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판관 5대 4(합헌5, 위헌4) 의견으로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에 대한 입장을 낸 것은 지난 1996년 11월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헌법재판소는 25일 "형법 제41조 제1호 규정의 사형제도는 우리의 현행 헌법이 스스로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이고,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한계를 이탈하였다 할 수 없다"며 "또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이와 같이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범죄예방을 통한 국민의 생명보호, 정의실현 및 사회방위를 위한 공익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며 "사형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사형이 다수의 무고한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한정적으로 선고되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했다.
팽팽하게 갈린 사형제 합헌 vs 위헌
이번 판결은 그동안 팽팽하게 의견이 대립된 사안인 만큼 합헌 의견과 위헌 의견도 분명히 엇갈렸다. 합헌 의견을 밝힌 민형기 재판관은 "형벌체계상 조화되기 어려운 사형 대상 범죄를 축소하거나 문제되는 법률 조항을 폐지하고, 존치된 사형 조항에 대해서도 국민적 여론과 시대상황의 변천을 반영해 최대한 문제의 소지를 제거하는 등 점진적인 방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송두환 재판관은 "사형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사형제도의 남용 및 오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사형제도의 폐지 또는 유지 문제는 위헌법률심사를 통해 해결되는 것보다는 내외의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쳐 국민의 선택과 결단을 통해 입법적으로 개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위헌 의견으로 조대현 재판관은 "사형을 형벌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들은 헌법 제 110조 제4항의 경우에 적용하면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헌법 제10조 제4항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적용하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김희옥 재판관은 "사형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비례의 원칙 및 기본권의 본질적 내요 침해 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범죄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며 헌법 제10조가 선언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규범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김종대 재판관은 "사형제도는 생명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고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최고의 자유형이 도입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사형제도는 위헌적 제도로서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무기징역형제도가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해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반하거나 책임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기징역형제도도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광주고등법원이 2008년 9월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 따른 것이다. 당시 광주고법은 전라남도 보성 앞바다에서 남녀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어부 오모 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일반인의 헌법소원 청구는 지금까지 3차례 제기됐지만,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은 처음이며, 위헌 여부의 본안 판단까지 이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우리나라는 현재 57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문민정부 시절인 1997년 말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12년 동안 더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