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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號 출범 5개월만에 침몰, 혼돈의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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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號 출범 5개월만에 침몰, 혼돈의 한나라당

"더 이상 계파 싸움 없어야"…박근혜, 수습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 '홍준표호(號)'가 출항 5개월 만에 완전히 침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 사태 이후 당내 거센 퇴진 압박에 시달린 홍준표 대표는 9일 당 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정리 후 사퇴하려는 제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표직을 사임할 뜻을 밝혔다.

홍 대표는 "22만 당원 동지들이 압도적으로 저를 당 대표로 선출해준 뜻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불철주야 국정을 살피며 내년 총선과 대선 대비를 해왔다"며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은 돌발적인 서울시장 선거 보선이 있었고, 한미FTA 비준안 처리 후 디도스 사건 등 당을 혼돈으로 몰고가는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모두가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당내의 거센 퇴진 압력에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이어 그는 "그동안 대한민국 서민 대표로 저는 서민의 애환을 살피고 반값 아파트 정책 등 획기적인 개혁정책을 내놨다.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혁신에 성공한 현재의 당헌을 만들어 개혁과 쇄신에 앞장섰다"며 "그런 저를 일부에서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그는 "더 이상 당내 계파투쟁, 권력투쟁은 없어야 한다"며 "모두 힘을 합쳐야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사퇴를 '계파투쟁'에 따른 희생으로 규정한 것.

이어 홍 대표는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하고 한나라당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을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며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대한민국과 한나라당의 발전에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한 뒤 질의응답도 받지 않은 채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떠나던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와는 대화를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는 한나라당 대표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향후 지도체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당헌·당규에 따르면 된다"고 답했다.

'버티기' 일관하던 홍준표, 박근혜 최종 결심에 사퇴

전날까지도 홍 대표는 "나는 집권여당의 대표로 22만 당원에 의해 선출됐다"며 대표직을 사임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고 판단, 대표직을 유지한 채 자신 주도로 당 쇄신 작업을 해나갈 뜻을 확고히 한 것.

그러나 '선(先) 공천-후(後) 재창당'을 골자로 하는 홍 대표의 쇄신안에 친이계와 쇄신파는 물론 홍 대표와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어온 친박계까지 대거 반발하고 나서면서, 홍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홍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의원들을 협박하고 있다"는 불만도 튀어나왔다.

여기에 이날 오전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장수 최고위원마저 최고위원회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홍 대표의 주도의 당 쇄신안은 좌초됐다. 집단지도체제인 최고위원회가 의결조차 할 수 없는 '식물 지도부'로 남게 된 것.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도 사퇴를 미뤄온 홍 대표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홍준표 대표를 방패로 등판 시기를 저울질 하던 박 전 대표는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 등이 사퇴한 지난 7일부터 외부 일정을 전면 중단한 채 장고에 들어갔으나, 결국 4년만의 '전면 등판'으로 결론을 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결심은 전날 홍 대표의 쇄신안 발표 이후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면 나서지만…한나라, 또 다시 계파 각축장 될 듯

그러나 홍 대표의 사퇴 이후에도 당은 한동안 혼란 속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직접 맡는 방안, 비대위는 외부 인사에게 맡기고 재창당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으로 계파별 신경전도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나라당에선 친박계와 민본21 등 쇄신파가 손을 잡고, 정몽준 전 대표·김문수 경기도지사·이재오 의원 등의 다른 대선주자들은 자신들의 측근 의원 10명이 참여한 '한나라당 재창당 모임'을 통해 손을 잡는 모양새다.

특히 모든 계파에서 주장하는 한나라당 재창당엔 총선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천 문제도 혼재돼 있어, 재창당 방안을 둘러싼 계파별 셈법과 이로 인한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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