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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결국 '징계'에 그쳐…"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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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결국 '징계'에 그쳐…"그럴 줄 알았다"

야권·시민사회, "들러리 진상규명위 확인, 공수처·특검 도입해야"

'검사 스폰서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가 9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직 검사 10명에게는 징계를, 징계시효가 지난 검사 7명에게는 인사조치를 대검찰청에 건의했다. 더불어 '검찰문화개선 전담기구 설치' 및 '감찰권 강화'를 건의했으나, 처벌 수위와 제도 개선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더 증폭될 전망이다.

한 달 보름여 동안 조사를 벌인 규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7차 회의를 열고 결과를 발표했다. MBC <PD수첩>에서 실명이 폭로된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을 비롯해 비위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된 검사 10명에게 징계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밖에 비위사실이 있지만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검사 7명에게는 인사조치를 요구했고, '단순 회식 참가' 수준으로 조사된 평검사 28명에게는 엄중조치할 것을 건의했다.

▲ 성낙인 진상규명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스폰서 검사' 파문 진상 조사결과를 발표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진상규명위 "대가성 없다"…보고의무위반·품위손상 등만 지적

징계 사유를 보면 박기준 부산지검장은 △제보자 정모 씨의 보고의무위반 외에도 제보자인 정모 씨로부터 압수한 접대 내역 문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보고의무 위반' △진정사건을 주임검사가 공람종결하는 것을 승인한 '지휘·감독의무위반 및 직무태만' △정 씨 구속 수사와 관련해 1차장 검사에게 "정 씨에 대한 내사 사건의 수사템포를 늦추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하고, 정 씨 동생을 집무실에서 만나 선처 청탁을 받는 등 사적으로 접촉한 '검사윤리강령 위반' 등이 제시됐다. 여기에 MBC <PD수첩> 취재진에게 거친 언동을 하고 정 씨와의 통화에서 검찰총장 후보자와의 친분을 거론한 것 등 보도에서 드러난 행위들을 근거로 '품위 손상'이 추가됐다.

한승철 전 대검부장의 경우 자신의 향응·금품수수 등을 포함한 검사들의 비위사실이 기재된 고소장과 진정서를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부산지검에 이첩한 '보고의무 위반'이 적용됐다.

그러나 규명위는 형사처벌의 기준인 대가성 여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규명위는 "검사들 일부가 제보자 정모 씨에게 부적절한 식사·술 접대를 받은 사실은 있었지만 정 씨 주장과 같은 지속적인 접대는 없었고, 친분에 따른 접대였을 뿐 대가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악기, 무용, 등산, 탁구 장려 등 문화 개선해야"

규명위는 제도 개선책도 내놓았다. 우선 검찰문화 개선 방안으로 △문화 개선 전담 기구 설치 △음주 일변도 회식문화 탈피 △악기, 그림, 무용, 연극 등 1인 1문화 활동 장려 △독서, 등산, 탁구, 테니스, 볼링 등 건전한 동호회 활동 지원 △전문분야에 대한 자기계발 운동 전개 △심리상담 시스템 도입 등을 권고했다.

자정기능 강화와 관련해서도 대검 감찰부장을 외부인사로 임명하고 대검 감찰부의 위상을 높여 감찰권을 강화하하는 한편, 부적절한 외부인사와의 접촉을 금하는 검사 윤리행동 매뉴얼을 마련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규명위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문화나 감찰의 문제"라면서 "주로 문화 분야와 감찰 분야의 개선대책 논의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법무부와 검찰이 주도한 진상규명위의 의견이기 때문에 검찰이 징계와 제도개선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계기로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검찰 개혁'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MBC <PD수첩>은 '검사와 스폰서' 후속편을 통해 현직 검사들뿐만 아니라 일선 수사관 등 검찰직 공무원들도 향응·접대에 노출돼 있음을 추가 폭로하는 한편, 검찰의 자정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고발한 상태다.

"검찰의 시간벌이용 들러리…특검·공수처 필요"

검찰 출신인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민간인 조사위원들은 법률상 수사권이나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검찰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명분으로 조사활동을 하는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청렴과 정의의 보루가 돼야 할 검찰이 부패와 비리의 상징으로 전락됐다는 국민적 평가 앞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도 공직자비리수사처에 관련해 진전된 모습을 보이는 척 하더니 선거가 끝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미온적 자세로 나오고 있다"며 "도대체 <PD수첩>과 같은 검사스캔들 의혹을 몇 탄까지 보도해야 검찰이 정신을 차리고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인식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공수처 설치는 물론 <PD수첩> 2탄 내용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즉각 논평을 내고 "이미 예견된 수순으로 진상규명위는 법무부와 검찰이 문제를 덮기 위한 시간벌이로 이용만 됐을 뿐 검찰 조직에서 스폰서 문제를 단절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못 했다"고 평가했다.

경실련 역시 특검 도입, 공수처 설치 등을 요구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더 이상 스폰서 검사 문제를 조직보신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버려야 하고,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조직의 치부를 스스로 도려낸다는 각오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불신만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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