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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 쳐내기' 외에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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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 쳐내기' 외에 방법 없나

[자동차산업 길찾기①]"정리해고, 장기 경쟁력 더 떨어뜨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자동차산업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이었던 GM이 지난 1일 파산해 일시적 국유화 상태에 처하는 등 미국의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모두 표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2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법정관리상태인 쌍용차 뿐 아니라 GM대우도 본사인 GM이 흔들림에 따라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수출물량의 감소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구조조정 국면을 거치면 세계 자동차시장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쌍용차, GM대우 등의 구조조정 문제를 단순히 비용 절감의 차원에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번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은 그간 누적된 문제들 때문에 더 풀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이번 구조조정이 꼬였던 매듭을 제대로 풀고 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편집자>

쌍용차의 노사대립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파업을 철회할 생각이 없고 사측은 정리해고를 취소할 뜻이 없다.

파업 장기화는 치명타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사는 물론, 하도급업체들까지 연달아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짙다.

전문가들은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재자로 나서 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위기의 책임을 노조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 보도처럼 노조가 자동차 회사를 죽이는 양 인식하는 것은 사실과도 다르다는 설명이다.

▲과연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설까?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GM대우 관련 당정회의에서 쌍용차 노동자들과 국회의원은 사태 해결방안을 논했다. ⓒ뉴시스

노동자 해고하면 대안 있나

물론 노조에도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쌍용차의 생산성이 크게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현실이라 모든 노동자를 다 끌고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5월말 현재 쌍용자동차의 올해 누적 판매대수는 내수와 수출을 합쳐 1만2803대에 불과하다. 지난해(4만2410대)보다 무려 69%가 넘게 줄어들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가장 큰 잘못은 무책임한 상하이차에 회사를 팔아버린 정부가 저질렀다. 하지만 현실이 이처럼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조도 양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공적자금 투입도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단행된 뒤에야 이뤄지는 게 보통 수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조건 노동자 정리해고가 구조조정의 모범답안인양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는 평가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더 깎아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국내에서 미국의 사례(GM은 국유화 과정에서 전체 노동자의 32.3%에 달하는 6만5000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를 얘기하는데 미국은 서비스업 등 대체 일자리가 많아 해고노동자들의 흡수가 한국보다 용이하다. 해고 후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곧바로 재고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그는 "특히 GM은 대규모 구조조정에만 의존해 무너졌다"며 "기약 없는 구조조정은 회사의 미래에 오히려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GM은 지난 1998년 대파업 이후 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집중하다 경량화 흐름을 놓쳐 2003년 재차 위기를 맞았다. 당시 GM의 해법은 정리해고였다. 그로 인해 축적된 인력의 경험과 지식이 빠져나갔고 오히려 장기 경쟁력은 악화됐다. 혁신역량이 떨어진 채 지난 수년 간 근근이 버티다 결국 파국을 맞이한 게 GM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도 지금 다시 극적으로 노와 사가 화해해 최소한의 인력 조정으로 다시 회사를 살릴 방안을 마련하면 되지 않을까. 이 팀장은 고개를 젓는다.

그는 "솔직히 지금은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사측이 지나치게 해고를 단행했다"며 "내부적으로 갈등이 커져 기업 정상화가 더 어려워졌다. 사측에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굳게 닫힌 평택 공장. 노동자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사측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노사의 대립은 쌍용차의 사망시간을 서서히 앞당기고 있다. ⓒ프레시안

"이러다 경제 치매 걸립니다"

사측의 공격이 힘을 얻는 이유는 한국 사회 전반에 노조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보수언론과 사측이 내놓은 "강성 노조가 악의 원흉"이라는 논리에 실제 많은 한국인들이 공감한다. 이는 따라서 "GM이 강성노조 때문에 무너졌는데 쌍용차 노조도 회사를 망하게 하고 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GM이 강성노조 때문에 무너졌다는 주장은 그러나 사실의 일부분만 부풀린 것이다. GM이 의회에 제출한 회생 계획에 따르면 이 회사는 파멸의 근본원인으로 금융 자회사 GMAC을 꼽았다. 부동산 모기지 사업에 과도하게 뛰어들었던 GMAC의 경영실패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고 GM 스스로가 웅변하는데도 한국의 보수 언론은 "이 모든 게 다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명기 한남대 중국통상 경제학부 교수가 미국 교수들의 연구자료를 인용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GM파산의 원인은 △정부 규제 실패(40%) △기술 낙후성(30%) △경영 부실(15%) △높은 노동비용(15%) 순이었다. GM이 강성노조 때문에 망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보는 게 맞다.

오히려 사람을 함부로 해고하는 영미식 구조조정 관행이 기업의 미래,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의 미래를 암울하게 바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구루' 20인 중 하나로 꼽은 '일본의 피터 드러커'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次郞)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가 대표적인 영미식 구조조정 반대론자다.

'현장'에서 일하는 '인간'을 중시해 구성원의 지식 창조를 이끌어내는 시스템이야 말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미국 기업의 구조조정을 보고 "이대로 간다면 미국 기업들은 집단으로 치매에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GM처럼 인력 구조조정에 의존하지 않고 최근 위기를 기회로 맞이한 기업도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이다. 지난 90년대 초반 폭스바겐은 주력이던 소형차 시장에서 일본 메이커와의 경쟁 등의 이유로 경쟁력을 잃어갔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았다. 대신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더 늘렸다. 지난 2004년부터 2년 사이에 10만여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새로 생긴 힘이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경쟁력의 원천인 사람을 잃지 않은 폭스바겐은 최근 온 세계 자동차 메이커가 부진에 빠진 와중을 틈타 도요타와 함께 새로운 양강으로 도약했다. 올해 1분기 폭스바겐의 판매대수는 143만 대로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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