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몽준, 천안함 사태 터졌을 때 서울시장은 누구였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몽준, 천안함 사태 터졌을 때 서울시장은 누구였나"

[기자의 눈] 집권여당 대표 '색깔론'의 시의성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열린 유세에서 "오세훈 후보 등 한나라당 후보들을 당선시켜야 인천 앞바다에 북한 군함들이 안 나타난다"고 목청을 높였다고 한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결론 내린 상태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이렇게 태평하게 '색깔론'이나 제기하고 있을 상황인지 의심스럽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초당적 협력을 위해 예를 들고 있는 것이 2000년 미국 9.11 테러 사건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정부의 결론대로 북한의 '남침'에 의한 것이라면 9.11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 피해 규모를 비교할 수 없지만 9.11 테러가 비정규군이 민간에 가한 무차별적 테러라면,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정규군이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남한의 정규군을 표적으로 전술적 공격을 가한 것이다. 그것도 평시 상황이 아니라 정전 상태인 와중에 일어난 명백한 국가 대 국가의 전쟁 행위다.

한 해군 출신 인사는 "선전포고로 간주해도 국제법상 아무 문제가 없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만약 적 잠수정이 도주하다 우리 해군에 발각되거나 격침이라도 됐다면 그 순간 전면전에 돌입됐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것이다. 1999년 1차 연평해전 때도 전방 부대에 전투준비태세 명령을 내려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정부와 군의 태도를 보면 '느긋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이 나서서 "잠수함 추적이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랄 정도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백령도 사건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정부 말대로 북의 도발이 맞다면 지금이 선거 치르고 월드컵이나 즐기고 있을 때냐"며 "정부는 선거 취소하고 개성공단도 폐쇄하며 월드컵 중계도 불허하고 북폭을 준비해야 한다"는 자조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느긋함'을 오히려 극우 인사들의 반응에서도 읽을 수 있다. 전 <월간조선> 대표인 조갑제 씨는 "천안함 폭침의 원인이 다 밝혀지고 국민들은 분노하는데 한국에서 가장 냉담한 조직이 있다면 한나라당일 것"이라며 "지금 한나라당의 조심하는 모습을 보면 김정일이 쳐내려왔을 때 숙청 대상이 되지 않도록 미리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진주만 기습 때 루즈벨트는 일본에 대하여 선전을 포고했을 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지금처럼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다만 우왕좌왕할 뿐이다가는 땀 흘리고 피 흘려 가꾸어 온 이 대한민국이 망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해 최근 한나라당 인사들의 발언이나 논평을 보면 그들이 보기에 속 시원한 '북폭'과 같은 북한에 대한 '복수 결의'는 없고 온통 야당 '친북 덧씌우기'에 골몰하는 양상이니 이런 불만이 나올 법도 하다.

한나라당이 진짜 안보의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면 국민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색깔론적' 국민 편 가르기에 치중할 때일까. 마치 안보는 자신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대한민국은 자신들만이 지키고 있는 듯 유세를 떨고,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친북'으로 몰아 세우며 편 가르기로 야당과 많은 국민들을 안보 전선에서 소외 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공격"이라고 발표하던 날 서울 명동 거리는 지도를 펴 들고 쇼핑계획을 짜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외국인들이야 말로 '북의 공격'에 더욱 민감하지만 천하태평한 그들에게도 '안보 불감증'이 전염됐다고 할텐가. 뉴스와 현실이 괴리돼 돌아가고 있다.

코 앞에 닥친 선거에서 승리로 이끄는 것이 여당 대표의 지상과제이고, 승리를 위해 색깔론도 주저 없이 펼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집권여당 대표의 언사 치고는 가볍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야권에서 '북풍'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정 대표 스스로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몽준 대표에게 반문한다. 서울시장이 한명숙이고, 인천시장이 송영길이고, 경기도지사가 유시민이어서 지난 3월 북한 잠수정이 몰래 숨어 들어와 귀신처럼 어뢰를 쏘고 도주했는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