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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소 값이 개 값이라니…"

[기고] 약속과 다른 구제역 보상, 농민은 속탄다

구제역으로 소를 묻고 마음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지금 이 땅에서 소를 키우는 사람치고 마음 편한 사람이 없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소 값이 폭락하고 사료 값이 치솟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차라리 구제역으로 매몰 처분한 농가들이 낫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주인인 세상이라 해도 그것은 구제역 보상금이 정부가 약속한 지침대로 이행 되었을 때나 맞는 말 아닐까.

내가 매몰 처분할 당시 한우 30마리가 임산우였다. 임신 3개월에서 7개월 령으로 봄부터 출산이 계획된 인공수정우들이었다. 당시 임신우들은 임신 개월 수에 따른 보상이 당연시 됐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 보상에서는 이 지침이 변경됐다. 원래 보상 기준은 임신 1개월에 10만원 가량 이었는데 새끼를 낳은 적이 있는 경산우는 25%, 미 경산우에는 30%로 계산하여 임신된 송아지 태아 값을 보상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임신 7개월 경산우는 23만원 가량이고 미경산우는 28만원 가량이다. 임신 3개월 된 경산우는 10만원이 된다. 한 마디로 개 값인 것이다. 이에 억울함을 농가들이 호소하지만 감사원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확률적으로 계산된 합의된 결과라며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번 구제역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다만 개복을 했거나 수의사의 임신 진단서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100% 지급하기로 했단다.

농가에서는 수정이 됐는지 안 됐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의심이 되는 소들은 수정사가 감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축협 전산망에 등록되어있는 인공수정서도 믿지 않겠다는 정부 태도에 그저 송아지를 키워서 먹고사는 입장에서는 참담할 뿐이다. 그 누가 새끼도 들지않은 암소를 비육시키지도 않고 키우겠는가. 아무리 확률적이라해도 상식을 벗어난 독단이다.

100% 시가보상이란 말만 믿고 차가운 땅에 애써 키우던 소들을 매몰했던 농가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법에 호소하거나 집단행동을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매몰 처분한 한우 농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고 어쨌든 보상금이 지금 시세와 비슷하거나 조금은 낫기 때문이다..

임신 개월 수에 따라 100% 지급해 달라는 주장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최소한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보상가를 책정해 구제역으로 소를 묻고 돼지를 묻은 농민들을 두 번 죽이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땀 흘려 살고자하는 농민들의 마음에 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그 같은 행위는 정부에 대한 권력기관에 대한 농심의 좌절감과 분노를 키우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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