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10일 자진사퇴할 예정인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 내정자의 사퇴가 정국 전환의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법질서 확립을 훼손한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는 자신의 명예를 지켰을 뿐만 아니라 경찰의 명예를 지켜준 처신"이라고 평가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내정자의 도의적, 정치적 책임론을 주장해왔다.
그는 이어 "김 내정자가 아주 적절한 처신을 한 만큼 이제 민주당은 용산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정치공세를 하지 말고 재개발, 재건축 제도개선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용산 정국'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신지호 의원은 "청와대 일부 세력들이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이 있으니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김 내정자 스스로 옷을 벗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자진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유도를 했다"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그는 "얄팍한 정무적 판단으로 국정운영의 기본을 그르치는 것이 아니냐"며 "법질서 확립을 위해 활동하는 군이나 경찰, 국정원 같은 조직에 도의적 책임까지 묻는 것은 넌센스"라고 김 내정자의 사퇴에 유감을 표했다.
신 의원은 "경찰이 직접적 사인의 책임이 없는데 꼭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법치주의의 천박한 뿌리를 보는 같아 씁쓸한 심정"이라며 "반정부 시위를 두려워해 김 내정자의 옷을 벗기는 것은 자신감의 상실이고 국민들에게 떳떳치 못한 선택"이라고 했다.
당 밖에선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신 의원의 주장에 입을 맞췄다. 그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김석기 씨의 단독 결심에 의한 사퇴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측근들이 그에게 압력을 넣은 사실상의 강제 사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자진사퇴라는 쇼다. 도덕적 책임을 진다면서 가장 부도덕한 정치적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이명박 정부"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전 대표는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은 혼자 살기 위해 경찰과 국민을 버린 것"이라며 "취임 이래 단 한 번도 국민을 감동시킨 적이 없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라는 것도 한강의 기적에 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