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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 폭탄 맞은 한나라, 기로에 선 박근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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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 폭탄 맞은 한나라, 기로에 선 박근혜 리더십

당내 갈등도 최고조…'재창당' 요구 빗발쳐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적 시험대에 놓였다. 비대위 출범 20여 일만에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쇄신 작업이 발목을 잡힌 것은 물론, 해묵은 계파 갈등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박 위원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단호한 의사를 내비쳤지만, 당장 한나라당은 야심차게 뽑아든 쇄신의 칼을 어떻게 휘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 고승덕 의원의 검찰 조사 다음날인 9일,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재창당론' VS '비대위 중심의 쇄신' 다시 맞붙어

당장 한 때 수그러들었던 재창당 요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두언·남경필·임해규·김세연 의원 등 당내 쇄신파 의원들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당의 '해체 후 재창당'을 요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나라당은 분명 수명을 다했다"면서 "이제 한나라당 이름으로 표를 달라고 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의 한나라당은 보수당도 아니고 기득권당·출세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젠 해체하고 제대로 된 보수주의정당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원희룡 의원 역시 "시간이 없다고 죽을 병 수술을 안 하는가"라며 "당의 주도세력과 사람을 다 바꾸는 재창당을 해야한다"고 했고, 남경필 의원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계파에서 "이젠 당 해체 외에 답이 없다"며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박 위원장은 현재까지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여기에 발목이 잡혀서 우리의 쇄신을 멈추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비대위 중심의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비대위원 대다수도 "재창당 요구는 '박근혜 흔들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사람들끼리 재창당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고, 이상돈 위원 역시 "비대위 출범이 곧 재창당"이라며 재창당론을 일축했다.

비대위 VS 친이계 전쟁 '2라운드'…親李, 의총 소집 요구

친이계의 집단적 '반격' 역시 박근혜 비대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당장 이번 돈 봉투 사건으로 인해 '구태의 온상'으로 몰려버린 친이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을 주축으로 한 '박근혜 비대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을 '축출'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

당장 '재창당 모임' 등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은 오는 12~13일 중 비대위원이 동석하는 의원총회를 소집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이들의 요구대로 의총이 소집된다면, 돈 봉투 파문에 대한 대책 논의는 물론 친이계와 번번이 갈등을 빚어온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 요구도 공론화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반박(反朴)'인사들의 '박근혜 비대위 흔들기'도 만만치 않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실제 원인을 제공한 계파의 수장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 위원장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지난 주말 정 전 대표와 함께 회동을 가진 홍준표 전 대표도 현재의 한나라당을 '박근혜 1인 체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 위원장을 겨냥해선 "한나라당이 중지를 모으는 체제라기보다 1인 체제가 돼버리니까 민주적 정당 구조가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을 향해선 "보따리 장수가 주인행세를 하는데 어이가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은 9일 트위터에 "至楚北行(지초북행)이란 말이 있다"며 "어려움이 닥칠수록 엉뚱한 발상을 할 수 있다"고 썼다. 일부 비대위원들의 '친이계 용퇴' 주문이 어려움이 닥친 상황에서의 '엉뚱한 발상'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

이 의원은 또 '북한산 깜이엄마'라는 일화를 소개하며 "깜도 안 되는 것이 어디서 굴러와 동네 시끄럽게 하는 거야"라며 비대위 외부 위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다시 시험대 선 박근혜, 계파 갈등 잠재운들…

오히려 이번 돈 봉투 사건이 박근혜 위원장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대선 이후 당권을 장악해온 친이계와 전직 지도부 등 중진 의원들의 반발을 자연스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박 위원장의 취임 일성대로, 비대위는 친이계 등 다른 계파를 눈치 볼 필요없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정권 실세 용퇴론', '인적쇄신론' 등에 대한 친이계의 집단적 반발을 잠재우고 비대위 중심의 체제로 당을 완전히 재편할 수 있는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의 '분열 수준'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고조되는 긴장감은 조만간 소집될 의원총회에서 폭발할 수 있다.

한 의원의 지적대로, "이미 수명을 다한 정당"을 어떻게 쇄신으로 살려낼 수 있을지도 박 위원장이 지게 될 시험대다. 친박계가 이번 돈 봉투 사건으로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쇄신의 '명분'을 얻게 될 순 있어도, 그게 내년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얻게 될 명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3일 실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50.7%) 이상이 한나라당의 쇄신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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