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 04월 19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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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우리는 왜 죽고, 또 어떻게 죽는가?
[최재천의 책갈피] <우리는 왜 죽는가> 벤키 라마크리슈난 글, 강병철 번역
빛바랜 책을 하나 꺼냈다. 맨 뒷장에는 "1995년 4월 7일 지하철 2호선, 정말 유익한 책!"이라 적혀있다.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로 일하던 어린 시절, 의료 관련 책이라면 뭐든지 읽었다. 어떤 문장에 홀렸던 기억이 새롭다. "나이가 많아 죽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무슨 엉뚱한 말이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 결국 모든 사람은 미 F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미래는 현재와 매우 닮았다. 단지 더 길 뿐이다"
[최재천의 책갈피] <불변의 법칙> 모건 하우절 글, 이수경 번역, 서삼독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시작되기 전날 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아내 엘리너에게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알 수 없는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나이 예순에 아직도 불확실성이 끔찍하게 싫다는 게 참 우습지 않아요?" 그렇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렇다. 우리 모두는 불확실성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오늘의 세계, 그리고 그리스도교 이해하기
[최재천의 책갈피] <불가사의한 그리스도교> 오사와 마사치 ,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단언해도 된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해 없이 유럽 근현대 사상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없다. 종교적 차원을 떠나,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그리스도교에 대한 탐구는 멈출 수 없는 숙제다. <불가사의한 그리스도교>는 일본 특유의 저술 방식인, 전문가 두 사람의 대담 방식이다. 대담의 목표는 이렇다. "서점에 가면 그리스도교 입문서는 산더
"노벨상은 운 좋은 사람이 받는 상입니다"
[최재천의 책갈피]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브라이언 키팅 글
"노벨상을 받았을 때 난 그게 내가 천재란 뜻도, 위대한 물리학자의 순위에 들었다는 뜻도 아니란 걸 직감했어요. 그건 대체로 딱 맞는 시간에 딱 맞는 장소에 있었기에 그 발견에 기여한 운 좋은 사람이 받는 상입니다."(애덤 리스, 2011년 노벨물리학상) 그저 겸손일까. 그럼에도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는 무언가 있을 것이고 무언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다가올 일을 생각한다"
[최재천의 책갈피] <사마천 평전> 장다커 글, 장세후 번역, 연암서가
추사 김정희 선생이 '경경위사(經經緯史)'라는 글씨를 남겼다. 가헌 최완수 선생이 계시던 간송미술관에도 경봉 스님이 쓴 같은 글씨가 걸려 있었다. '경전을 날줄로 삼고, 역사를 씨줄로 삼는다'는 글의 의미가 이제는 조금씩 다가오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중국에서 저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책은 기원전 1세기에 나온 사마천의 <사기>다.
'붉은 인간'들,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살아있다.
[최재천의 책갈피] <붉은 인간의 최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글, 김하은 번역
"악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에 대한 첫 번째 책임은/ 악의 눈먼 수행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악을 정신적으로 방관한 선의 추종자들에게 있다." (표도르 스테푼,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못한 일들>) 소련은 붕괴됐다. 하지만 '붉은 인간'들, '호모 소비에티쿠스(Homo Sovieticus)'는 살아있다. "공산주의에는 '오래된 사람'
읽자, 그리고 말하자!…'유튜브'에서 '텍스트'로 돌아가기
[최재천의 책갈피] <도올 주역 계사전>, <도올 주역 강해>,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1985년 1월, 그러니까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때다. 바리바리 이불 보따리와 책짐을 꾸려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갔다. 남녘에서 살다온 내게 관악 계곡의 바람은 어찌 그리도 살을 에던지. 시절이 그만큼 엄혹했기 때문이었을까. 공부에 지치면 서점에 가 비법률 서적을 훑어보는게 유일한 휴식이었다. <동양학, 어떻게 할것인가>를 손에 들었다. 가난한
지극히 아름답고 떨림이 있는 철학 책
[최재천의 책갈피]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하임 샤피라 글, 정지현 번역, 디플롯
말년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친구에게 토로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한 치의 후회도 없지만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인생이 온통 고통과 괴로움뿐이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75년이라는 세월 동안 진정한 기쁨을 누린 시간은 고작 4주도 안 되는 것 같다. 나에게 인생은 마치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지는 거대한 돌과 같아서, 그 돌이
가짜 노동, 그리고 진짜 노동
[최재천의 책갈피] <가짜노동>, <진짜노동>
키 22m, 몸무게는 50t나 되는 거대한 인간이 35초에 한 번씩 망치질을 한다. 서울 새문안로 흥국생명 사옥 앞의 조형물, 미국의 설치미술가 조너선 보롭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이다. 크기는 다르지만 같은 제목을 단 작가의 작품들은 오늘도 세계 11곳의 도시에서 허공을 향해 망치질 중이다. 흥미로운 건 서울의 작품이 가장 크고
미국에게 반도체법은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였다
[최재천의 책갈피]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느님의 나라에는 직선이 없다(훈데르트바서)'고 했다. 당연하게도 "(반도체) 비즈니스에는 직선이 없다." 쟁기는 식량과 지상의 풍경을 바꾸었으며, 금속 활판 인쇄술은 교육을 바꾸었다. 자동차는 지평을 멀찍이 확장하며 중력의 법칙을 완화시켰고 에디슨의 전구는 밤을 밝혔다. "마이크로칩은 이들 모두를 능가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명이 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