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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대란'? 진짜 해법은 외면하면서…

[기자의 눈] 정부·기업·언론의 '악어의 눈물'

비정규직법을 고치기 위한 노동부의 행보가 눈물겹다. 노사 화합 사업장이 아니면 절대 찾지 않기로 유명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18일 비정규직 당사자의 하소연을 듣기 위해 성남의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다.

눈물 없이 듣기 힘든 하소연을 쏟아내는 것은 언론,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부 언론은 오는 7월이면 해고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의 안타까운 처지를 연일 크게 다루고 있다. 경제5단체는 18일 한나라당에 이어 19일 민주당을 찾아가 '읍소'할 예정이다.

노동부·경영계·언론 합동 작전 "비정규직을 구하라"

이영희 장관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쌍용차 정리 해고 규모가 900명이고 비정규직법으로 해고당할 사람이 1만 명인데 900명은 사회적 문제고 1만 명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냐"며 "노조가 정규직 중심이어서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영희 장관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쌍용차 정리 해고 규모가 900명이고 비정규직법으로 해고당할 사람이 1만 명인데 900명은 사회적 문제고 1만 명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냐"며 "노조가 정규직 중심이어서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노동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법개정의 논리를 만들던 바로 그 시간,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한나라당을 찾아 "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사실 기업이야 해고한 뒤 대체 인력을 쓰면 되지만 해당 비정규직 근로자 입장에선 얼마나 걱정이 크겠냐"며 "지금 해고되면 다른 직장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고대란'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문화일보>는 18일 12명의 비정규직을 7월에 해고할 계획인 서울 마포구의 A출판업체, 7월에 만 2년이 되는 비정규직 5명에게 최근 해고예정 통보를 한 경기도 안성시의 B기계부품생산업체, 5명의 비정규직 중 3명을 해고할 예정인 경남 김해시의 C철강업체의 사례를 자세히 다뤘다.

그들이 잊은, '해고의 추억'이 주는 교훈

이들의 하소연을 듣다 보니 2년 전 꼭 이맘때가 떠오른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 제한의 시행이 2년이나 남았음에도 악의적으로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했던 홈에버·뉴코아 등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계산원들이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매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시작한 것이 지난 2007년 6월이었다.

농협하나로마트 캐셔들이 이 장관을 만나 했다는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호소도 2년 전 "일하고 싶다"던 그들의 목소리와 같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려 17개월 동안 같은 요구를 위해 싸웠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야 이들은 그토록 원했던 '고용 안정'을 얻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노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16개월 이상 근무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현행법의 24개월보다 8개월이나 짧다. 해고 위협을 막기 위해 사용 기간 2년을 4년으로 늘려야한다는 이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이들은 오랜 파업으로 오히려 더 고용이 불안해진 셈이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다. 이들은 16개월을 일하면 자연히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이 됐다. 임금 등의 근로 조건은 여전히 정규직과 차별이 있는 무기계약직은 당장 인력비가 급증하는 정규직 전환보다 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늘 해고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의 불안도 없애는 일종의 '타협안'이었다.

"심각한 문제"에 한 가지 해법만 고집하는 이 장관이 "답답한" 까닭

▲ 법 때문에 쫓겨나는 비정규직의 현실이 '심각한 문제'라는 이 장관의 주장에는 백번 동의한다. 그러나 그 심각한 문제를 오직 법개정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프레시안
이 장관은 이날 "(비정규직 해고 대란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는 답답한 이야기"라고 말했지만 정작 답답한 것은 정부와 이 장관인 이유다.

법 때문에 쫓겨나는 비정규직의 현실이 '심각한 문제'라는 이 장관의 주장에는 백번 동의한다. 그러나 그 심각한 문제를 오직 법 개정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이 장관의 주장은 이랜드의 교훈만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다. 이랜드뿐 아니라 우리은행 등 이미 상당수의 기업이 '법의 취지대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갔다.

여력이 있는 기업은 "2년 이상 필요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사용"하라던 법을 지키도록 인도해주고, 여력이 없는 기업은 '준법의 바른 길'로 가도록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지금 정부 역할이다. 그런데도 이영희 장관은 경영계와 함께 오직 법을 바꿔 기간을 연장하는 것만이 비정규직을 위한 길이라고 쉴 새 없이 외치고 있다.

그런 이 장관을 비판하는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의 성명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할 말이 많은 노동부 장관을 둔 노동자들은 그래서 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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