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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비싼 파프리카 씨앗, 드디어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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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비싼 파프리카 씨앗, 드디어 국산화

[2012 농사직설]<4>농업계의 연금술사들

최근 일본 수출로 각광받고 있는 파프리카의 씨앗은 금에 비유되곤 한다. 금 한 돈 최근 시세 약 23만 원. 파프리카 씨앗을 금 한 돈 무게(3.75그램)로 환산하면 37만 원에 달한다. 파프리카가 국내 토종 종자가 아니다보니 전량 네덜란드 수입산이기 때문이다. 수입 파프리카 씨앗 한 알에 600원이다.

이 비싼 수입 씨앗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NH종묘센터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최초로 파프리카 신품종 3개를 개발해 국립종자원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신품종은 '레드스타', '옐로우스타', '오렌지스타'라는 이름이 붙었다.

▲ ⓒ연합뉴스

2007년 정부가 5개년 계획으로 50억 원을 투자해 '파프리카 연구사업단'을 꾸린 결실이다. 파프리카는 국내 500여 농가들이 일본 시장의 68%를 점유하고 있고, 연간 6000만 달러 이상 수출되지만 종자 구입비로만 매년 60여억 원을 지출돼왔다. 앞으로 시험재배에 성공해 상품성이 입증되면 연간 30억 원 이상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더불어 파프리카 종자 수입국에서 종자 수출국이 될 가능성도 있다. NH종묘센터 김용권 부사장은 "국내에서는 파프리카가 양액재배되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세 품종은 양액재배용이고, 중국 수출용은 땅에서 직접 기르는 토경재배용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중국은 파프리카 재배 면적이 우리보다 100배 정도 더 넓다"며 "중국 산동성 등지에서 육종하고 있어, 개발에 성공하면 상당한 수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황금 씨앗을 낳는 육종가들

우장춘 박사 이래 현대 한국의 종자 산업이 제2의 부흥기를 맡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굴지의 종자 회사들이 종자 다국적 기업들의 사냥 희생물이 됐다. 청원종묘가 일본 사카다에, 서울종묘가 노바티스(신젠타)에, 흥농종묘, 중앙종묘가 세미니스에 인수합병됐다. 이들이 노린 것은 국내의 우수한 종자와 연구인력이었다. 아시아의 종자강국은 일본과 한국.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손쉬운 먹잇감이었던 것이다. 이후 노바티스는 다시 듀폰에, 세미니스는 몬산토와 같은 세계 1, 2위 기업에 다시 합병됐다.

국내에서는 '종자 식민지가 됐다'고 난리가 났다. 서울, 흥농, 중앙종묘가 갖고 있던 종자 자원은 엄청났다. 일례로 '청양고추'는 중앙종묘에서 개발한 종자였다. 무, 고추, 배추 등의 일부 채소 종자 자원은 한국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다국적기업들은 식생활이 비슷한 중국 시장을 노리고 한국을 전진기지로 삼은 것이다.

게다가 파프리카, 참다래, 딸기, 장미, 국화 등 수출 전략 품목들이 가격 우위를 갖고 일본, 러시아 등지에 팔려나가기 시작했지만, 종자 구입비와 로열티 지출이 비용 증가의 큰 화두로 등장했다. 종자시장 규모는 2010년 700억 달러에 달했고, 이 중 세계 10대 다국적기업이 종자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 2020년에는 16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종자주권'의 측면에서도 종자산업을 방치할 수 없었다. 최근 빌 게이츠는 "다음 목표는 농업 혁명"이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종자 연구에 투자가 늘어날 것을 시사한다.

늦게나마 정부와 기업들이 많은 투자에 나섰다. 중국, 인도 등의 경제성장에 아시아 종자시장의 규모도 커졌다. 무엇보다 종자산업은 지식산업으로 국내 우수한 인력이 밑거름이 됐다.

농식품부 과학기술정책과 심재규 과장은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자산은 사람"이라며 "우리나라 연구진은 채소 종자에서의 육종 능력이 최고 수준이다"고 말했다. 심 과장은 "다국적기업들은 주로 시장이 가장 큰 옥수수 같은 곡물 종자에 많은 투자를 한다"며 "채소는 워낙 많은 작물이 있고 작목마다 특성이 달라 개발을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계륵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즉, 채소 종자 시장에서는 우리나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시장 확대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심 과장은 "채소 종자가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우리가 세계시장의 1.5%를 점하고 있는데, 10%까지 점한다고 할 때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최대 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의 경우 중국,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지에 현지법인을 두고 종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종자협회에 따르면 채소종자 수출은 2011년 9월 기준1984만5000달러로 2010년에 비해 50%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에서도 '골든시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종자산업 육성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2012년 업무보고를 통해 2021년까지 4911억 원을 투자해 20개 수출용 종자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육종단지, 방사선육종센터 등 민간의 종자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종자산업법을 개정해 연구인력 지원 폭도 늘렸다.

▲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중기저장고 ⓒ연합뉴스

아쉬운 점: 괴산 흙살림

정부가 종자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보통 수출 주력 종자, 로열티 절감 종자 등 산업성을 중시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토종 종자는 정책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 토종종자는 유전자원 보존 차원에서만 접근하는데 그치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지난 3일 전국 최초로 '유기농업군' 선포식을 열었다. 농약과 비료를 없앤 시범 농장을 운영한 뒤 유기 재배 면적을 확대해 국내 최대 유기농업 메카가 되겠다는 것이다. 괴산군은 흙살림 토종연구소와 제휴해 토종 종자를 공급 받고 있다. 토종 종자는 농약과 화학비료가 들어오기 전 수천 년 동안 한반도의 토질과 기후에 맞게 개량돼 온 종자이기 때문에 유기농업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괴산군청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종자와 관련돼 지원을 받는 것은 없다"며 "그나마 흙살림 토종연구소가 있어서 종자 지원을 받고 있는데, 농식품부에서 지원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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