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방문기X'를 선보인 강화정 연출은 2010 LIG아트홀 레지던스로 선정된 세 명의 예술인 중 하나다. LIG 아트홀 '레지던스-L'은 괄목할만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예술인 지원을 위해 2010년 출범한 프로그램이다. 이는 일회적 제작지원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뜻을 담아 새롭게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선별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약 2년간 제작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운영 원칙으로 한다. 착하고 친절한 '레지던스-L'과 달리 '방문기X'는 불친절하다. 서사, 행위, 언어, 시간, 배경 모두가 혼돈이다. '정신이나 마음이 혹사시켰던 육신들의 이야기'인 만큼 상식의 궤도를 이탈한다. 정지하므로 오히려 무한해진 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내내 단 한순간도 당황한 관객을 타이르며 조근 조근 설명하지 않는다. 그 뚝심 있는 일관성이 오히려 놀란 관객을 수긍하게 만든다.
관객은 죽음과 코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부패한 육체들을 목격하게 된다. 부패한 육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침대, 그러나 몸은 조용히 죽어가기를 거부한다. 강하게 발작한다. 몸부림은 낯선 행위와 언어, 표정들로 표현된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제각각인 몸들의 움직임이 가득하다. 감각은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강도로 반응한다. 상식이라 여겼던 것들이 뒤엉키며 제멋대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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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강화정의 신작 '방문기X'는 보여줄 뿐 강요하지 않는다. 제시할 뿐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거리낌이 없다. 쇠락의 최후에 선 몸의 기하학적 향연이 빛, 소리와 혼합하며 관객의 이성을 배반한다. 이해하려 할수록 뿔뿔이 흩어진다. 뜻대로 되지 않고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 삶과 죽음을 인간의 몸으로 표현해내며 불확실한 세계를 관객과 공유한다. 일반적이나 결코 일반적일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억지 해석 없이 보여주는 '방문기X'는 신선하고 솔직하다. 그 발칙한 솔직함에서 연출의 '젊음'과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체기관을 사용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을 배우 역시 관객이 명확하지 않은 시간과 공간을 탐사하는데 모든 감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여정이 개운하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매우 매력적인 여행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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