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논란 끝에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를 삭제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황영철 당 대변인은 12일 비상대책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더 이상 '보수' 용어의 삭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사실상 '보수' 용어를 삭제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 삭제 논의는 여타 쇄신 논의를 왜곡시키는 부분이 있어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며 "더 이상 이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김종인 비대위원에 의해 촉발된 이 논의는 며칠간의 당내 격한 논란 끝에 '없던 일'로 일단락됐다.
이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앞서 박 위원장은 회의 초반 "지금 정책쇄신 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보수와 관련해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보다는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날 중 논의를 매듭지을 것을 예고했다.
애초 '삭제'를 주장했던 김종인 위원도 이 같은 결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제 생각과 당의 생각이 다르면 그렇게 (당이 결정하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 용어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인가' 묻는 질문에는 "사람이 생각까지 어떻게 바꾸겠나. 저는 제가 생각하는 걸 얘기하면 그만"이라고 답했다.
한편, 비대위는 오는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현재까지 비대위에서 진행됐던 논의들을 토론에 부칠 예정이다. 이날 의원총회엔 비대위원들도 참석해 연석회의 형식으로 토론을 진행한다. 의총을 열어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의 현안을 논의하자던 친이계 의원들의 요구가 사실상 수용된 것이다.
그러나 당장 친이계 의원들은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며 벼르고 있어, 이날 열리는 의총에서 그간의 계파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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