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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정책의 근본 전환을 위한 3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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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정책의 근본 전환을 위한 3대 제안

[이제는 '풀뿌리 정치'] 언제까지 이 문제를 외면할 건가

2010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프레시안>은 <지방정치연구회>(공동대표 손혁재·이기우)와 함께 기획연재 '이제는 풀뿌리 정치'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방정치연구회>는 생활정치의 내용을 개발하고 전문가들의 실천적 연구를 통해 이를 정책화하기 위해 지난 4월 초 설립된 <생활정치연구소>의 산하기구입니다.

이번 글은 민주정책연구원의 창립1주년 공모전에서 민주정책상을 수상한 보고서를 요점 중심으로 새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원문은 <생활정치연구소>(http://www.lifepolitics.net)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다문화가정의 현 주소: 신빈곤층 또는 계급 이하의 계급(underclass)

2009년 6월 말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국적취득자와 불법체류자 포함)은 110만 6884명으로 인구의 2.2%에 달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엄청난 속도의 증가율(연평균 25.3%)과 국제결혼의 급증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양산 속도이다. 총 결혼건수에서 국제결혼의 비중은 1997년 3.2%에서 2007년에는 11.1%로 증가하였고, 보은군(40.0%), 함평(37.6%), 임실(37.5%), 단양(37.3%)의 국제결혼 비중은 이미 40%에 육박하고 있다.

<그림1> 다문화가정의 해체현상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빈곤계층으로 대거 편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2005년 숙려제도의 도입 이후 총 이혼 건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지만 국제결혼의 이혼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처의 이혼 증감률은 무려 44.5%에 달한다. 전체 결혼 이민자 가구 중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가 절반이 넘은 52.9%,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는 13.7%로 나타났으며, 여성 결혼이민자의 취업률 또한 한국 여성의 취업률(53%)에 훨씬 미치는 34%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교육 실상이다. <그림1>은 다문화가정의 학교 중도 탈락은 일반학생에 비해 초등생은 166배, 중학생은 222배라는 충격적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다문화가정의 보육시설 이용율은 17%로 일반가정의 1/3 수준이며, 경제적 이유 때문에 끼니를 거른 경험이 있는 가구가 15.5%에 달하고 있다. 이는 물론 다문화가정의 경제능력 부족, 불안한 일자리 등으로 인해 자녀의 언어습득, 학습능력 및 또래문화 경험 등 양육여건이 취약한데 기인하는 것이다.

MB 정부의 다문화가정 정책의 3대 결함

이 문제에 대해 역대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고용허가제의 도입, 2004년 국적법의 개정,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정,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법무부의 '출입국관리국'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확대개편한 점 등 정부의 이런 적극적인 조치는 세계화와 다문화의 추세를 반영한 긍정적 조치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제도적으로는 일정한 발전이 있었지만 정책의 효과는 낮고 방향은 잘 못 잡혔다. 거기에는 세 가지 중대한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관제탑(control tower) 부재에 따른 정책 혼선

현재 국제결혼 및 다문화가정에 대한 총괄 계획 수립 및 부처간 조정업무는 국무총리 산하의 <외국인정책위원회>에 주어져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정책위원회는 단순한 심의 및 자문기구로서 실질적 권한이 부재하며 나날이 그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관주도 기구라는데 문제가 있다. 구체적으로, 가장 큰 한계는 위원 다수가(17/25)가 관련부처의 장차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연 1회 정기회의만을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단순한 협의기구에 불과하다. 아울러 정책을 실질적으로 입안·감독할 수 있는 상설 집행·전문 인력이 없이 관련 부처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외국인정책실무협의회>(의장 법무부 차관/ 간사 법무부 체류정책과장)가 주관함으로써 관주도의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였다.

그 결과 정책의 혼선과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 정책은 무려 12개 관련 부처에서 총 7개 과제, 27개 소과제를 분담 시행하고 있다. 결국,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조정 기관의 부재에 따라 중앙부처 차원 및 지자체 단위에서 일부 사업들이 중복 시행되고 있으며, 지자체 사업들은 전통혼례식, 말하기대회, 장기자랑 등 일회용 이벤트 프로그램이 다수이고 그나마 단편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표1> 정부 부처별 소관 업무 현황
정부부처내용
법무부외국인 정책 총괄
복지부다문화가족 지원 총괄
노동부외국인 노동자 정책
교과부자녀의 학교 교육지원
문화부다문화성 제고 / 한국어 교재 개발

자료 : 보건복지가족부(2009)

거버넌스(governance) 부재에 따른 사회적 협력과 공론화의 침체

선진국의 성공적인 외국인 및 다문화가정 정책의 공통점은 관료 주도가 아니라 시민사회와 학계, 다양한 인종 집단이 참여하는 민관협력의 거버넌스 체계가 잘 작동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국의 상황은 협력의 인프라는 있으나 협력체계가 부족하며, 특히 시민사회를 적대시하는 MB 정부 집권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지원기구는 총 564개(시군구별 평균 2.3개)가 있다.

<표2> 지원기구 현황
공공기관 종교단체 순수민간
564 102 121 341

자료 : 행정안전부(2008)

첫 번째 문제점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지원기구가 이들의 증가세를 따라 잡기에는 아직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지원 민간기구가 1개 이상인 지자체는 171개(69%)로 '07년 149개에 비해 15%(22개소) 증가하였지만 아직도 지자체 중 55개(22%)는 민간·공공 지원기구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설령 있다하여도 지자체별 전문화된 담당부서와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기초자치단체에서 전담 부서(과)를 두고 있는 것은 경기 안산시가 유일하며,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경기·전라북도만이 전담 계(係)를 설치하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종교단체의 지원활동 및 사업이 유기적 협력 체계 없이 고립 분산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정책 효율성이 낮고 예산 낭비가 크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시민단체를 불법폭력단체로 적대시하는 MB 정부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한 몫을 하고 있다.

