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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리앙쿠르 록스',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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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리앙쿠르 록스', 고쳐야 한다"

[인터뷰] 이기석 교수 "표기문제가 영토문제의 시작"

미국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표기 원상회복 과정에는 서울대 이기석 명예교수의 활약이 컸다. 유엔 지명전문가회의(UNGEGN) 산하 '평가수행그룹'의 장(長) 격인 간사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9일 이태식 주미대사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면담에 동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긴박했던 워싱턴 활동을 마치고 2일 귀국한 이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표기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표준화 원칙에 준해서 세계 여러 나라에 지속적으로 주장해야 한다"며 "이번 미국지명위원회의 주권 미지정 논란도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도는 동해와 달리 지명과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독도 표기가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로 되어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아직 미국지명위원회에 '리앙쿠르 록스'라는 표기가 남아 있다"고 지적하며 후일에 대한 대비와 지속적 노력을 주문했다.

유엔 지명전문가회의와 그 의결기관에 해당하는 유엔 지명표준화회의(UNCSGN)는 각국의 지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결의안'을 내 놓는다. '독도 문제'와 같은 개별 사안은 다루지 않지만 이 교수에 따르면 여기서 결정된 결의안이 국제 사회에, 혹은 개별 국가의 사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결의안이 비록 강제성이 없고 특정 영토분쟁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명표준화를 위한 기준으로서 모든 국가들이 지명표기를 위해 결의안을 참고하기 때문이다. 각국의 지명표기가 유엔 지명표준화회의에 영향을 미치고 지명표준화회의의 결의안이 다시 각국의 지명표기의 기준이 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지명 표기와 관련해서 해당국 외에 다른 나라의 표기 내용과 빈도수 등도 큰 기준이 된다"며 "지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표기 사례는 그 자체로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만약 브라질의 정부기관 홈페이지나 출판물 등에서 독도가 '리앙쿠르 록스'로 표기되어 있다면, 이것이 미국 지명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에 독도의 올바른 표기를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 그는 "국제기구에서 정한 기준에 준해 다른 나라의 독도 표기를 외교적 노력 등으로 바꿀 수 있다"며 "표기 변경 결과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지명위원회에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UN 지명표준화회의의 결의안 내용에 따르면 '개별국가에서 국내표준화된 지명은 국제표준화의 준거를 이룬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나라의 잘못된 표기를 시정하도록 권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의 페이킹이 베이징(Beijing)으로 바뀌고 인도의 봄베이가 뭄바이(Mumbai)로 바뀐 사례는 국제 기준을 토대로 민관 차원의 홍보와 외교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다음은 이기석 교수와의 일문일답.

지명표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
▲ 이기석 서울대 명예 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프레시안 : 유엔 지명전문가회의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해달라.

이기석 : 유엔에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지명 관련 기구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유엔지명표준화회의고 하나는 유엔지명전문가회의다. 지명표준화회의는 국가대표단이 참가하는 실질적 의결기구로 5년에 한 번 열리고, 지명전문가회의는 2년에 한번 열린다.

프레시안 : 이 교수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기석 : 나는 지명표준화회의의 컨센서스 등과 관련해 자료조사나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90년 초반부터 워킹그룹 참여했고, '평가 및 수행 그룹'의 간사 격이다. 우리 그룹은 종합적 평가와 진행 과정 점검 등을 담당하고, 1년에 1회 회의를 연다. 올 4월에 회의가 있었다. 전문가 회의 워킹그룹은 11개 부서가 있다.

프레시안 : 이 교수의 임기는 어떻게 되나? 이 교수가 그만두게 되면 유엔의 지명 표기 문제와 관련해 걱정할만한 일이 생길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기석 : 내 임기는 5년제다. 2000년에 시작했고, 지금은 두 번째 임기다. 2010년에 그만둘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내가 그만둬서 앞으로 우려스럽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 내가 그만 둔다고 해도 후임으로 한국 사람이 유엔지명전문가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특히 경희대 주성재 교수 같은 분은 2004년부터 전문가회의에 같이 참여했고, 이번 미국 지명위원회 건에도 나와 같이 갔다.

프레시안 : 표준화회의의 결의문은 어느정도 효력을 갖나? 가령 미국의 지명표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나?

