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국민 법정 준비위원회'가 1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대강당에서 '국민 법정'을 열었다. 현재 진행되는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판단 아래 용산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자 국민이 기소인으로 나선 것.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 박장규 용산구청장,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20명이 피고인으로 기소됐다.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신부는 국민 법정의 의의를 두고 "용산 참사의 공권력 남용, 정부의 무대응 등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주권자인 국민이 스스로 법정에서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고 헌법을 파괴하는 자를 준엄하게 심판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 용산 국민 법정의 재판관을 맡은 9명. ⓒ프레시안 |
국민 법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발 디딜 틈 없는 법정
국민 법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강당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결국 주최 측은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방청객을 위해서 1층 소강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이날 600여 명의 방청객이 재판이 진행되는 8시간 동안 재판을 지켜보았다.
피고인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배심원은 총 45명으로, 그 면면이 다양했다.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부터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60대 할아버지, 미니스커트를 입은 20대 여성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준비위원회는 성, 장애, 연령, 직업 등을 고려해 5배수를 신청 받아 배심원을 무작위로 공개 선발하겠다.
이들 배심원은 최종적으로 이렇게 판결했다.
김석기 전 서울청장 등 경찰 간부의 철거민 살인 상해 혐의 : 유죄 42명, 무죄 3명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경찰 간부의 직권남용 및 증거은닉 혐의 : 만장일치 유죄
이명박 대통령의 살인 상해 등 교사 혐의 : 유죄 35명, 무죄 8명, 기권 2명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제퇴거 혐의 : 유죄 44명, 기권 1명
압도적인 차이로 피고인 20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조희주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결과가 어떨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면서 "하지만 결과를 보니 시민은 용산 참사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장장 8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은 기소 대리인과 피고 변호인 간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재판부는 박연철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외 9명이 맡았고 기소 대리인으로는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외 5명이, 피고 변호인으로는 이재정 변호사 외 2명이 맡았다.
이호중 교수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철거민이 죽었다"고 주장했고 이재정 변호사는 "화재가 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진압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맞대응을 벌였다. 피의 사실 공표, 수사 기록 은폐, 직무 유기, 강제 퇴거 등을 놓고도 기소 대리인과 피고 변호인 간에는 증거 자료와 증인 진술을 통해 설전이 오고갔다.
▲ 이날 법정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프레시안 |
용산 참사 재판 21일께 결심 공판 진행
이날 국민 법정은 퍼포먼스다. 당연히 판결이 법적 구속력을 갖거나 강제성을 띄지 않는다.
하지만 거리 서명을 통해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국민 법정 기소인으로 참여했다는 점, 무작위로 선정한 배심원이 절대 다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점 등은 현재 진행되는 용산 참사 재판을 시민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국민 법정 준비위원회는 22일 판결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또 판결문을 정부, 국회 등 관련 기관과 시민·사회단체 등에 발송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현재 용산 참사 재판을 진행 중인 법원도 포함돼 있다.
용산 참사 재판을 주관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1일께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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