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가자지구 구호선단을 지원하기 위해 출국한 활동가 해초(본명 김아현) 씨에게 여권반납명령을 내린 데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취소 소송 및 집행 정지 신청에 나섰다.
한 변호사는 다른 나라 법률가들은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활동가의 여권을 무효화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는 한국 정부가 인도주의적 활동마저 막으려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변 공익변론센터는 1일 서울 서초 민변 대회의실에서 '해초 활동가 여권반납명령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초 씨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구호선단 '천 개의 매들린 호'에 탑승했다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뒤 영사 조력 등을 통해 석방됐던 활동가다. 활동가들이 나포 위험을 무릅쓰고 구호선단에 몸을 실은 이유는 가자지구의 기아 상태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이 육로를 통한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체에 따르면, 해초 씨는 현재 출국 상태로 선박 수리 기술 등을 활용해 가자지구 구호선단을 지원할 예정이나, 직접 배를 타고 가자지구로 향할 계획을 확정하지는 않다.
취소소송 소장에서 변호인들은 외교부가 여권반납명령이라는 "침익적 처분(권리·이익 등을 침해하는 처분)을 하면서도 사전통지·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처분 원인 사실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절차적으로 위법하며, 재량권을 남용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외교부가 외교정책의 중대한 침해, 테러 등으로 인한 안전 침해 위험 등 여권법상 발급 거부 사유를 이번 조치의 근거로 든 데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공개적이고 조직적인 인도주의 활동"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집행정지신청 사유로는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 사상·양심의 자유 등과 관련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 △절차적 위법성, 재량권 남용 등 본안 소송 이유의 존재 △헌법상 국제평화주의에 반하는 조치가 공공복리에 영향을 미칠 우려 등을 들었다.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가에게 여권반납을 명령한 사례는 한국이 처음일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종철 변호사는 '천 개의 마들렌 호'를 타고 "항해하는 활동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가 그룹이 있다"며 "그들에게 국적국이 활동가의 여권을 무효화한 사례가 있는지 물어보니 '그런 일은 처음 들어 본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왜 다른 나라들은 가자로 가는 구호선단 활동가의 항해를 방해하지 않을까. 저는 염치가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가장 큰 감옥에 봉쇄되어 살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금을 제노사이드로 멸절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무기부품을 수출하면서 집단학살에 연루돼 있다"며 "개인이 제노사이드 방지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하는 것을 막는 일이 얼마나 염치 없는 일인지 아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유엔 인권 옹호자 선언은 인권 옹호 활동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국가는 인권 옹호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인권 옹호자가 폭력, 위협, 보복, 사실상 또는 법률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한다"며 "외교부가 할 일은 인권 옹호자 해초를 괴롭히고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달 25일 해초 씨에게 여권반납명령을 발송했고,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여권 무효화를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이유로는 "중동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지 가자지구 등 여행 금지 지역이나 국가에 갈 경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들었다. (☞관련기사 : 아직 가자지구에 도착도 안 했는데…구호품 전달, '시도'도 하지 말라는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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