핵심 정책(strategic focus policy)의 부재: 문제는 바로 교육이야! 바보야

G7에서 BRICs에 이르기까지 사회통합정책, 특히 이민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단연 고용(employment)과 교육이다. 연세대 구성열(인구경제학) 교수팀의 <국제 결혼율 장기 전망>(2006)에 따르면, 현재 3만5000여 명인 혼혈 인구는 2020년께 16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 경우 2020년엔 20세 이하 인구 5명 중 1명(21%)이 혼혈인이 되고, 신생아 3명 중 1명(32%)이 혼혈아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다문화가정 지원정책은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전반적 교육정책보다는 이주여성의 단기 언어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뒤에 후술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 다문화가정을 위한 새로운 3대 시민·서민 정책을 제안한다

하나, 관제탑으로서 <외국인정책위원회>의 기능 및 위상 강화

현행 국무총리 산하의 심의·자문 기구인 <외국인정책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권한과 지위를 획기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대통령 아젠다(presidential agenda)로 격상시켜 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활성화시키고 합의의 기반을 성숙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법적, 제도적 지위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훈령에 따른 비상시적 협의체가 아니라 독자적 정책 수립과 중장기 계획을 입안할 수 있는 상시적 법적 기구로 격상되어야 한다.

둘.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지역별 <외국인정책협의회>를 신설하자

지역별 노사정위원회처럼 지자체-종교기관-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지역별 <외국인정책협의회>를 설치하여 정책 집행의 효율성과 반응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외국인정책협의회>는 <외국인정책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으로 지원하며, 지자체의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또한 구성은 3자 협의체의 성격을 살려 민관 비중을 균형 있게 구성하여야 한다.

잠정적으로 독자적이고 완결적 기구보다는 이미 전국 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연계하여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동시에 현행 <외국인정책위원회>는 위원장, 간사, 위원, 실무위원 등 대부분의 직위가 공무원이 압도하고 있는 관주도 성격이 강하다. 민간인의 참여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사회적 대화기구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셋. 프랑스의 우선교육학교(ZEP) 제도와 독일의 통합교육제도를 단계별로 도입하자

현행 다문화가정 지원제도의 맹점은 자녀보다는 일차적으로 이주민 여성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제안은 이주민가정 밀집 지역에 한하여 프랑스의 우선교육학교(ZEP) 제도를 도입하여 교사, 교재, 급식, 상담 등 언어 및 시민교육과 관련한 일괄 패키지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우선 외국인과 이주민가정이 밀집해 있는 다음과 같은 지역의 해당 학교를 중앙정부(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하여 집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교육학교(ZEP)로 지정된 학교에 대해서는 전담 교사에 대한 근무평가 특례, 언어 및 기초학습 중심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 지원, 시설 및 교재 등을 우선 지원한다.

※ 인구대비 외국인주민 비율이 5% 이상 지자체: 영등포(9.8%), 금천(7.8%), 구로(6.8%), 종로(5.5%), 용산(5.3%), 김포(6.4%), 화성(6.1%), 포천(5.9%), 안산(5.2%), 강서(7.2%), 충북(1), 음성(5.7%).
※ 국제결혼 비율 상위 지역: 보은군(40.0%), 함평(37.6%), 임실(37.5%), 단양(37.3%).

이와 더불어 독일의 통합코스 개선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자. 독일처럼 영주나 국적 취득을 위한 필수 과정인 인증시험(Zertifikat Deutsch, B1)의 준비를 개인이나 사설 학원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통합 차원에서 국가가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교과부)가 제도 도입에 따른 대강과 지침(법적 의무 규정으로 할지 아니면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으로 할지, 담당 기관과 프로그램의 구성, 교사의 자격과 요건,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문제 등)을 마련하되 실제 운영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앞서 제안한 <지역별 외국인정책협의회>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 시민권 획득의 지름길, 조직된 유권자와 정당의 연계

서구 선진국의 경우 외국인이 인구비중의 4%를 넘어서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였다. 현(2.2%) 추세대로라면 10년 이내에 한국은 그러한 상황에 당면할 것이다. 단일민족으로서의 배타성과 높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 이주민가족의 높은 출산율, 현재의 비효율적 대응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문제는 훨씬 심각한 사회적 후유증을 유발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미 외국인 밀집지역인 부천의 강남시장 일대와 동대문 창신동, 가리봉동, 마석 가구단지 등은 사회적 방치 속에 폭력과 범죄가 만연한 슬럼가와 게토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당들은 이미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이러한 현안에 주도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낡은 당내 정치와 고질적 이권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는 참정권이 부여되었다. 그러나 까다로운 요건과 생활여건 때문에 외국인과 이주민가정의 투표율은 높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본 연구팀이 제안한 내용이 정책화된다면 최소 50만 명, 가족과 관련 단체까지 합한다면 100-200만 명에 이르는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문화가정의 지역 네트워크의 활성화와 사회정치적 조직화가 필수적이다. 본 제안의 채택은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사회에 닥칠, 정확하게는 이미 당면해 있는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적극적 사회통합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정치적으로는 현재의 정당들이 생활정치·정책정당·서민정당으로 발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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