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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57명의 사형수가 공포에 떨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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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57명의 사형수가 공포에 떨며 살아간다"

시민단체, 사형제 합헌 판결 반발

헌법재판소가 다시 사형제도 존속에 손을 들어줬다. 14년 만에 진행된 사형제도 위헌제청 판결에 결국 합헌 판정이 내려진 것. 하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은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형폐지범종교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단체는 25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 직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헌 판결을 강력히 항의했다.

이들은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잔혹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이라며 "이러한 형벌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헌법 제37조 제2항을 언급하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는 없다"며 "생명권은 헌법이 보호해야 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자칫 그동안 진행되지 않았던 사형제도가 재개될 것을 우려했다. 이들은 "비록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것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사형제도에 정당성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결정은 사형집행의 재개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지켜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형폐지범종교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단체는 25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 직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헌 판결을 강력히 항의했다. ⓒ연합뉴스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국회에 사형제폐지 법안 계류 중

현재 2008년 말 기준으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38개국. 이중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92개국이고 전쟁범죄를 제외한 일반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개국이다. 사형제도는 존재하나 최근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는 36개국이다.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에 속한다.

아직까지 사형제도가 존치하는 나라는 78개국으로 과거 10년간 평균적으로 매해 3개국 이상이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사형제도의 폐지는 국제적 추세다. 사형폐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제협약 제2선택의정서, 유엔 인권위의 사형유예 결의문 채택, 유럽인권협약 제6의정서, 유럽인권협약 제13의정서 등이 있다. 유렵연합은 기본권헌장 제2조에서 사형 선고나 사형 집행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유럽평의회와 범죄인인도조약을 맺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을 전제조건으로 약속한 바 있다. 또한 17대 국회에서는 의원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에 서명 동의한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현 18대 국회에서도 이미 2개의 사형폐지특별법안이 발의돼 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에서만 현재까지 총 902명 사형당해

한국에서 사형으로 규정한 범죄는 형법에서 살인죄 등 16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특별형법에서 32개, 군형법에서 반란죄 등 33개, 국가보안법에서 반국가단체 구성죄 등 4개가 있다.

현재까지 사형제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총 902명. 1949년부터 1997년까지의 사형을 당한 숫자다. 연 평균 19명이 사형을 당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형사법원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군사법원의 사형 선고까지 포함시킨다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거라는 지적이다. 과거 군사법원 등의 사형 집행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사형제 옹호론자들은 사형제가 범죄율을 낮춰준다고 주장하지만 폐지론자들은 사형제는 범죄 억지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모든 다른 요인을 배제한 채 사형제 폐지와 살인 범죄율 증가만 단적으로 연결 지울 순 없다는 것. 실제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살인 범죄율이 5.5명인데 반해 영국은 1.4명, 독일은 0.9명, 캐나다는 1.9명이다.

사형폐지범종교연합 등은 "한국에서는 아직도 57명의 사형수가 사형집행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인 대한민국 정부가 사형집행에 대한 공식적인 모라토리엄을 선포하고 국회가 조속히 사형폐지특별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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