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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의 '워크아웃 제외', 뭘 의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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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의 '워크아웃 제외', 뭘 의미하나

금호 형제간 경영 다툼, 동생의 최종 승리?

30일 확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 대상에서 금호석유화학은 빠졌다. 이는 총수가 사실상 둘인 그룹 특유의 경영권 구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그룹 위기를 몰고 온 장본인인 박삼구 명예회장이 주로 책임을 지게 되는 모양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도를 단순히 보면 총수 일가→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대우건설→대한통운이다. 그런데 형제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그룹 특성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박삼구 명예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대규모 보유한 반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이 없다. 지난 6월 22일과 29일, 7월 6일과 8일 네 차례에 걸쳐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을 4.73%에서 9.18%까지 늘렸다. 이 기간 박찬구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 또한 금호석화 지분율을 9.02%까지 늘렸다. 부자의 합계 보유지분율이 18.20%다.

이와 같은 형제 간 지분 변동에 따라 금호석화는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공동 최대주주이던 상황에서 박찬구 회장 일가가 단독 최대주주인 회사로 올라서게 됐다. 공시 상으로는 둘 모두 '특수관계인'으로 묶이지만 형제가 이미 갈라선 상황을 감안하면 그룹의 실질 지배주주가 박찬구 회장인 셈이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8월 3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금호석유화학의 내실위주 경영방침은 박삼구 회장의 외형추구와 근본적으로 상치돼 왔다. 현재 그룹 전체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수 추진 당시, 저는 회사를 대표하여 인수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현재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전적으로 박삼구 회장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정상화 방안 기자회견에서 오남수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전략본부 사장(오른쪽)과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오른쪽 두번째)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를 감안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도는 다르게 해석된다. 박삼구 일가→금호산업→대우건설→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계열구조는 건설·물류·금융 쪽에 특화돼 있다. 금호산업은 한국복합물류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금호터미널, 중부복합물류, 금호생명보험, 아시아나항공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박찬구 회장의 경우 금호석유화학→금호타이어로 이어지는 화학부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금호P&B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등이 주요 계열사다. 그런데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 대주주임을 감안할 때, 사실상 박찬구 회장이 단독으로 그룹 경영권을 틀어쥐고 있는 셈이다.

이번 워크아웃으로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회사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다. 그러나 채권단은 여전히 금호그룹의 경영권을 보장해줬다. 금호산업 2대 주주인 박삼구 명예회장만 경영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도 금호그룹은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출연할 수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으나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고 분명히 경영권 고수라는 조건을 달았다.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소리다.

그러나 이를 박찬구 회장의 일방적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 워크아웃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산은이 대우건설과 금호생명을 인수하며 금호그룹에 수혈하는 자금은 약 3조 원대로 추정된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출자전환이 이뤄질 경우도 역시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위기가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금호석화의 경영 환경은 나쁘지 않지만 지분손실이 커질 것으로 보이고, 금호아시아나항공의 경영 환경은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들 두 계열사에도 워크아웃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당초 채권단은 금호석화까지 워크아웃 대상에 넣으려는 입장이었다. 만약 현실화될 경우, 박찬구 회장의 '지배권 통일'도 물 건너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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