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은 26일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사건과 관련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2의 외환위기를 막기 위한 엘리트 공무원의 신념에 찬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 감사 발표대로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 이상의 '몸통'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정서상으론 윗선 의심될지 몰라도 감사결과는 안 그래"
전 원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 감사원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재경부 은행과장, 금융정책국장을 모두 불러 조사했지만 위에서 지시했다는 답변은 안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변양호, 김석동 전 국장은 모두 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조사해봤으나 자기 책임을 분산시키는 발언은 없었다"고 감쌌다.
전 원장은 열린우리당 이상경,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이 감사결과 '몸통' 규명이 미흡했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반박하고 "감사원도 증거실질주의에 입각해 감사를 하는데, 증거가 없는 곳에 어거지로 견강부회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정서상으로는 (윗선이 개입했음직한) 의문이 있을지 몰라도 감사 결과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또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이헌재 전 부총리는 론스타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장 법무법인 고문으로, 한달에 2000만 원씩 받았는데 왜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관련돼 있다는 어떠한 심증이나 자료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사결과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책임질만한 내용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이어 "내가 경제부총리로 있을 때 서울은행과 조흥은행을 매각했는데 대통령에게 보고 안하고 공적자금 투입 기관을 매각하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추진했다"며 외은 매각 역시 청와대 등 '윗선'에 보고되지 않았을 개연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전 원장은 "BIS 비율이나 자산부채 실사 내용, 실제 가격 등은 고도의 기술적 문제다. 그 문제를 경제부총리나 결정권자들이 일일이 다 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 원장은 또한 "몸통 부분은 검찰에 장관급을 포함해 20여 명을 고발한 상태인 만큼 더 이상 감사할 생각이 없다"며 "감사팀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 시점에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내가 경제부총리였다면 승락하지 않았을 것
전 원장은 다만 감사결과 후 '정책적 판단'이라는 재경부의 반박에 대해서는 "정책적 판단이라는 말은 잠재적 이슈를 시스템으로 막아야 할 때나 법률에 근거해 대안을 선택할 때나 쓰는 것"이라며 "외은 매각 문제는 은행법과 금산법에 의한 법률 해석에 관한 것인데, 이를 정책결정으로 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경제부총리 자리에 있었다면 (외은 매각을) 승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런 법률 집행의 문제를 정책 결정으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려면 BIS 비율이 떨어져서 지급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거나 부실기관으로 지정돼야 하는데 당시 외환은행 매각은 이러한 매각 절차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이어 "론스타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는 솔직히 감사원이 모르고 있지만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여러 서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론스타의 불법행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원장은 한편 경제 상황이 어려워 외환은행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재경부 주장에 대해서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문제가 제기됐던 2003년 1분기 이후 카드사태, 북핵문제, 9.11 테러 등으로 국내외 경제가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산가치가 4조 원에 불과한 외환카드 문제를 자산규모 60~70조 원 규모의 모기업을 매각해서 해결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 원장은 감사원과 재경부의 공방과 관련해 "친정하고 이런 얘기를 하게 돼서 (나도) 딱한 입장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 원장은 외은 매각을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되던 2003년 초까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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