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연장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국민은행과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가 서로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10일 국민은행과 론스타를 향해 '본계약 파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론스타와 국민은행 측이 최근 잇따라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에 대해 "이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면 국민적 불신과 저항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본계약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론스타 측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잇따라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국민은행도 론스타와 계약 연장을 위한 협상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외환은행 인수·매각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지난 8일 "론스타가 요구하는 A부터 Z까지 모두 들어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면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행장은 이어 "외환은행 인수 포기로 경제적 손실을 보더라도 국내 리딩뱅크로서 입지와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은행 측에 무리한 보상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국민은행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악화되고 있는 국내 비난여론을 의식한 결과 아니냐는 분석도 아울러 제기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 불법매각 및 원천무효' 서명운동의 성과를 지적하고 "국부유출을 저지하기 위한 국민적 염원이 모아지고 있다"며 "계약연장이 아니라 계약파기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국민은행과 론스타 간의 계약이 파기될 경우 바람직한 대안으로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주식을 국민주 방식으로 공개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과 론스타는 현재 각각 자문기관을 통해 계약 연장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조만간 두 당사자 간 직접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과 론스타는 지난 5월 외환은행 인수·매각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하는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에 국민은행이 인수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120일 간의 계약 유효기간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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