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학생들 보는 앞에서 교사 엉덩이 '퍽퍽'

경기도 사립고서 말썽… "교장 인권 수준 땅바닥"

경기도의 한 사립 고등학교 교장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들을 체벌해 말썽을 빚고 있다.

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평택에 위치한 A고등학교 김모(82) 교장은 지난달 24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2~3학년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 상태를 점검하면서 용의복장이 불량한 학생이 있는 학급의 담임 교사를 체벌했다.

김 교장은 담임 교사가 학생들 앞에 서서 칠판에 손을 대게 한 다음 '학생들 복장이 불량한데 선생님들은 뭐하고 있었느냐'며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렸다. 김 교장은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들에게 "너희가 잘못하면 담임 선생님이 혼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이런 식으로 여자 2명, 남자 5명 등 교사 7명을 1~3대씩 때렸고, 일부 교사는 교장의 체벌을 거부하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은 이 모습을 지켜봤던 A고등학교 학생이 도교육청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도 교육청은 두 차례에 걸친 감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 교장은 도교육청 감사에서 "학생들을 야단치는 과정에서 교육하는 차원에서 때리는 흉내를 냈을 뿐"이라며 "이후 너무 지나친것 같아 해당 교사들을 불러 바로 사과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김 교장의 행동을 심각한 교권침해로 보고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장 인권 수준 땅바닥…도교육청 적극 대처하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생들로부터 존중받고 교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교사가 교장의 체벌 대상이라는 것은 해당 교장의 인권인식 수준이 땅바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학교에서의 인권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존중되어야 하는 가치라는 것이 학생인권조례가 담고 있는 정신"이라며 "학교 안에서의 인권 유린은 학교 구성원 누구에게나 커다란 상처를 준다는 것과, 체벌이 비교육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 인권조례 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이 사안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이 어찌 처리할지 주목할 것"이라며 "성희롱 교장에 대한 봐주기 징계 등 개혁의지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김상곤 교육감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학생과 교사의 인권 및 교권 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금지를 담은 학생인권 조례 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으며, 이 조례안이 17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행규칙을 마련해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