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프레시안>은 <지방정치연구회>(공동대표 손혁재·이기우)와 함께 기획연재 '이제는 풀뿌리 정치'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방정치연구회>는 생활정치의 내용을 개발하고 전문가들의 실천적 연구를 통해 이를 정책화하기 위해 지난 4월 초 설립된 <생활정치연구소>의 산하기구입니다. <편집자> |
MB정부의 친서민정책 속에 죽어가는 지역 경제
요즘 SSM(기업형 슈퍼마켓, Super SuperMarket)이 문제되고 있다. 대기업이 진출한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대형마트로 인해 지역의 재래시장의 매출이 이미 42%나 줄어들었는데, 2000년대 급성장한 소형편의점의 성공에서 가능성을 본 것인지 대기업이 동네수퍼마켓의 영역까지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가 지역의 물품을 10%정도밖에 취급하지 않고, 일자리는 재래시장의 31%밖에 만들지 못하면서 그나마 영업이익은 본사가 있는 타지역으로 가버린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수도권규제완화와 고용사정악화로 인해 지역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동네슈퍼마켓까지 대기업이 점령해버리면 지역경제가 초토화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난 13일 울산 남구 SSM 입점 공사 현장에서 울산슈퍼마켓연합회와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회원들이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WTO와 국회의 과도한 자기 검열, 선진국의 사례
정부는 이에 대해서 헌법상의 영업자유를 해칠 수 있다거나 WTO(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 내용과 배치될 수 있다며 소극적인 입장이고, 지자체별로 사업조정제도를 만들어서 당사자들간의 합의를 유도하려는 움직임 정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중앙회는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존하는 사업조정제도 정도로는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며, WTO 규범 또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정당한 국내규제는 인정하고 있 다는 입장이다.
우리와 같은 과정을 이미 겪었을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강력한 규제를 통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입장이다.
독일에서는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지역이나 기존의 상권만으로는 해당 주민들의 구매력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지역에 한해 '특별구역'으로 설정하여 대형마트의 입점을 허용하고 있고, 이 경우에도 대형마트 입점에 따른 교통혼잡 유발문제, 환경영향 문제, 기존의 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후 시민들의 동의를 얻고서야 입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인근의 소규모상가들이 기존매출의 10%가 넘는 타격을 받을 경우 대형마트입점을 불허하는 '10%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국가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대형마트 규제정책 실시하고 있는데, 프랑스 전 지역에서 300㎡ 이상의 대형마트 입점시 엄격한 허가절차를 요구하고, 재래상가가 있는 도시내 상권지역에는 대형마트를 입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현재 파리시에는 대형마트가 하나도 없으며, 그 결과 파리 시내에는 120여 개에 이르는 소규모 상가와 재래시장이 자리잡으면서 도시경관과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독일과 프랑스 뿐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도 영업시간등을 규제해서 기존상권과의 균형을 꾀하고 있다.
현재 중소유통업계에서는 330㎡이상의 점포에 대해서는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개선하고, 재래시장 500m 내 대형마트 개설을 금지하며, 지역상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제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규제는 악이고 규제철폐는 선이라면서 자본의 무제한 자유를 추구했던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자본의 자유는 자본의 집중으로 귀결되고, 그로 인한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은 국가의 경제와 사회에 커다란 짐이 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레이건과 부시의 감세와 탈규제가 엄청난 재정적자와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하면서 미국조차도 필요한 규제를 늘려가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때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신자유주의와 무조건적인 탈규제에서 탈피하여 경제와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규제를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만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여야 한다. 이번의 기업형 슈퍼마켓의 규제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진정한 중도실용 정권이라면 지금이라도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지역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지역중소상인들을 보호하면서 한편으로 중소상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급속하게 늘어나던 재래시장 지원예산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급감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4대강 사업 때문에 다른 예산들은 쉬어가는 것이냐는 불만과 우려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내년에 책정하겠다는 4대강예산 8.6조 중에 통상적인 강정비사업예산 0.5조를 제외한 8.1조를 징역경제를 위해 배정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4년간 98조에 이르는 대규모감세로 인해서 지방에는 4년간 지방재정교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65조에 이르는 돈이 막히게 되었다. 지역불균형을 더욱 부추기는 지방소비세 신설안은 당장 폐기해야 하고, 감세를 철회하고 기왕의 교부금을 회복하여야 한다.
4대강 예산 중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8.1조를 가지면 고등학교 전체 무상교육과(2조), 5세미만의 아동에 대한 매월 10만원씩의 아동수당과(2.1조), 6분위까지 대학등록금을 차등지원해서(3.4조) 지금 당장 서민중산층의 양육·교육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서민중산층지원을 하면 지역의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를 기반으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이 살아날 수 있다.
또 한편 8.1조를 가지면 지역에 교육과 복지와 고용과 생태와 안전 등에 관련된 연봉 2000만원의 상시적이고 안정된 사회서비스일자리를 40만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안정된 사회서비스일자리를 만들어내면 지역의 자영업자 과잉경쟁을 해소하고 지역의 인적자원개발과 중소기업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되어 지역경제가 안정적으로 살아날 수 있게 된다.
4대강사업은 지역에 일자리효과와 소득창출효과가 사회서비스사업에 비해 30%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지역의 상품을 10%밖에 취급하지 않고 일자리는 재래시장의 30%밖에 흡수하지 못한다. 게다가 앞으로 콘크리트 강둑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소박한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대규모상가건물은 지역의 흉물이 될 수도 있다.
감세와 4대강 사업과 기업형 슈퍼마켓을 선택할 것인가, 서민중산층의 양육·교육비를 지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의 중소상인들을 보호할 것인가, 어떤 것이 지역을 살리고 일자리를 살리고 주민을 살리는 길인지 그 선택의 기로에 우리는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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