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대위원장은 29일 오전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돈 비대위원(중앙대 법대 교수)이 전날 주장한 '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비대위 내부에서 불거진 친이계 용퇴 주장에 당내 계파 갈등이 확산될 것을 예상, 진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이상돈 위원은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실패는 이명박 정권의 실패에서 비롯됐고, 이는 당이 청와대의 부속 기구처럼 작동하면서 촉발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현 정권 국정 운영에 책임있는 인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게 문제"라고 이재오·이상득 의원 등 '정권 실세'들의 용퇴를 주장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가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비대위 내부에서 불거진 '정권실세 용퇴론'으로 친이계가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는 한편,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도 비대위 내부의 견해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
박근혜 "우리 모두 쇄신 대상" 수습 나섰지만…친이계는 '부글부글'
박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우리 모두는 쇄신의 주체도 될 수 있고 쇄신의 대상도 될 수 있다"며 "쇄신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단정적으로 누구는 쇄신 주체고, 누구는 대상이라고 해서는 쇄신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재차 갈등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당권에서 밀려난 친이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개 교수가 마치 개혁의 선봉장이나 되는 것처럼 칼을 긁어대는 게 공천이냐"며 "그런 막말은 개혁이 아니며, 불출마하길 잘했다"고 밝혔다.
다른 수도권 친이계 의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무슨 5공화국 국보위냐"며 "쇄신을 하더라도 질서있게 명예롭게 해야지 난도질을 해 난장판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결국 박근혜 1인 체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까지 친이계는 '박근혜 발목잡기'란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 공개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는 모양새지만, 공천 등을 통한 인적 쇄신 문제가 다시 본격화되면 이들의 집단적 반발도 현실화될 수 있다. 한 당 관계자는 "현재는 박근혜 외에 대안이 없어 친이계도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박 위원장이 이재오 의원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 여부가 리더십을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김종인, '정책 코드' 맞을까…'부자 증세', 박근혜의 답은?
갈등의 불씨는 비대위 내에서도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과 관련 비대위원간 의견 차가 있는 것은 물론,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
당장 김종인 비대위원(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경우 비대위 회의를 공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간 당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회의와 의원총회의 초반부만 언론에 공개하고, 이후에는 관행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해 왔다. 김 수석은 27일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도 '회의 공개'를 주장했지만, 결국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위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소통을 강조하는데, 공개회의를 하면 국민의 반응이 즉각 나올 것"이라며 "27일 첫 만남 때도 얘기했지만, (당이) 나중에 몇 가지를 골라 발표할 게 아니라 비대위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평소 재벌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김종인 위원은 최근 논란이 돼온 이른바 '부자 증세'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근혜 위원장이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것과 입장이 다르다.
김 위원은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전면적인 세제 개혁을 공약해야 한다"며 "세수가 부족한데 재원을 마련하려면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 공약으로 세제 개편을 내걸어야 한다는 것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대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부자 증세'를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이 엇갈려 왔다.
당내 '부자 증세'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을 통한 '부자 증세'를 강하게 주장해왔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반대 의사로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여기에 김종인 위원이 재차 '부자 증세'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박근혜 위원장과 김종인 위원의 정책코드 조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위원장이 '모셔온' 비대위원의 제안을 일축할 경우, 김 위원과 관계는 삐걱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 위원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강·정책 총선공약을 책임질 2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장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김 위원이 강력한 재벌 개혁론자인 반면, 박 위원장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며 법인세 인하에 찬성해 왔다.
비대위원간 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대기업 비판론자인 김 위원과, 상대적으로 친시장적 견해를 보여온 조동성 위원(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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