러섰고, 결국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박근혜 위원장의 철학이 개정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북정책, "북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 표현 삭제돼
관심을 끌었던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기초로 한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원칙에 입각한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내용이 개정됐다. 북핵 문제 등 안보 위협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되,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등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연할 때는 더 유연하고 단호할 때는 더 단호하게" 해야 한다는 박근혜 위원장의 철학이 그대로 담긴 것이기도 하다.
'도발 시 단호히 대처, 대화는 유연하게'란 입장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 임명 후 이른바 '유연성' 전략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보수층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초 한나라당이 꾸준히 주장해온 북한 인권과 관련한 내용도 일부 표현이 수정됐다. 기존 정강·정책에선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지만, 이 같은 내용이 빠지고 "북한 동포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북한의 인권 개선과 동포애적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 나간다"로 수정됐다. 또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 대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으로 내용이 대폭 바뀌었다.
이를 두고 보수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당장 전여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성도 갈고 이름도 바꾸는 것, 그래 전권 잡았으니 다 좋다. 그런데 정강정책에서 북 인권과 개방을 삭제한다? 진짜 미쳤는가? 불쌍한 가족 버리고 도망치는 아비도 이보다는 낫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 항목은 끝으로 밀려나…"국민 신뢰부터 얻겠다는 의미"
기존 정강·정책의 제1항에 배치됐던 '정치'가 10개의 항목 중 9~10항으로 밀려난 것도 눈에 띈다. 정책분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10대 약속 중 정치와 정부를 가장 뒤에 둔 것은 앞의 8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정치와 정부가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개정안엔 △기회균등의 창조적 미래교육 △다양성을 존중하는 소통과 배려의 사회문화 △지속가능한 친환경사회 △한반도 평화와 국익 중심의 국방 외교 등의 조항이 담겼다.
형식적인 부분도 크게 바뀌었는데, 전문과 18개 조항으로 구성된 나열식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과 10대 약속, 23개 정책으로 묶어 변경했다. 또 "어렵고 추상적인 용어와 구호, 선언 위주의 서술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에 변화를 줬다"고 황영철 대변인이 전했다.
박근혜 "오늘이 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날"
박근혜 위원장도 이날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추켜세우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이야말로 당의 실질적 내용이 바뀌고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날"이라며 "보다 공정한 사회,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우리의 의지가 잘 담겨 있다"고 평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앞으로 한나라당의 모든 정책은 오늘 의결될 '국민과의 약속'을 중심으로 실현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이 한나라당의 핵심 가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3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흘간의 공모를 벌인 새 당명과 관련해선 "당초 예상보다 많은 총 1만여 건의 응모가 들어와 신중한 판단을 위해 개명안 발표를 잠정 연기한다"고 황영철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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