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은 8일 방송에서 △여전히 검찰의 스폰서 관행은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검찰의 비리 의혹을 조사해야할 대검찰청 감찰부도 '스폰서' 관행에 포섭되어 사실상 감찰 기능이 마비되어 있다고 고발했다.
이날 방송의 진행을 맡은 홍상운 PD는 "검찰 비리를 검찰에 맡겨서는 수사가 힘들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며 "정치권과 검찰, 시민단체가 모여 보다 근원적인 제도를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찰이 구성한 진상규명위의 한계를 꼬집은 셈.
▲ 서울의 모 룸살롱 여종업원은 자신이 관리하는 한 검사와 한 검찰 수사관의 명함을 공개했다 ⓒMBC |
전직 검찰 수사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PD수첩>은 서울 강남, 제주, 강릉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제보를 중심으로 검사의 스폰서 의혹을 취재했다. 과거 법무부 범죄예방위원회 위원을 했다는 강모 씨는 "범방위는 한마디로 정의 내리면 '스폰서'"라며 "한창 범방위로 활동하던 1990년대 후반 제주지청 검사들에게 1주일에 100~200만 원을 건넨 것은 물론 물론 골프 접대, 룸살롱, 2차 성접대, 심지어는 해외 성접대까지 했다"고 밝혔다.
당시 접대를 받은 김모 전 검사는 "관행이었다. (해외 성접대를 받은) 태국에는 딱 한번 갔다. 남자들끼리 놀러가는데 뻔한 것 아니냐. 다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직 범방위원 역시 인터뷰에서 "룸살롱 접대 하려면 400~500만 원 나오게 된다. 식사와 룸살롱, 2차 성접대까지 하면 1000~2000만 원까지도 나오고 별도로 봉투가 왔다갔다하고 그런 것은 계속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퇴직한 검찰 수사관도 "스폰서 회식문화는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고발했다. 그는 "여성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셔가며 춤추고 놀다 지나칠 경우 전신 나체를 요구해서 노는 경우까지 봤다"며 "검찰 직원들이 성매매업소를 단체로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출장 인원수를 부풀리는 식으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과지급된 비용을 회식비로 이용하기도 한다"며 "결국 어마어마한 1년 술값을 채우기 위해 스폰서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폰서의 '대가성'에 대해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느냐. 포괄적 뇌물 수수죄가 적용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서울의 한 룸살롱 여종업원은 "검사분들을 모시고 와서 변호사가 접대하는 경우가 많다. 나갈 때는 변호사가 다 계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들의 음란한 접대 문화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받은 현직 검사와 검찰 수사관 명함을 공개했다. 이 명함을 줬다는 검사는 "나는 외박한 적도 없고 무슨 이야기인지 자체를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서울 룸살롱 여종업원 "성매매했다는 진술서 제출했지만…"
그러나 이러한 스폰서 의혹을 수사해야할 대검찰청 감찰부 역시 '스폰서'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고발이다. <PD수첩>은 서울지검 인사계장과 감찰계장이 룸살롱에서 성접대를 포함한 향응을 받았다는 룸살롱 지배인과 이들에게 성매매를 했다는 룸살롱 여종업원들의 주장을 취재했다.
<PD수첩>은 룸살롱 여종업원은 이들의 강요로 성매매를 했다는 진술서도 제출했으나 대검 감찰부는 이 종업원을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종업원은 이날 방송에서도 "경찰서가서 진술서 쓰고 한 것처럼 검찰이 수사를 하면 충분히 진술할 의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검 감찰부는 증인 조사 없이 '증거 없음, 대가성 없음'으로 결론냈다.
<PD수첩> 제작진은 "접대에 공짜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의 하도급업체 사장이던 장모 씨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향응을 제공해왔다며 춘천지검 강릉지청 김모 계장을 고발했으나 검찰 조사는 유야무야 됐고 김 모 계장은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특정 검사나 개인의 일탈 행위를 일방적으로 보도"
이날 방송에 검찰은 불쾌감을 표했다. 검찰은 이날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반박문에서 "특정 검사나 직원 개인의 일탈행위를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마치 검찰 조직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은 범죄예방위원들이 '스폰서 노릇을 해왔다'는 보도에는 "근거가 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고, '대검찰청 감찰부가 조사없이 '증거없음, 대가성 없음'으로 결론지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해임 처분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PD수첩> 방영분에서도 '취재 대상'이 된 일부 검찰 인사들은 감찰 조사를 받고 있는 듯 취재진에 짜증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9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법무부 진상조사위는 <PD수첩> 제1편에서 향응 접대 의혹이 방영돼 파란을 일으켰던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을 비롯해 자체 조사해 향응 접대 사실이 드러난 검사 20명에 대한 징계를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조사위는 검찰에 인사제도 개선안, 감찰권 강화 방안 등을 함께 건의할 예정인데,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문제의 검사들에 대해 징계가 아닌 형사처벌을, 공직자비리수사처 또는 상설특검과 같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요구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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