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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특혜 논란, "이러다간 순복음교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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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특혜 논란, "이러다간 순복음교회처럼…"

[현장] "故 옥한흠 목사의 '작은 교회' 정신, 어디로 갔나"

서울시 서초동에 있는 '사랑의교회' 예배시간은 주말 유명 백화점 반짝 세일 기간을 방불케 했다. 일요일인 19일 오전, 담임목사의 설교를 직접 듣기 위한 신자들의 발걸음은 예배 1시간 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교회 본당으로 들어가려 기다리는 신도들의 줄은 100여 미터 떨어진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 이어졌다.

주일 예배를 6부로 나눴지만 본당 예배에 참석하려는 신도들을 수용하기엔 무리였다.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도들은 사랑의교회 소망관과 별관 등에 마련된 예배실 스크린을 통해 담임목사의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이마저도 자리가 없어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되는 설교 내내 서서 예배를 듣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서초역 출구 옆에 짓는 예배당, 온갖 구설수

사랑의교회는 2011년 3월 기준으로 재적 신도가 8만 명을 넘었다. 그 중 출석 신도는 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본당은 원로 옥한흠 목사가 1985년 신도가 813명 있을 당시 건축한 것으로 수용인원이 2000여 명이다. 그렇다보니, 자리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노릇. 사랑의교회가 현재 신축 건물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사랑의교회는 총 비용 2100억 원을 들여 서울 강남 한복판에 공공도로 밑을 파서 교회 예배당을 짓고 있다. 대법원 맞은편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3,4번 출구 옆 터에 '사랑 글로벌 미나스트리 센터'(SGMC)가 그것.

2012년 말께 완공 예정인 이 센터는 대지 면적 6782㎡(2051평)에 건물 두 채가 들어선다. 각각 지하8층~지상8층, 지하8층~지상14층 규모다. 두 건물을 관통하는 지하에 들어서는 예배당은 약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조성된다.

하지만 이 건물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교회기 커지는 이른바 '메가 처치(mega church)'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그런데 '굳이' 사랑의교회에서만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 예배를 마치고 나오고 있는 신도들. ⓒ프레시안(허환주)

공공도로 지하를 교회 시설로?…서초구의원들, 조사특위 구성 발의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건축 시행 허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지난 16일 사랑의교회가 위치한 서초구 주민들을 비롯해 종교계 및 시민단체들은 서울 행정법원에 건축 허가 취소와 시정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요지는 서초구청이 사랑의교회 건축허가를 내는 과정에서 △예배당을 짓기 위해 공공도로인 '참나리길'의 지하를 교회가 점유할 수 있도록 한 것 △지하철 2호선 서초역의 3·4번 출입구를 폐쇄하고 교회 지하로 연결하도록 변경한 것 △사랑의교회 건축 부지 안에 있던 공공도로 '소로'를 폐지하도록 한 것 등에 대한 취소 소송이다.

서초구의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사랑의교회 조사특위 구성안을 발의했다. 또한 지역 시민·종교·사회단체는 향후 감사원에 서울시와 서초구에 대한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랑의교회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랑의교회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도로 지하 사용은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며 "지하 사용을 위해 법규상 소정의 점용료 지불과 일정 재산을 기부채납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랑의교회는 "또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 중 일부 공간을 구청에 기부채납 해 지역 주민의 복리 증진에 사용되도록 할 예정"이라며 "교회는 지하를 사용하는 대신 본당, 채플, 영상 예배실 등 주요 공간들을 지역사회, 한국 교회와 함께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초구청에서는 사랑의교회에서 1년 치 도로 점용료로 1억4000만 원을 낸다고 밝혔다.

"사랑의교회 선례 생기면, 도로 지하 점유 기업 소송 잇따를 것"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특혜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행정소송을 청구한 황일근 서초구의원은 "지하철 출입구를 폐쇄하고 공공도로 지하에 교회 시설이 들어가게 한 것을 두고 서초구에서는 재량행위라고 하지만 이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교회를 위해 특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만약 이것이 전례가 된다면 앞으로 한국 건축계 인허가질서는 공공도로 지하를 점유하려는 기업들과 종교단체, 건축주들의 지하점유 요청과 소송으로 심각한 질서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종교단체의 편의를 위해 공공도로 지하 공간을 이용하도록 허가를 내준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공도로를 사용해야 한다는 도로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건축허가가 떨어졌기에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랑의교회 건축위원회에는 현직 감사원 고위공무원과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참여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대형 교회 추구? 사랑의교회 정체성과 어긋난다!

