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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망루에 올라갈 용기도 없는 사람, 대신 촛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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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망루에 올라갈 용기도 없는 사람, 대신 촛불이라도…"

[현장] 촛불의 행렬…"한 사람이라도 더 들어야 희망이 있다"

청계광장 용산 참사 추모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오후 6시부터 "김석기는 사퇴하라, MB악법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계천, 을지로1가를 지나 명동성당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자신의 소원을 적은 풍선 등을 하늘로 날렸다.

야4당 대표가 떠난 뒤에도 시민들은 저녁 8시께까지 약 200여 명의 시민은 명동성당 앞에서 추모 집회를 계속했다. 한편, 일부 시민은 명동성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을지로1가 차도를 잠시 점거해 경찰과 대치했다. 저녁 8시 15분께 명당성당 앞 시민은 해산했다.

이날 추모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든 촛불의 무게는 지난 여름과 달랐다.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강압 통치가 결과적으로 용산 참사의 원인"이라며 불에 타 숨진 6인의 넋을 기렸다. 이들은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으면서도 "나도 비슷한 처지"라며 절망적인 현실을 고발했다.

"나도 곧 망루에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중소기업 사장 김동규(40) 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7개월째 돈을 벌기는커녕 회사 유지비만 빠져나가고 있다. 그는 "한 달 회사 유지비가 2500만 원인데 정말 미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서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정말 갑갑하다. 내가 조그마한 기업을 하고 있는데, 경제 위기 이후 정부는 아무것도 해 주는 게 없다. 은행에서는 빌린 대출금 갚으라고 독촉 전화나 하고…. 이러다간 나도 철거민처럼 망루 위에 올라갔다가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알고 있는 몇몇 중소기업 사장은 돈이 없어 노가다 시장에 나간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살리기보다는 건설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재벌이 아닌, 서민, 영세 상인, 중소 기업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 하는 꼴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푸념했다.

그는 "용산 참사를 보니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자신의 행태를 바꾸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는 없어서 촛불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뉴타운 건설? 그거 재벌들 위한 거지 나같은 사람은…"

건설업 일용직 노동자, 이른바 '노가다'를 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유한석(41) 씨는 요즘 술이 많이 늘었다. 자신이 부양하는 네 식구가 먹고 살려면 자신이 한 달은 꼬박 일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 절반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신은 업계에 아는 사람이 있어 다른 사람보다 일을 조금 더 한다.

유 씨는 "이번 용산 참사를 뉴스로 접하고 많이 안타까웠다"며 "뉴타운 해봤자 결국 이득을 보는 사람은 재벌 총수 뿐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 역시 김 씨처럼 "정부는 재벌이 아닌 다수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는 희망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우리(서민)가 아무리 떠들어도, 지금의 정부는 '니네는 떠들어라' 식으로 무시한다. 가끔 이게 정부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민과의 소통을 원하는 정부라면 이런 참사도, 지금의 국민 목소리도 귀 기울일 것이다. 난 망루에 오를 용기도 없는 사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촛불을 드는 것 밖에 없다. 아무리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기할 순 없는 거 아닌가."

유 씨는 지난 여름 촛불 집회 때는 일 때문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내가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촛불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고 덧붙엿다.

"말 안 듣는다 해도 그래도 해야 하지 않을까"

백수 생활을 1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는 김미준(가명·33) 씨는 "이 촛불이 확산되기는 힘들 것 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여름 촛불 집회 때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경찰은 우리가 맞으면 말을 잘 듣는다는 걸 알았고, 이번에도 그렇게 밀어붙일 게 뻔하다"고 말했다. 공권력 앞엔 장사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향후 4년 동안 크게 뒤집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그는 "아마 이명박 정부의 독선으로 일반 서민들의 발끝은 벼랑까지 내몰릴 것"이라며 "결국 남은 건 목숨밖에 없으니 모든 이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미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슬프다"며 "미래가 더 암울해지기 전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들고 있는 촛불의 무게가 유달리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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