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한·중·일 70여 개 시민단체의 연합 모임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과 식민지를 미화해왔던 '위험한 교과서'들이 급기야 영토문제를 매개로 한 애국주의 부추기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가장 심각한 것은 이런 역사 왜곡을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독도 영유권 기술이 강화된 것도 일본 정부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통해 기술을 강제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프레시안(선명수) |
"독도에 대한 감정적 반응, 일본 우익 부추길 수 있다"
이번 교과서 검정 발표로 독도 영유권 문제가 또다시 한일 양국의 첨예한 갈등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좀 더 '냉정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이신철 공동운영위원장(성균관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독도 문제는 한국에게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기술은 분명 심각한 문제지만, 이 문제가 강하게 부각될수록 일본 우익의 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크다"면서 "일본 교과서의 반작용으로 한국에서도 내셔널리즘의 광풍이 불어닥치면, 교과서 문제를 주도해온 일본 우익이 이를 국가주의 강화라는 자기 정당화의 논리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도를 비롯한 역사왜곡 서술 전반을 냉정하게 분석해 일본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역사 서술의 우경화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 발표로 일본의 시민사회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오후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도 '어린이와교과서전국네트워크21'을 비롯한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검정 발표를 맞아 일본의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시민단체와 함께 '역사왜곡 교과서 반대 운동'을 벌여온 일본의 활동가들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편집자> [인터뷰] 우츠미 다카오 "일본의 독도 주장, 과거사 반성하지 않는 행위" -'교과서 문제를 생각하는 시민네트워크 히로시마' 회원, 전 고등학교 교사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났다. 이번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일간의 우호를 해치는 기술이자, 역사왜곡이다.
식민지배 당시 일본이 군사적 요충지로 독도를 강제 편입한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일본이 자국의 식민 지배에 대해서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3월 히로시마네트워크 회원들이 히로시마 현과 시 교육위를 방문해 역사왜곡 교과서의 불채택을 요청했다. 이런 식으로 쓰인 교과서를 학생들이 보고 자란다면, 학생들이 이웃국가인 한국과 중국에 대해 불신과 증오를 갖게 될 위험이 크다. 그런 상황을 막는 것이 최대의 과제다. [인터뷰]후카 후미요 "한국인 분노 당연하지만…냉정한 접근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주지마! 위험한 교과서 오사카모임' 회원, 전 사회과 교사 우익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의 침략에 대한 반성없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기술이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등장 이후 교과서에서 이에 대한 서술이 점차 사라졌고, 그나마 '일본서적신사'라는 출판사가 유일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었는데 얼마 전 폐간됐다. 새역모가 이들을 '반일 교과서'라고 규정하고 반대 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일본의 주장에 한국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일본 대지진 피해로 한국 분들이 많은 성원을 보내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교과서의 우경화는 몇십 년에 걸쳐 심화되었던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냉정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일본의 시민단체들도 앞으로 이런 역사왜곡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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