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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정동영이 대통령이야"…'정동영 동정론'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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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정동영이 대통령이야"…'정동영 동정론'의 이면

[4·29 현장]"민주당을 살려달라" vs "386 민주당은 안 돼"

A : 안 나왔어야 해.
B : 안 나올 수 없어. 기회가 왔는데 안 나오면 다시 기회가 오나?
C : 솔직히 정세균 씨가 너무했지. 대선후보 지낸 사람한테 공천을 안주면 쓰나.
A : 하기야 나도 찍으면 정동영이지. 그래도 무소속 연대는 아니야.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혼자 커야지 어깨동무해서 뭐 하자는 거야? 되더라도 욕은 안 먹어야 할 거 아니야.
C : 신건이 도와주면 정동영이 그래도 힘 받을 거야.


느릿느릿 할 말은 다 했다. 수첩을 꺼내든 낯선 외지인을 이따금 힐끗 쳐다볼 뿐, 20일 오후 민주당 김근식 후보가 훑고 간 전주 덕진 모래내 시장 상인들의 즉석 좌담 주어는 정동영이었다.

판세는 무의미한 선거판은 그랬다. 인근 닭집에서 만난 40대 초반의 정진철 씨도 정동영에 대한 '애증'을 토로할 뿐, 민주당 얘기를 꺼내자 미간부터 찌푸렸다. 김근식? 이름 석자 아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 양반 투표권도 없다면서요. 다른 건 잘 알지도 못하고…. 정동영 견제하려다 정세균이 실수한 거죠."

전주 지역 신문 기자 왈 "전주는 정동영이 대통령이야." 정동영 캠프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어머니, 정동영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선을 쳤다. 모래내 시장 입구 지원 유세에서 "우리 민주당에 힘을 주십시오"(원혜영), "이 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분이 무슨 목표로 탈당해서 어머니를 찾는지 이해할 수 없다"(박주선)며 '정동영 대 민주당'의 각을 세우려 애썼다.

▲ 김근식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 ⓒ프레시안
박지원 의원도 왔다. "DJ 비서실장 박지원이 이 자리에 섰다"고 유세를 시작해 "DJ 햇볕정책의 손자 김근식 후보를 살려 달라"고 끝맺었다. 민주당이 호남 지역구 선거에 DJ까지 끌어들인 건 밑천을 탈탈 털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무엇이 그렇게 다급했을까?

이날 정동영 후보는 옆 지역구 신건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얼굴을 비쳤다. "철없는 소수 386에게 장악된 민주당은 옳지 않다. 정통 민주세력을 결집해서 제1야당을 일으켜 세우려 정동영-신건 연합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이미 선거 이후로 넘어가 있었다.

캠프 관계자는 '창당'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복당과는 점점 거리가 먼 길을 가면서도 선거 뒤 문제는 "그때 상황 봐서"라고만 답했다. 1차 타깃인 현재의 민주당 당권파에 대한 분노를 지렛대로 삼았다. '신건이 이광철보다 개혁적이어서 손잡았냐'는 질문에 그는 "이광철 후보가 민주당 지도부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지금 민주당에 관한한 그렇다"고 했다.

그다지 상식적이지는 않지만, 현실에서는 먹혀들고 있었다. 정동영 후보의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은 민주당에 대한 전주 민심의 실망이라는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택시기사 서영선 씨는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했을 때 정세균 대표는 정동영 출마를 말리러 온다고 하더라. 그게 야당이 할 일이냐"고 꼬집었다. 서 씨는 "나도 노무현 씨가 요새 텔레비전에 자꾸 나오는 걸 보면 정치인들은 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더 할 거다. 야당이 그런 데에 신경 써야지 집안싸움이나 하고 있는 건 웃기는 일이다"고 했다.

즉석 좌담을 벌이던 모래내 시장 상인들도 "옛날에나 민주당 지지했지 이젠 안 그래요"라며 쓴 입맛을 다셨다. 시장 입구에서 채소 노점을 하는 70대 노파는 "민주당이 죽었간디. 시끄러운데 무슨 말을 저렇게 오래해"라며 한마디 했다. 길 건너 확성기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던 터였다.

젊은 사람들은 예의 시큰둥했다. 전북대 앞 번화가에서 만난 20대 청년은 "한나라당도 싫지만 민주당이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30대로 보이는 빵집 여점원은 "저번에 어느당 지지하냐는 전화가 와서 민주당이라고 하긴 했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민주당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이 정 후보의 공천 갈등과 탈당 국면 이후에, '정동영 동정론'의 이면으로 형성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민주당이 이곳에서 과거만큼 환대받지 못하는 건 분명해 보였다.

김근식 캠프 관계자도 "당을 살릴 후보 대 당을 망친 후보라는 구도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면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예전 같지 않은 건 맞다"고 인정했다.

▲ 신건 후보의 개소식에 참석한 정동영 후보. ⓒ프레시안
이런 분위기가 옆 지역구인 완산 갑으로까지 전이될지가 포인트. 정동영 후보 측은 자신 있는 듯 했다. '무소속 연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일부 비판적인 견해를 전하자 캠프 관계자는 "친노 386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무소속 연대를) 잘 했다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결국 전주 두 곳의 선거를 패키지로 엮은 정 후보의 승부수는 덕진이 아닌 완산에서 판가름 나게 생겼다. 그래도,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 복당을 선언한 후보의 대결에서 '민주당의 위기'가 관전 포인트라는 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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