특혜도 문제지만 초대형 건물 증축은 사랑의교회가 지켜온 기독교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교회는 평신도가 중심이 된 소박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런데 건물 신축 과정에서 이런 명성을 날릴 수 있다는 것.

황영익 사랑의교회건축대책지역교회협의회 사무총장은 "순복음교회가 이렇게 한다면, (대형 건물을 짓는다면) 우리는 실망을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가장 건강한 교회 모델로 인정하고 존경하던 사랑의교회에서 이런 대형 건물을 짓는다고 하니 반대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를 세운, 지금은 고인이 된 옥한흠 원로 목사는 애초 초대형교회 짓기를 지양하며 불편하더라도 비교적 좁은 예배당을 고집했다. 교회가 커질수록 평신도는 익명의 대중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거대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다 보면 권력이 담임목사에게로 집중된다는 것이 고(故) 옥한흠 목사의 소신이었다. 옥 목사는 대형교회의 고질적 관행인 '목사직 세습'을 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랑의교회는 옥 목사의 제자인 오정현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대형 교회의 문어발 확장, 풀뿌리 교회는 말라죽는다교회 양극화"

황영익 사무총장은 "옥 목사가 교인이 많음에도 건물을 넓히지 않았던 것은 인위적으로 교회를 늘려가지 않겠다는 의지였다"며 "옥 목사가 과거에 지금과 같은 증축을 했다면 아마 사랑의교회는 순복음교회같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사무총장은 "교회의 대형화, 즉 문어발식 확장은 기독교 정신에도 맞지 않다. 그렇기에 옥 목사는 스스로 제어를 했다"며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그 정신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건물이 증축될 경우, 기존 교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교인들까지도 이곳으로 흡수될 것"이라며 "몇 년이 지나면 서초구 내뿐 아니라 인근 수십 개 교회는 씨가 말라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풀뿌리 교회가 말라죽고, '교회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뜻이다.

황 총장은 "요즘 많은 신자들이 대형 백화점 식 교회를 가고 싶어 한다"며 "그런 걸 노려 교회를 초대형화 하는 건 아름답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을 교통 요충지, 그것도 지하철을 붙여서 초대형으로 짓는 것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교인을 끌어 모으려는 일종의 마케팅이라는 이야기다.

▲ 새로 증축되는 건물의 조감도. ⓒ사랑의교회
사랑의교회, '마이웨이'교인 대부분은 증축 찬성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교회는 '마이웨이'를 간다는 입장이다.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19일 '영적 승리를 위한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설교에서 "우리가 아무리 진실 되게,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는 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연합으로 우리 기도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목사는 "하나님이 교회 건축의 문제를 해결해주시옵소서"라며 "우리 개인과 교회를 어렵게 하는 이들을 미워하지 말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신도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이어 오 목사는 "절대적 진리는 교회에 있다. 이 시대의 진리와 기둥, 터가 교회"라며 "이를 믿지 못하는 이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옳고 그름을 판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그렇다보니 거짓말을 하게 되고 말을 금방 바꾼다"며 "우리는 이를 제대로 분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인들도 건물 증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김명기(38) 씨는 "10년 넘게 사랑의교회를 다니고 있다"며 "공간이 협소해 그간 예배를 보기가 어려웠다"고 증축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주차장 늘어나 좋다?…한국 교회 모범이었던 '옥한흠 정신'은 어디로?

가족과 함께 교회를 찾은 이기수(36) 씨는 "주차장이 협소해 아예 차를 집에 두고 온다"며 "그렇다보니 아이들과 교회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신축 건물이 생기면 주차장도 많이 늘어난다고 들었다"며 "좀 더 편안하게 교회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교인 2만407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의회를 열고 95%의 찬성으로 건물 증축안을 통과시켰다.

새로 짓는 건물은 2012년 말께 완공될 예정이다. 특혜와 교회 정체성 훼손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사랑의교회가 이를 계기로 어떤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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