이기석 : 전문가회의는 이를테면 표준화회의의 실무자 회의다. 결의문 등은 표준화회의에서 국가대표단이 한다. 독도와 관련된 문제라면 결의문이 효력이 있다는 것은 오해다. 표준화회의는 개별사안, 개별국가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철저히 지명을 정하는 '기준'만 마련할 뿐이다. 그 기준을 각국 대표들 전문가들이 다듬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결의안을 만드는 것이다. 즉 '각국의 지명은 해당국 국내의 고유 표기를 국제 표기로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위의 기준을 다듬고 마련하는 것이다. 개별 국가의 문제, 특히 영토 문제는 다뤄지지 않는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결의문을 참고만 할 뿐이다.

프레시안 : 각 국이 지명을 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이기석 : 결의문이 기준이 되는 것은 맞다. 물론 강제성이 없고, 각 국의 사정이 다 다르다. 이를테면 독도라는 지명이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가 하는 빈도수 등은 데이터로 참고할 수 있다. 즉, 결의문을 통해 각 국가는 지명 표기 기준을 마련하고, 각 국가에서 표기된 지명이 다른 여러 국가들의 지명 표기에 관한 참고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UN에서 독도 표기는 어떻게 이뤄지나

이기석 : UN에서는 영토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를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해 유지시키지 않는다. 예를들면 독도 문제를 우리가 들고 가서 논의를 할 수는 있지만, 그런 논의 자체가 공식적으로 DB에 기록되지 않는 것이다. 아주 일반론적인 것만을 다룬다. 동해 문제에 있어서는 국제 수로기구가 바다 명칭을 담당하기 때문에 논의 될 수 있지만, 영토의 문제에 있어서 UN은 개별적인 사안을 다루지 않는다.

프레시안 : 이번 미지명위가 독도를 원래 표기로 돌린 것이 다시 번복되거나 할 가능성은 없나?

이기석 : (이번 일에 관여한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어찌되었든 '리앙쿠르 록스'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은 그대로다. 이는 고쳐져야 하는 게 맞다.

프레시안 : 미국지명위원회 독도 표기 변경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말해 달라.

이기석 : '독도' 표기는 우리나라가 표준이다. 결의안 중에 '각국의 지명은 해당국 국내의 고유 표기를 국제 표기로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어느 나라가 독도를 '리앙쿠르 록스'로 표현하고 있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기에 우리는 유엔 결의안의 권고에 따라 '시정요청'을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해 문제는 국제해사기구 일본해 표기 사건 등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기울여 왔지만 독도가 '리앙쿠르 록스'로 표기되는 등의 문제는 민간, 정부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부분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나가야 한다.

프레시안 : 일본 전문가들도 만나본 적이 있나? 그들의 입장과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기석 : 매번 회의 때마다 만난다. 하지만 일과 관련된 이야기 말고는 하지 않는다. 전문가회의에 일본 전문가는 1~2명이 참석한다. 우리나라는 4~5명이 참석한다.

프레시안 :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기석 : 표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미국지명위원회 표기 문제를 계기로 세계 여러 나라의 독도 지명 표기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표기 문제가 영토 문제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표기가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독도 표기 문제는 외교적 노력, 그리고 민간단체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산하에는 지명표준화회의와 지명전문가회의가 있다. 전자는 5년에 한 번 열리며 정부 대표단이 참석하는 의결기구이고, 후자는 2년에 한 번 씩 열리는 실무 회의다. 이기석 교수는 94년 민간신분으로 유엔 지명전문가회의에 참석한 이후 지속적으로 동해와 독도 표기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노력을 해 왔다.

이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워킹그룹은 지명전문가회의 실무팀으로 1년에 한 번씩 회의를 한다. 이 교수는 종합적 평가와 점검을 담당하는 '평가 수행 그룹'의 간사를 맡고 있다. 팀원은 약 15명 정도로 각국에서 온 전문가, 학자들이 함께 한다.

지명표준화회의(유엔CSGN)는 토론을 통한 만장일치 합의제로 이곳에서 합의된 규정, 혹은 기준을 결의안으로 발표한다. 각국 지명관련 기관은 이를 참고한다. 이기석 교수는 2000년부터 지명전문가회의 간사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지명표준화회의는 독도처럼 분쟁사례를 다루는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만 애매하다. '두 국가 이상이 하나의 지리적 대상을 공유할 때 하나의 공통 명칭이 합의되지 않을 시는 개개 국가에서 표준화된 지리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당사국은 고유의 지명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는 표기를 병기하게 된다. 각 국은 이 부분에서 정치적, 외교적 노력을 투여한다.

이런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일본은 자국의 영토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일례로 2002년 국제해사기구(IHO)의 일본해(Sea of Japan) 삭제안이 발표된 후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 일본은 19명의 대표단을 보내 전방위로 홍보를 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당시 8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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