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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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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과작인 리사 촐로덴코(47) 감독의 신작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유쾌하고 발칙하며,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저렇게 뿔뿔히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오랫만에 모이게 되는 요즘같은 시기엔 제격인 작품이다. 가족이란 이런 것이며, 어쩌느니 저쩌느니 해도 가족주의라는 명분있는 이기주의에서 우리는 쉽게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관계가 모두 다 우리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전형적인 진부함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에서 나오는 부부의 모습은 여느 커플과는 파격적일 만큼 상당한 거리를 둔다. 일단 이들 부부는 이성이 아니다. 동성이다. 닉(아네트 베닝)과 줄스(줄리앤 무어)라는 이름의 레즈비언 커플인데, 이들은 각자 서로 3년을 터울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았다. 18살인 조니(미아 바쉬이코브스카)와 15살인 레이저(조쉬 허처슨)가 그들이다. 이들이 벌이는 소동극의 시작은 조니와 레이저가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 곧 '정자 아빠'인 폴(마크 러팔로)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다.
▲ ⓒNewstage

그렇고 그런 드라마라면 생부와 아이들, 정자 기증자인 남자와 여성부부 사이에 갈등이 반복되는 이야기를 펼쳐 놓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단 겉으론, 그리고 제목 그대로, 모두가 다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 애쓴다. 성격들도 괜찮고, 사람들마다 꽤나 교양들이 있으며, 가장 중요한 건 살아가는 폼새가 만만치 않다. 닉은 비교적 잘나가는 산부인과 의사이며 폴은 성공한 요식업가다. 줄스가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지금 막 새로운 개념의 조경업을 시작할 참으로 의욕만큼은 넘쳐난다. 딸인 조니는 올 A를 받고 대학에 합격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교적 '드림팀'에 속하는 이들 새로운 가족은 만나는 순간부터 속에서 삐걱대기 시작한다. 폴은 자신에게 아이가, 그것도 둘씩이 있다는 것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으려고 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이든, 애들 엄마 둘이든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조니는 약간 예외이긴 하지만. 특히 집에서 가장 역할을 해 온 닉은, 폴의 개입이 영 달갑지가 않다. 게다가 닉과 권태기에 접어든 줄스가 폴과 혼외정사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이들 가족의 좌표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 ⓒNewstage

생각해 보면 까짓것, 모두들 윤택한 삶을 살겠다, 인성들도 나쁘지 않겠다, 새아빠 한명 들이고 모두가 모두를 공유하는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 싶다. 혁명적이지만, 자고로 혁명은 혁명을 하라고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가족이라는 규격의 관습적 틀은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을 쉽게 바꾸게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게 꼭 어리석거나 특히 덜 진보적이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다. 가족이란 차곡차곡 쌓아가는 감정의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 것이며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거기에는 수많은 용서와 배려,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 개입돼 있다. 가족은 쉽게 만들어지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폴과 '바람'을 핀 것이 들통난 후 닉과 냉랭하게 지내던 줄스는 어느 날 애들 둘이 다 있는 앞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나도 잘 모르겠어. 왜 사람들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찢어 놓는지."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줄스의 모습을 보고 닉은 줄줄 눈물을 흘린다.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흠뻑 젖는다. 그런데 그건 실로 따뜻한 물이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원제는 <더 키즈 아 올라잇>이다. 우리식으로 하면, 부부가 진창 싸운 후에 이렇게 얘기하는 것과 같다. "내가 애들때문에 산다." 애들때문이든 상대때문이든, 미우나 고우나 어려울 때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 그렇게 싸우다가 막상 헤어질 때는 훌쩍거리게 되는 사람들, 그게 바로 가족이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이색 커플, 이색 적인 상황에서도 가족의 본질은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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