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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하천 전문가 "4대강 사업은 람사르 협약에 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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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하천 전문가 "4대강 사업은 람사르 협약에 대한 도전"

낙동강 현장 조사…"한국 정부, 습지 보호 약속해 놓고 충격적 파괴"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예방이나 수질 개선, 수자원 확보를 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불가능한 목표이다. 이렇게 대규모 공사를 벌이는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 명예교수)

"2008년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를 개최했던 한국이 전 세계에 습지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이렇게 4대강 사업으로 습지를 파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대강 사업은 람사르 협약에 대한 도전이다." (호리 료이치 일본 람사르네트워크 공동대표)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본 일본의 하천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은 습지와 환경을 파괴하는 불필요한 토목 공사"라며 일제히 한국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과 람사르 협약 이행을 촉구했다.

일본의 환경단체인 일본람사르네트워크(Ramnet Japan)와 토목·환경학자 15명은 지난 9일부터 사흘 동안 한국습지엔지오네트워크와 함께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낙동강 일대의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의 방한은 이번이 두번째로, 지난 2월에도 남한강과 낙동강 일대의 4대강 사업 구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일 환경 전문가들은 이틀 간의 현장 조사를 마치고 1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 강당에서 토론회를 열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일본 하천 토목건설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학교 명예교수와 대한하천학회의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참가했다.

이마모토 교수 "16개 보(댐) 건설로 홍수 예방 불가능할 것"

이틀에 걸쳐 낙동강 상주보~달성보~합천보~함안보 구간을 둘러본 이마모토 교수는 "4대강에 건설되는 거대한 댐(보)으로 한국이 홍수 예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본에서도 치수 목적의 댐 건설로 홍수 피해가 예방됐다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댐은 완공되자마자 상류에 쌓이는 퇴적물 때문에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이마모토 히로타케 일본 교토대학교 명예교수. ⓒ프레시안(선명수)
이마모토 교수는 "치수는 인간의 영원한 과제라고 할 수 있지만, 댐으로 홍수를 막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심한 환경 파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댐 건설로 퇴적물이 흘러내리지 못하고 쌓이게 되면서 자연스러운 홍수 유량을 차단하고, 이에 따라 하천의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을 개선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질 개선은 오염 물질의 유입 자체를 줄여 오염원 중심의 관리를 해야지, 물의 총량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의 양을 늘려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결국 오염원을 희석하는 것뿐이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면서 "오히려 4대강 사업처럼 댐을 쌓아 물을 가둬두게 되면 수질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요도가와 수계유역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는 이마모토 교수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범 사례'로 일본 요도가와의 사례를 든 것에 대해서도 "과연 '모범 사례'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도가와는 50~100m였던 하천의 폭을 400m 정도로 확대해 홍수를 예방할 수 있었지, (한국 정부의 주장처럼) 준설을 통해 홍수를 막은 것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강 복원 사업 이후에도 여러 환경 문제가 발생해,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마모토 교수는 또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의 아름답고 귀중한 하천의 모습을 봤다"면서 "그러나 이 하천에 16개의 댐을 쌓고 대규모 준설을 하는 것은 홍수 예방·수질 개선·수자원 확보 등 4대강 사업의 목적에도 전혀 맞지 않으며, 오히려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국민의 재산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 역시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인데, 이는 현실적으로나 공학적으로나 실효성이 전혀 없는 사업"이라며 "대운하의 핵심인 이 두 사업을 폐기해야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 상관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진정성이 확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발제자로 나선 관동대 박창근 교수(왼쪽)과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 교수. ⓒ프레시안(선명수)

"4대강 사업은 람사르 협약에 대한 도전…국제 사회에 알릴 것"

지난 2008년 람사르 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를 개최한 바 있는 한국이 4대강 사업으로 습지를 훼손하는 것은 "람사르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호리 료이치 일본람사르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이틀에 걸쳐 낙동강 일대를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4대강 사업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대규모 토목 공사라는 점"이라며 "낙동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놀라운 것은 2008년 한국이 람사르 당사국 총회를 개최해 놓고도 자국의 습지를 이렇게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한국의 4대강 사업은 분명 람사르 협약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호리 대표는 또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는 구미 해평습지는 일본에서 월동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두루미의 중간 기착지"라며 "이는 4대강 사업이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습지를 보존하고자 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해결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오늘 우리가 한국의 4대강 사업을 보며 느낀 충격을 전 세계의 NGO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람사르 협약은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18개국이 모여 체결한 국제 습지 보호 협약으로, 한국은 101번째로 이 협약에 가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 개막 연설에서 "한국은 람사르 협약 총회를 계기로 습지 보호 지역과 람사르 협약 등록 습지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것이며, 람사르 협약 모범 국가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세계습지네트워크 "4대강 사업은 람사르 협약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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